오늘은 저희가 드디어 저녁 9시 비행기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저희가 떠나는 것이 서운한지 파리 날씨는 최고기온 23도가 예보되고 있는 가운데 흐리고 바람이 불어 쌀쌀했습니다. 그렇게 폭염으로 괴롭히더니 오늘은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네요.[출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30: 에필로그)|작성자 나무박사
이 시리즈를 잘 읽어주시던 분들 중에는 어제를 마지막 에피소드로 생각하시고 귀국을 환영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에펠탑을 멀리서 사진만 찍고 끝낼 것으로 기대하셨는지요. 실은 저녁 비행기임을 감안하여 마지막 날인 오늘 에펠탑을 올라보기로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에펠탑, 불어로는 Tour Eiffel입니다. 에펠탑은 파리하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랜드마크가 되어버렸지요. 인터넷 시사용어사전의 소개를 인용하면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혁명 100돌 기념 '파리 만국박람회(EXPO)' 때 세워진 높이 약 320m의 격자형 철탑으로, 탑의 이름은 이 탑을 세운 프랑스 건축가인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1923)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착공 당시 에펠의 설계 구상은 흉물스럽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미학적, 건축적 측면에서 많은 반대를 받았지만, 이제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물로 프랑스 사람들은 물론 세계인들 모두가 사랑하는 최고의 건축물이 되었지요.
오늘 귀국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저희 둘다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모든 것을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는 빨리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호텔을 나선 것이 9시경. 버스를 타고 Champs de Mars 광장에 도착했을 시각이 9시 30분경. 그런데도 9시부터 여는 에펠탑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결국 저희가 목표로 했던 이른바 Sommet (Top) 층에는 엘리베이터를 두 번 갈아타며 11시가 되어서야 도달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완전히 빠리를 내다보는 경치를 감상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허무한 것은 1시간 20분을 기다리며 올라왔는데 20분 정도 돌면 벌써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점이죠.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이렇게 에펠탑 돌아보기를 마치는 수밖에...
지금부터 사진들을 좀 올리겠습니다. 우선 에펠탑의 크기나 높이 등에 대해서 숫자 등은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실제로 그 규모를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 모습이나 크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 몇 장부터 담습니다.
다음은 Sommet 층에 올라갔을 때 파리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들을 올립니다. 때로는 약간 확대해서 찍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희가 이 시리즈 전반에 올라갔던 개선문이 상당히 아래로 보이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에펠탑 후방으로 펼쳐진 넓은 잔디밭이 Champ de Mars라 불리는 광장인데 이곳에서 1889년 만국박람회가 개최되었던 것이지요. 이 광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큰 공식행사들을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작동 모습과 그 엘리베이터 속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립니다.
저희들 사진도 조금 넣어야지요. 수많은 관광객 틈에 끼어 그래도 아이들처럼 즐기는 모습을 담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해 놓은 사진도 놓칠 수 없지요.
내려오는데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아서 12시경에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나가는 길에는 이렇게 많이 오는 관광객들을 놓칠세라 장사꾼들이 그물을 치고 있습니다. 출구 초입부터, 나가는 길 양쪽에 모두. 개중에는 컵 세개 엎어놓고 하는 야바위꾼도 있네요.
점심은 호텔 근처의 유명한 홍합집 Leon에서 다시 해결하고 (사진도 한 장 슬쩍), RER 선을 타고 (그 역으로 가는 동안 짐을 끌고 가느라 다소 고생했네요.), 샤를르 드골 공항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일찍 체크인하고 와이파이가 되는 공항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샤를르 드골 공항 표정도 담습니다. 국제선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departure list도 대단히 크네요. 공항 돌아다니는 동안 한쪽 구석에서 카드를 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더니 엄지척을 하네요.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마치면서 에필로그 격으로 제가 스스로 부과한 이 과제를 진행할 때 견지하려 했던 10가지 원칙과 그 결과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걸로 진짜 저희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 가 볼 곳을 미리 순서를 정해놓고 진행하지 않는다.
30일 정도면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날그날 둘이 의논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추천에 귀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2. (두 번 프랑스에 살았을 때부터) 많은 귀동냥을 했지만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우선적으로 다녀본다.
그랑불르바르, 보주광장, 오페라, 쁘띠빨레, 꺄르티에 라땡 (라틴 구역), 생뜨 샤뻴, 생루이섬, Paris Plage 등은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몇몇 장소들이 개보수를 위해 문을 닫아 가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차치하더라도, 하수도 박물관, 까르나발레 박물관, 그랑빨레, 빅토르 위고의 집 등은 아쉬움의 리스트입니다.
3. 현지 지인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느라 가장 큰 죄송함을 범한 것은 OECD 근무시 일요일마다 다닌 원불교 파리교당을 가지 않은 일입니다. 교무님이 저희를 놓아주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지 모든 것을 저희만의 힘으로 하려 했고 그 결과 작은 실수들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대과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이장혁교수의 도움으로 Station F를 방문한 것이지요.)
4. 파리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예 국제면허를 발급하지 않았고 에어비엔비로 호텔을 예약한 이후 줄곧 우버가 메일 등으로 유혹했지만 무시하고 대중교통과 걷기에 의존해서 파리를 돌아다녔습니다. 그 덕분에 지하철, RER, 버스를 많이 타고 다녔고, 교외선 기차, 경전철 등도 자주 탔으며 교외 도시의 버스도 제법 이용해 보았습니다. 가장 특별한 경험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외고속버스를 타보았다는 것입니다. 도착한 다음 날부터 어제(26일)까지 걸음수를 평균해 보니 28일간 하루 평균 13,107보를 걸었네요. (최고 19,520, 최저 6,422)
5. 한 달간 3,000달러라는 예산제약을 두고 살아본다. (비행기표, 숙박비 제외하고)
그래서 나비고 패스, 뮤지엄 패스를 최대한 활용하려 했고, 그 결과 도착한 후 이틀간, 루앙 가는 기차표를 끊을 때 등에 카드를 사용한 것 외에는 이 한도 내에서 잘 살아낸 것 같습니다.
6. 파리의 20구와 동서쪽에 있는 불론뉴, 뱅센느 숲을 두루 밟아본다.
(개인적 관심으로 빠리의 6개 기차역, 2개 공항을 가 보았습니다.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7. 매일 Le Monde를 사서 대강이나마 읽어본다.
중요하거나 관심 있는 기사가 있을 때 페이스북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8. 가능하다면 현지 프랑스 사람들,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아쉬운 것은 깊이 있게 사귄 케이스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행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9.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발견한 프랑스 식당에서 하루 한번씩 식사를 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추천할 만한 식당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고호의 자취가 있는 오베르쉬르우아즈에 갔을 때 현지 중국식당을 찾은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식당 한번 들르지 않고 한 달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좀 지독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컵라면, 김치, 고추장 등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10. 군것질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예산제약도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 갈증을 더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호텔 바로 앞에 까르푸 분점이 있어서 거의 매일 물, 주스, 과일 등을 충분히 사서 들고 다니며 수분, 영양분 보충을 하려 했습니다. <끝>
※ 그동안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를 읽어주신 독자제현(讀者諸賢)께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럽 전문가와 함께 준비하고 토론하는 '신개념 유럽여행'에 동참하시면 어떨지요"
아울러 국가미래연구원은 유럽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유럽여행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검토하고 있는 유럽 문화탐방여행은 연구원 내 유럽전문가들의 사전 연구와 전문가·참여자들 간의 사전 모임을 통해서 방문예정지들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먼저 살피고 나서 그곳을 방문하는 방법으로,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의 참맛을 느끼면서 현장을 이해하고 지혜를 더욱 깊게 하는 이벤트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런 새로운 유럽 역사 문화 탐색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국가미래연구원 사무국(02-715-2669)으로 문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듭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많은 성원과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산업연구원장(프랑스 파리제1대학 석·박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