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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유화적(宥和的) 노선의 「트럼프 대선 공약」 공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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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3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4일 05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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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은 8일 오는 15일-18일 Wisconsin주 Milwaukee시에서 열리는 2024년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안건을 총망라한 공약집 “2024 GOP Platform Make America Great Again”을 공표했다. 이 정강 정책 대강(大綱)의 제목은 공화당의 별칭 ‘Grand Old Party’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5년 첫 대선 출마 때부터 내걸고 있는 슬로건인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이어붙인 것으로 ‘트럼프 맞춤형’ 공약임을 상징하고 있다. 

 

공화당 공약수립위원회는 이번 공약집에 20개 항목의 목표를 열거하고 있다. 핵심 정책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축출 작업’, ‘미국 군사력을 확실한 세계 최강으로 만들 것’, ‘친 HAMAS 과격파 축출’, ‘대학 캠퍼스를 안전하고 애국심이 충만하도록 회복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사회주의적인 그린 뉴딜의 중단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들을 배제할 것’, ‘미국 전역에 Great Iron Dome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이 열거되어 있다. 

 

특기할 것은, 공화당에는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임신 중절’ 문제에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지난 40여년 간 ‘임신 중절을 국가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이번에는 ‘임신 후기 중절에 반대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임신 중절 규제는 각 주 차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트럼프 후보의 변화된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밖에도, 동성 결혼 등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입장도 변화했다. 2016년 당시에는 ‘강력 반대’ 입장이었으나 이번에는 아예 아무런 언급이 없다. 중도파를 겨냥해 상당히 유화적(宥和的)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안은 공화당 공약수립위원회에서 84 대 18, 압도적 지지로 가결됐다고 알려진다, 이어서 15일 개막되는 Milwaukee 전당대회 첫 날에 공화당 정강 정책으로 공식 채택될 예정으로 있다. 이 공약집 표지에는 ‘미국의 잃어버린 남성들 및 여성들에게 바친다(Dedication To the Forgotten Men and Women of America)’ 고 명시하고 있고, 서문에서는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을 표방했다. 이어서 ‘상식으로 돌아가자(A Return to Common Sense)’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 “20개 항목의 공약; 공화당의 확고한 리더십으로 달성할 것” 


이 공약집은 ‘지금 미국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도전 요인들에 대처하기 위해서 모든 차원의 정부에서 공화당의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이러한 분명한 약속을 담은 ‘2024 GOP Platform to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제시한다고 천명했다. 이어서 가장 핵심적 위협 요인으로; ① 재앙적 국경 개방 정책, ② 약화된 국가 경제, ③ 기능이 상실된 국내 에너지 생산 규제, ④ 쇠약해진 군대, ⑤ 사법 시스템의 타격, 등을 들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확고한 약속으로 20개 항목의 미래 지향적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화당이 백악관, 의회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도록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024 GOP Platform to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제시하는 20대 공약’>

1. 국경을 봉쇄하고 ‘이민(移民) 침공(Migrant Invasion)’을 저지

2.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업 단행

3. 인플레이션을 억지하고 미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회복 

4.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하게 할 것 

5. 미국 제조업 기업들의 아웃소싱을 중단하고 세계의 수퍼 파워로 재탄생 

6. 근로자들을 위한 대규모 감세 실시, 팁(tip) 수입(收入)에는 면세 조치

7. 헌법, 인권, 언론 ·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 자유 및 무기 소지 보장

8. 3차 세계 대전을 방지, 유럽 · 중동 평화 회복, Iron Dome 방어망 구축

9.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 권한을 무기화(武器化)하는 것을 금지

10. 이민자들의 범죄 확산을 저지, 해외 마약 카르텔 봉쇄, 갱 폭력 타파

11. 워싱턴 D.C. 등 도시들을 안전하고, 청결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재건 

12. 미국 군대를 강력하게 현대화, 세계 최강의 군대로 육성

13. 미 달러화(U$)의 세계적인 보유통화(reserve currency) 지위를 유지

14. 사회보장 급여 및 의료 보험 혜택 감축 없고, 은퇴 연령 변경 없음 

15. 전기자동차(EV) 보급 의무 폐지, 비용 부담이 큰 규제를 폐지 

16. 어린이들 교육에서 인종, 성별, 정치 성향을 강조하는 학교 지원 감축  

17.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추방

18. 친 HAMAS 과격 분자들을 축출, 안전하고 애국심이 충만한 대학 조성

19. 선거제도 보호; 당일 투표, 유권자 확인, 종이 투표, 시민권 확인 강화

20. 새롭고 기록적인 수준의 성공을 통해 국가 전체를 통합      

 

■ “10대 핵심 정책; ‘인플레 퇴치’, ‘국경 강화’, ‘최강 경제 건설’ 등”  


공화당의 새 공약집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면 미국이 통합되고 신뢰를 회복하고 원칙을 향한 합의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런 목표를 이룬 뒤에 미국이라는 나라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약집은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적인 세부 정책들을 ‘인플레이션 억지’, ‘국경 관리 강화로 이민 침공 차단’, ‘세계 최강 경제 재건’을 포함한 10개 분야로 나누어 제시했다. 

 

1. 인플레이션 퇴치; 인플레이션은 가계를 위협하는 세금과 마찬가지로, 이를 퇴치해 생계비 리스크를 줄이고, 재정 운용을 개선해 물가를 낮추고 안정을 추구. 에너지 생산 규제를 완화, 과도한 규제를 철폐. 국경 보호를 강화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 결국, 번영을 되찾고, 경제 안보를 재확립하고, 가계 및 근로자들의 보다 밝은 장래를 보장. 세부 조치로는; ① 에너지 생산 규제 완화, ② 연방 정부 예산 절제, ③ 부담 큰 규제 철폐, ④ 불법 이민 중단, ⑤ 힘에 의한 평화 회복

 

2. 국경 봉쇄로 ‘이민 침공(migrant invasion) 차단; 국경 개방 중단을 통해 불법 이민 홍수를 차단하고, 치명적인 마약 반입, 이민자 범죄를 중단시킬 것. 남쪽 국경을 통한 침투를 중단시킬 것. 법 질서를 회복하고 주권을 보호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번영된 장래를 물려줄 것. 이를 위한 세부 대책으로는; ① 국경 보호 강화, ② 이민법 시행 강화, ③ 사상 최대의 불버 이민자 추방 실시, ④ 사회 안정 및 질서 파괴 세력에 대한 예찰(豫察) 강화 및 축출, ⑤ 불법 이민 범죄자들의 은신처 제거, ⑥ 합법적 이민 시스템 관련 법령 시행에서 미국 근로자들을 우선함 

 

3. 역사 상 최강의 경제 재건; 전세계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고, 자질이 우수하고 창의적인 미국 근로자들을 옥죄는 민주당식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5 가지 갈래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을 유지할 것. 세부적으로; ① 과감한 규제 철폐, ② ‘트럼프 감세’ 항구화, 팁(tip) 수입에 비과세, ③ 공정 호혜적 교역, ④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 ⑤ 창의적 신흥기업 견인; 민주당의 Crypto 규제 중단,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 반대, AI 육성

 

4. ‘American Dream’ 회복; 모든 가정,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이를 위해; ① 모기지 금리 인하, 국유지에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주택 매입 기회 증대, ② 고등교육 기회 확충, ③ 처방약 가격 인하 등 건강 보장 확대, ④ 일상 생계비 저감을 위해 규제 완회, 에너지 비용 저감 

 

5. 근로자 및 농민들을 불공정 거래로부터 보호; 미국 근로자, 농민, 산업을 해외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교역 균형을 회복, 국내 생산을 우선하는 전략 실행. 구체적으로; ① 호혜무역법(RTA) 제정, 수입관세 인상 및 국내 근로자, 기업들 부담 경감, ② 중국에 최혜국(MFN) 대우 철회, 전략적 독립 추구, ③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 육성, 바이든 정권의 EV 의무화 철폐, 중국 전기자동차 수입 금지, ④ 핵심적 공급망의 국내화, ⑤ ‘Buy American’, ‘Hire American’ 정책; 연방 정부와 거래에 기업들 아웃소싱 금지, ⑥ 미국 제조업을 세계 수퍼 파워로 등극   

 

6. 고령층 국민 보호; 건강보험 및 사회보장 급여 유지 등으로 고령층의 여생을 보호; ① Social Security 급여 보장, ② 건강보험 확충, ③ 적극적이고 건강한 생활 보장, ④ 고령층의 주거 및 자동차 보장, ⑤ 고령층을 위한 경제 기반 보장 

 

7. 탁월한 ‘K-12 학제’ 육성 및 젊은이들에 양질의 일자리 공급; 정권과 무관하게 탁월한 K-12 학제 육성 추진, 학생 지원 강화 및 학부모 권한 강화. 세부 계획으로는; ① 훌륭한 교사 육성, ② 학교 선택 범위 확대, ③ 학생들의 일자리 및 경력 준비 지원, ④ 안전하고, 마약 없는 학교 조성, ⑤ 학부모 권한 강화, ⑥ 지식 및 기술 우선, ⑦ 애국심 고취 강화, ⑧ 종교 자유 보장, ⑨ 주 정부 자치 강화   

 

8. 정부에 상식을 도입, 미국 문화 쇄신; 미국 문화를 쇄신하고 정부 정책에 상식(common sense)을 도입, 법 질서 확립; ① 미국 가정 보호, ② 도시 재건 및 법 질서 회복, ③ 워싱턴 D.C.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아름다운 수도로 탈바꿈, ④ 예비역 군인들 보호, ⑤ 대학들을 좌경 사상에서 해방, ⑥ 反 유대인 활동 배격, ⑦ 전통적인 인문 교육 회복, ⑧ 미국의 아름다움을 회복, ⑨ 미국의 역사를 존중  

 

9.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구현; 과격 좌파인 민주당이 정권을 무기화해서 미국의 자유를 침해한 것을 중단시킬 플랜을 시행. 구체적으로; ① 정권을 무기화하는 관행을 중단, ② 검열을 철폐하고 언론 자유 보장, ③ 종교의 자유 보장, ④ 주 내에서 국민들의 투표권 보장, ⑤ 좌파 성향의 성별(gender) 문제 중단, ⑥ 선거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 ⑦ 미국 영토에 거주하는 국민들을 보호

 

10. 힘에 기반한 평화를 추구할 것; 미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방력이 필수라는 인식 하에,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할 것. 세부적으로; ① 핵심적 국익 보호를 위한 외교 노선, ② 군 현대화로 세계 최강 군사력 유지, ③ 동맹 관계 강화 및 공동 방위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 ④ 경제, 군사, 외교 능력 강화, ⑤ 미국 국경을 보호, ⑥ 산업 기반을 재생, ⑦ 핵심적인 인프라 시스템을 보호

 

■ “트럼프 진영이 밀어부쳐 사회적 민감 이슈에 대한 입장을 완화”  

 

이번에 공표된 공화당의 ‘트럼프형(型) 대선 공약’에 대해 Washington Post는 공화당이 이번 공약의 특징으로 ‘임신 중절’ 및 ‘동성 결혼’ 이슈에 대해 과거 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강경 입장을 포기하는 대신에 ‘대대적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 및 ‘사회보장 급여 수령을 위한 은퇴 연령 불연장’ 입장을 새로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공약은 민주당의 재앙적 공약들과 상반되는 것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신속하게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한편, NBC News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정책 노선 변경의 배경을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측근들이 밀어부치는 바람에 공화당 공약 초안 요원들이 과거 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국가 차원의 임신 중절 반대 및 동성 결혼 강경 반대 입장을 포기하고 완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여론이 종전의 공화당의 노선이 인기가 낮은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은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을 계기로 정강 정책을 수정해 왔으나 이번에는 미디어 및 다른 공화당 당원들의 접근이 차단된 채 폐쇄적 분위기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국민들이 민감한 이슈들에 관한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전통 보수 세력의 주장이 패퇴한 것이다. 보수 성향 당원들은 종전의 임신 중절 금지 및 동성 결혼 반대 입장을 표현하는 문구가 들어갈 것을 요구했으나 좌절됐다. 보수 성향 활동 단체 liberty Counsel Action의 John Stemberger 회장은 “임신 중절 및 생명 관련 이슈들이 심각하게 약화되는 방향으로 담겨진 것은 불행한 일” 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공약에 교육에 학부모 권한을 강화하고 아동들에 성(gender) 문제를 주입하는 것을 공식 반대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찬성했다.

 

한편, 민주당 바이든 진영은 이번 공약들은 트럼프가 진정으로 추진하려는 정책 목표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선거 진영 대변인은 “트럼프의 진정한 아젠다를 알려면 ‘Project 2025(주; Heritage 재단이 제시한 차기 보수 정권의 정책 시나리오)’를 검색해 보면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공표한 것은 정책 플랫폼이 아니고, 트럼프를 임기 첫날부터 독재자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위험한 ‘Project 2025’ 아젠다를 숨기고 내놓은 것” 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자신은 Project 2025는 알지도 못하고 상관도 없다고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 “對 중국 관세 인상, 환경 규제 철폐 등, 트럼프 강경 노선은 여전”  


이번 공화당 공약수립위원회가 성안한 ‘트럼프표 공화당 공약집(policy platform)’은 유권자들 관심이 높은 임신 중절 규제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각 주 차원의 입법 사항으로 넘기는 유화적(宥和的) 자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2020년 공약에 비교해도 보수적 색채의 주장이 억제된 것으로, 무당파 중도층 유권자들을 겨냥한 자세를 선명하게 한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특히,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임신 중절 이슈에 대해 공화당 내부 보수파의 전국 차원의 금지 주장을 배제하고 완화된 입장을 반영한 것은 다분히 여성표를 의식한 것이다.

 

한편, 중국과의 무역 정책에서는 WTO 규칙에서 정한 최혜국(MFN) 지위를 폐지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일상 용품을 위시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대부분 품목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하게 된다. 반도체, 철강, 의료품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트럼프 전 정권의 간판 정책으로 1기 정권 초기인 2017년에 성립된 대규모 감세 정책을 항구적으로 바꾸는 내용도 들어있다.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8.6%에서 37%로 인하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의 기초 공제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방안도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식당 등 종업원들이 받는 봉사료(tip) 수입에 과세를 철폐하는 등, 근로자들에 어필하는 정책도 포함됐다. 물론, 현재 민주당이 확보하고 있는 근로자 유권자들의 표를 빼앗아 오려는 전략적 속셈이 숨어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각종 정책들을 폐기하는 공약들도 명시화했다. 에너지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이 세계 유수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부상하게 할 것” 을 강조한다. 생산 증가로 가솔린 가격 하락을 유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속셈도 들어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EV) 보급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관련 환경 규제도 찰폐한다. 2023년 10월 바이든 정권이 도입한 인공지능(AI) 규제도 철폐한다. 이노베이션을 방해하고 과격한 좌파 사상을 주입한다는 판단이다. 

 

엄격한 이민 정책도 도입될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후보의 전기 정권에서 시작한 ‘국경 장벽’ 구축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해외에 주둔하는 수천명 군 병력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켜 감시 임무를 담당하게 할 방침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백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 송환할 계획도 밝히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가상적인 트럼프 2기 정권에서 펼칠 대외 정책 노선으로, 원칙적으로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를 위한 투자를 의무화하는” 정책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정권이 실현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및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부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주권을 보유한 독립된 국가들을 옹위하고 타국과의 평화와 통상을 증진하는 가운데 번영을 추구해 나아간다” 는 방침을 명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명기하지는 않았으나 “유럽의 평화를 되찾을 것” 이라고 밝히고 있고, 중동 정세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 함께 하면서 평화를 추구할 것” 을 강조한다. 

 

■ “트럼프, 과격 성향을 감추고 무당층에 접근하려는 승리를 위한 변심(變心)”  

 

이번에 공표된 2024 공화당 대선 공약은 대체로 이전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와 비교해 ‘온건(穩健)하고 세련(洗鍊)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달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맞상대 토론회에서도 대체로 ‘평온한’ 자세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극단적 보수 성향 정책연구기구 Heritage 재단이 내놓은 공화당 차기 정권 정책집 ‘Project 2025’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 공약집의 개발팀에는 트럼프의 이전 정권 당시 참모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Project 202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작전이고, 트럼프는 이 작전에서 위험한 MAGA와의 연관성을 숨길 수 없을 것” 이라고 비난했다.

      

이 ‘Project 2025’에는 대표적으로 연방 정부에서 좌파 사고를 가진 직원들을 일소할  이라는 등의 과격한 주장이 들어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인민자들을 체포해 국외로 추방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고, 의료보험 제도에서 긴급 피임약 적용을 중단하는 등, 공화당 보수파의 사상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를 폐지하는 구상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과격 성향 본심을 숨기고 무당층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려는 속셈으로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제스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는 극단적 정책을 싫어하는 무당파 중도 유권자들의 표심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 과거 대선 역사가 말해주는 정설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로은 일은 평소에 알려지기로는 과갹한 이미지를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공약 수립에서는 종전과 달리 유화적 자세로 나선 배경이 흥미를 끌고 있다.트럼프의 이런 변심의 배경에는 물론 그의 참모들의 역할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전략회의 석상에서 ‘의견이 없는 사람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며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독단전횡이라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귀에 거슬리는 의견일수록 경청하려는 자세인 것이다. 플로리다주  Mar-A-Lago 자택 인근에 마련된 선거전략 본부에는 지난 두 차례 선거 당시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달리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 위주의 경험이 풍부한 참모들이 조용하게 진(陣)을 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전통적으로 트럼프와 거리가 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숨겨진 지지층을 찾아내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 “바이든 토론회 참패 불구 박빙 판세, 대체 후보들의 약진에 주목”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회 참패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vs. 트럼프 두 후보는 어느 일방도 안심할 수 없는 호각의 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FiveThirtyEight 집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NPR/PBS News Hour/Marist College가 실시한 전국 등록 유권자들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 바이든 42%, 트럼프 43%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는 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고, 토론회 전에 비해서도 바이든 지지율에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큰 경합주 지역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상당히 앞서고 있다. Morning Consult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Arizona주 등 격전지로 분류되는 경합 주 7개 주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49% 대 43% ~ 50% 대 41% 등으로 앞서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 조사에서 민주당 대체 후보들이 근소하지만 트럼프에 앞서는 지지율을 보이는 점이다. 56세인 Gavin Newsom California주 지사는 50% 대 48%로 트럼프에 앞서고, 52세인 Gretchen Whitmer Michigan주 지사도 49% 대 48%로 앞서고, Harris 부통령도 50% 대 49%로 역시 트럼프 후보에 앞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부는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 사퇴 압력이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바이든 대통령 자신은 NATO 정상회담 종료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완주’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회견에서 ‘Harris 부통령이 자신보다 경쟁력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후보 사퇴를) 고려해 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돌아가는 미 대선 판세를 살펴보면, 아직 ‘어쩌면 대통령은 트럼프’ 라는 예단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민주당 후보 대체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혹시, 보다 젊고 강력한 호소력을 가진 후보가 등장하는 날이면, 이미 형사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아 중범죄자로 낙인찍힌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막판에 손을 쓸 겨를도 없이 결정적 위기에 봉착할 개연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진영이 이번에 종전의 고답적인 패턴을 벗어나 유화적 내용의 공약집을 공표한 것은 시의를 감안한 것이고 나름대로 승리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양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미국 대선은 날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응할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주변국들도 촉각을 더욱 곤두세워야 할 시기임에 틀림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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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3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4일 05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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