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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24 대선판에 ‘RFK Jr.’ 변수 부상, “트럼프 대항마는 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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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22일 09시24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22일 11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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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4 대선 투표일(11월 5일)이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미디어들은 바이든 vs. 트럼프 간 맞대결 구도에 지금까지 무소속으로 캠페인을 벌여 오고 있는 Robert Francis Kennedy Jr.(이하 ‘RFK Jr.’)가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민주당 충성파이고, 그도 이번 대선에 당초에는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로 신청을 했으나, 뒤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서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겨우 한 자리 수 수준에 그치고 있어 양당 후보에 비하면 월등히 뒤쳐지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호각지세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그의 향후 행보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 RFK Jr. “트럼프 상대 여론조사에서 나에게 지면 바이든 사퇴해야”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이달 초, RFK Jr.가 뉴욕 Brooklyn에서 열린 집회에서,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John Zogby Strategies’) 결과에 근거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여권 후보를 단일화할 것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RFK Jr.가 포함되거나 또는 제외되는 경우에서 모두 트럼프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면 자신과 바이든 대통령 가운데 누가 트럼프를 상대로 더 잘 싸울 수 있을 지를 두고 50개 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지는 후보가 사퇴할 것을 약속하자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미 정치 매거진 POLITICO는 RFK Jr. 후보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는 지금 트럼프를 꺾을 단 한 가지의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후보는 바로 나” 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RFK Jr. 선거 책임자들은 여론조사 결과 및 선거자금 지원 단체인 super PAC 등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 대신 RFK Jr.가 대선 후보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조사 결과에서는 바이든 혹은 다른 민주당 후보를 배제한 트럼프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RFK Jr.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RFK Jr. 선거 본부 책임자 Amaryllis Fox Kennedy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가하는 시나리오에서 그가 승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라며, RFK Jr. 만이 트럼프와 대결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을 바이든 대통령도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약속’ 제안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그리고, 설령 바이든 대통령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RFK Jr.는 어느 정당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대선 투표 용지에 후보로 남아 있으려면 50개 주 전 지역에서 충분한 지지 서명을 받아내거나, 아니면, 대선 승리를 위한 270명의 선거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그는 California 등 3개 주에서 성공적으로 서명을 모았으나, 그의 선거 본부가 주장하는 Hawaii 등 다른 7개 주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POLITICO는 RFK Jr.가 이번 집회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최근 민주, 공화 양측이 그의 출마가 선거 결과를 뒤흔들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RFK Jr.를 찍는 것은 사표(死票)가 될 것이라며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고, 민주당 측 전략가들도 RFK Jr.와 같은 제 3 후보들을 상대로 한 대응을 강화하는 공작을 벌여왔다. 

 

■ “최근 여론조사는 Biden; 41.1% vs. Trump; 41.6% vs. RFK Jr.; 7.2%” 


그러나, POLITICO는 이번 RFK Jr. 측의 주장에서는 ‘Biden vs. Trump vs. Kennedy’ 간 3자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 결과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POLITICO는 RFK Jr. 후보가 RealClearPolitics의 최근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집계에서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에 비해 약 11%의 지지를 얻을 뿐이어서 당선을 위한 선거인 확보에는 훨씬 뒤쳐져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FK Jr. 선거 캠페인 책임자들은 RFK Jr.가 뉴욕 주 대선 후보 명단에 남아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4만5,000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의 서명을 받기 위한 캠페인을 맹렬하게 벌이고 있다.

 

한편, RFK Jr.가 제시한 10월 중순까지 대(對) 트럼프 후보 단일화 제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실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제안한 10월 중순에는 일부 주에서는 이미 우편 투표나 사전 투표가 시작된 이후여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늦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나, 서명 캠페인 결과나 후보 자격 시비를 두고 벌어질 양당 진영의 법적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RFK Jr.의 능력이 오는 11월 대선에 미칠 그의 영향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 의회 전문 채널 The Hill이 20일 웹사이트에 공표한 최근 156개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는, Biden; 41.1% vs. Trump; 41.6% vs. Kennedy; 7.2%로 나타났다. 가장 최신 조사인 Echelon Insights (5월 14-17일) 조사에서는, 같은 순서로 38.0% vs. 43.0% vs. 9.0%로 나타났다. 뉴욕 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막음 돈’ 형사 재판과 관계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제 3 후보인 RFK Jr.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The Hill지는,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및 트럼프에 대해 염증을 쌓아온 결과를 배경으로, 과거 대선에 비해 제 3 후보가 약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RFK Jr. 진영은 두 후보를 상대로 한 3 자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통해 종전의 ‘고정된 충성’ 구도를 깨고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트럼프 지지층의 15%가 다자 대결에서 RFK Jr를 찍겠다는 의향”  

 

지금 상황은, 바이든 vs. 트럼프 두 후보는 초(超)박빙 형세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달 12-16일 실시된 NBC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은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나, 무소속 RFK Jr. 후보와 함께 같은 무소속 Cornel West 후보, 녹색 정당 Jill Stein 후보를 포함한 5자 대결 구도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의 15%가 RFK Jr. 후보를 찍을 생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조적으로, 바이든 후보의 경우에는 지지층의 7%만 RFK Jr. 후보에 돌아갈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들 표심의 향배가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양자 대결에선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후보를 단 2% 앞서나, 다른 후보들을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는 오히려 바이든 후보가 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RFK Jr.는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 민주당원이었고, 미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민주당 혈통 가계의 귀공자 격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의 자유주의적 편향성과 반(反) 백신 지지 성향 등은 공화당 진영의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공화당 진영에서는 RFK Jr.의 부상이 서로 자기 당 후보에 위협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RFK Jr. 후보 측이 투표 용지에 남으려고 American Value PAC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불법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 측도 RFK Jr.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 위협이라는 점을 애써 과소 평가하면서도, 그가 최근 보수 성향 미디어에 자주 출연하는 것을 두고 ‘우려되기도 하고, 논리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POLITICO는 RFK Jr. 후보 웹 사이트에 게재된 69건의 미디어 출연 목록 중에 거의 절반이 보수 편향 혹은 자유주의 편향 진행자와 대담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New York Times도 RFK Jr. 후보는 ‘과거에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유권자들을 탈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후보에 2% 앞서나, 제 3 후보를 포함해 5자 대결로 확대하면 바이든; 39%, 트럼프; 37%, RFK Jr.; 13%, Jill Stein; 3%, Cornel West; 2%로 나타나, RFK Jr.가 바이든 표보다 트럼프 표를 더 많이 빼앗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응답자들 중 약 15%가 5자 대결에서는 RFK Jr. 후보를 선택했고,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 중에서는 7%만이 RFK Jr. 지지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공화당 지지 유권자 중 40%가 RFK Jr.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15%만이 ‘부정적’ 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 유권자 중에서는 단 16%만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53%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RFK Jr.가 바이든 지지자들보다는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에 호소력이 더 큰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제 3 후보 출마가 바이든 후보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기존 정치 인식과 배치된다. 한 정치 분석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지적한다. 하나는 예외적인 결과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전조(前兆)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정치 성향은 ‘극단적 진보’ 노선, 최근엔 ‘뇌 건강’ 문제도 불거져”  


그의 정치 성향은 매우 ‘극단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종종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작년 3월 무소속 출마 선언 전까지 주로 환경 변호사, 反백신(anti-vaccine) 분야 등에서 활동했고, 反백신 활동을 벌이며 역(逆)정보, 오(誤)정보 활동도 전개했다. 특히, Covid-19 국면에서는 ‘막대한 부(富)가 부유층으로 이전됐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평소에 정부는 기업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환경청(EPA)은 석유 재벌에 의해, 식품의약청(FDA)은 대형 의약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가난한 자와 부자와의 격차 해소를 위해 부자들에게 더욱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의 ‘부유세(Wealth Tax)’ 제안에 찬동한다. 한편, 환경 정책에 관해서는 선동적이고 기득권 제도에 반하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현 미국 사회 및 경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값싼 청정 그린 에너지 정책을 지지한다. 그는 원자력 발전도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높고 국민 안전 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외교 및 대외 군사 개입 문제에서도 대단히 극단적 성향을 보인다. 사우디 등 독재 정권과의 동맹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도 반대한다. 그는 ‘러-우’ 전쟁을 ‘미-러’의 대리전이라며, 러-우 전쟁 해법으로 ‘민스크 조약(Minsk Accords)’에 입각한 평화 협정을 지지한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도 반대하면서도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를 NATO에 가입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특정국에 쿠데타를 부추기는 등, 외국 정부에 대한 개입을 반대한다.

 

그는 올해 70세로, 하버드 대학 졸업 후 Univ. of Virginia에서 법률을 전공했다. 2014년 결혼한 세번째 부인과 살며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미국 35대 대통령 John F Kennedy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을 역임했던 Robert F Kennedy의 아들이다. 백부인 JFK 대통령, 부친인 RFK 모두 비운의 암살로 세상을 떠났다. 숙부인 Edward M. Kennedy 전 상원의원이 몇 차례 대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고, 이제 RFK Jr.는 미국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의 마지막 기대주로 남았다.

 

최근 CNN은 RFK Jr.가 과거 ‘뇌 기생충(Brain Parasitic Worm)’ 감염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머리가 멍하거나 기억이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혈중 수은(水銀) 농도가 높아 화학적 제독 치료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증상은 그가 환경 보호 활동을 위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RFK Jr. 선거 본부 측은 이런 건강 문제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해결됐고, 지금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탁월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81세의 바이든, 77세의 트럼프에 비하면 70세인 그가 건강 상 경쟁력이 높다는 주장이다. 

 

■ “RFK Jr.는 11월 선거에서 ‘훼방꾼(spoiler)’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NYT는 최근 한 정치 분석 기사에서 ‘RFK Jr. 무소속 후보는 궁극적으로 지금보다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FK Jr.가 처음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일반적인 생각으로 그가 바이든 대통령 표를 깎아 먹는 ‘훼방꾼’ 역할을 할 것이어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으나, 현 상황에서는 그렇게 속단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NYT는 최근 발표한 New York Times/Siena College 여론조사 결과, RFK Jr. 후보가 5자 대결 구도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의 8%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나, 바이든 후보 지지율보다 더 많이 가져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RFK Jr.가 지금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반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RFK Jr. 후보는, 과거 민주당 지지였으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던 유권자들 중에서 ‘불균형 하게’ 표를 빼앗고 있다. 이런 결과는 많은 의미를 갖는다. 통상 민주당에 경도되는 ‘무당 층 젊은 유색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실증을 느낀 나머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던 것이고, 이들이 쉽게 RFK Jr.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에 더해서 러-우 및 이-하마스 전쟁 등 대외 이슈들로 인해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곤경을 겪고 있다. 한편, The Hill의 1,255개 여론조사 결과 집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40.8%, 불지지율은 55.6%로 나타났다. 동 지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나, 유권자들은 변화를 열망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진영은 재선 필승 전략으로 트럼프세(勢)가 압도적인 Georgia 등 남부 격전주는 차치하고, ‘파란 벽(壁)’으로 불리는 Michigan, Pennsylvania, Wisconsin 3개 주에 선거 자금 등 가용 자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보로 사실상 확정지은 공화당은 지금 전통적 보수 이념으로부터 상당히 일탈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암반(岩盤)’ 지지층 ‘MAGA’ 그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이는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에 패했을 당시 트럼프 유형의 피해자 의식에 기반한 미국 제일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지지 세력의 이념이 과거 공화당 대통령들과 달라지고 있는 점은 대외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Ronald Reagan 대통령은 냉전 당시 소련을 상대로 강경 자세를 유지하며 해외 분쟁에도 개입했다. George Bush(子) 대통령도 이라크 전쟁에 개입해 아랍국들의 민주화를 촉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 현 공화당 지지층의 53%는 미국은 세계 정세에 ‘관여하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응답했다. ‘관여해야 할 것’ 이라는 응답은 47%에 그쳐, 소극론이 과반을 넘었다. 이처럼, 지금 미국 사회는 공화당의 ‘트럼프당(党)화’와 함께 점차 떨어져 나가고 있는 두 개의 미국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양당 후보들이 꼭 맞게 평형을 이루고 있는 형국에서 RFK Jr. 후보는 어느 후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향해 트럼프에 맞설 후보는 바로 자신이라고 호언을 하고 있으나,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을 가지고는 어느 후보와 필적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에는 ‘결정적인 무게 추’ 역할을 할 가능성은 큰 상황임도 부정할 수 없다. 바이든 후보 진영은 아마도 같은 뿌리인 민주당 쪽으로 넘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뉴욕 법원, ‘입막음 돈 불법 지불’ 재판 심문 28일에 종결 예고”  


이런 가운데, 지금 뉴욕 법원에서 진행 중인 형사 재판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재판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가 이전에 불륜 상대였던 포르노 여배우에게 불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불하고, 이를 감추려고 개인 기업 Trump Org. 회계 기록을 조작했다는 혐의다. CNN 패널리스트는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단순 명료하게 트럼프 유죄를 호소하는 반면, 트럼프 측은 사건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초점을 흐리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재판은 지난 월요일 핵심 증인인 트럼프 후보의 전 집사 Michael Cohen 변호사의 증언을 끝으로 이제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뉴욕 검찰은 이미 심문 종결을 선언했다. Cohen 변호사는 불륜 당사자 Stormy Daniels를 제외하고는 뉴욕 검찰이 신청한 거의 유일한 증인으로, 트럼프가 기업 회계 조작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당 판사는 원래 이날로 예정됐던 심문 종결을 5월 28일로 연기할 것을 잠정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측의 증인 심문이 남아 있다. 

 

당초에 트럼프 측은 이 사건 기소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지도 모르나, 이제 이 재판은 많은 국민들이 주시하는 최대의 정치 이슈가 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만일 이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 이에 더해 RFK Jr.가 자신의 지지층을 빼앗아 가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아도 현 미국 헌법 상 형사 범죄자의 출마를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 대선 출마를 계속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법원 출석 의무 외에 선거 캠페인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유죄 여부에 불구하고 트럼프가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정식 선출되면 그는 11월 대선 투표 용지에 이름이 계속 올라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법률 전문가(Mike Spence, Univ. of Colorado 법학 교수)는 유권자들을 향해 “당신은 진정 범죄자가 대통령직에 앉아서 이 나라를 운영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반문한다. 그는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유죄로 판결되면 실제로 투표장에서는 법을 지키는 자가 미국을 이끌도록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법률적으로 출마가 허용된다 해도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유죄 판결되면 트럼프에 ‘큰 타격’; 무당 파 지지층 이탈 가능성”    


최근 POLITICO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지금 진행 중인 ‘불법 입막음 돈’ 관련 형사 재판의 판결이 11월 이전에 나오고, 혹시 한 두 건의 다른 형사 재판(연방 2건, 뉴욕 1건, Georgia주 1건)이 재개되는 경우에는, 트럼프의 2024 대선 캠페인 과정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조사 대상 유권자들의 50%가 뉴욕 법원에 기소된 사안에서 트럼프가 유죄라고 믿고 있다. 다른 3 가지 형사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비슷한 응답을 보이고 있다. 그 중, 공화당 지지자들은 14%, 민주당 지지자들은 86%가 그렇다고 응답해 극단적인 당파적 성향을 보이고는 있다. 다음으로 나타난 특징은, 만일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응답자의 32%가 트럼프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특히, 무당 층 지지자들의 36%가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미국인들 대다수(70%)가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형사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 면책 특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48%도 면책 특권을 부정했고, 단 11%만이 면책 특권을 인정했다. 이는 미국인들은 트럼프 측이 줄곧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영구하고 포괄적인’ 면책 특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미국인들의 역사적, 민주적 헌법 인식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미 공영 방송 PBS News는 최근,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시되는 것을 계기로, 공화당 내부의 분열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월 경선에서 마지막으로 후보를 포기한 헤일리(Nikki Haley) 후보는 끝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트럼프 진영은 극렬 지지층 MAGA 그룹에 의존하며 ‘온건 공화당 지지층’ 및 ‘무당파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는 등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돼 결정적 타격을 받는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표를 원하는 반대 진영으로 이탈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뉴욕 재판 심문이 예정대로 종결되고, 바로 배심원들의 숙의(deliberation) 절차가 시작되면, 아마 수 주일 내에 이 사상 초유의 역사적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을 ‘고령에 건강 상태도 문제’ 라고 공격해 온 트럼프도 최근 한 집회에서 연설 도중 한 동안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올해 77세인 풍운의 정치인 트럼프의 정치 운명도 이 시점에 결정적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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