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의 라인 지분 조정, 정치적 이유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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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대만 라인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주 인상적인 것은 대표를 제외한 모든 임직원이 대만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 때 내게 와 닿은 단어 하는 바로 글로컬리제이션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고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인 글로컬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글로컬리제이션에 걸맞게 라인(ライン, LINE)은 태생부터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네이버의 일본 법인은 국내에서 카카오톡에 밀리던 네이버톡을 동일본대지진 때 유무선통신이 단절됨을 극복하게 위해 자연재난시에도 연결이 가능한 메신저를 일본에 구축하여 꾸준히 시장을 개척해 왔다. 통신시장에서 초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매몰비용(Sunken Cost)은 어느 산업보다 크다. 하지만 전환비용(Switching Cost)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작년 3월말 기준으로 월 1회 이상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9,500만 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1억 2,450만 명)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하루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DAU(Daily Active Users)도 이용자의 86%에 다다르고 있다.
이후 라인은 대만, 태국, 중동, 남아메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108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용자 수가 해외 이용자 수가 국내 이용자 수보다 휠씬 많다. 해외 진출은 당시 이해진 NHN의장이 주도하였고 개발은 신중호 박사가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은 강현빈 라인플러스 해외담당 이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인의 성장전략은 아마존과도 비슷하다. 플랫폼 위에 라인페이, 라인망가, 라인뮤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을 하고 있다. 현재는 결제와 송금은 물론이고 라인뉴스로 뉴스유통업자로, 라인닥터로 병원 예약하고 비대면 진료를 받기도 하고, 라인쇼핑으로 전자상거래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일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수퍼 앱'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는 한국 네이버의 신속한 서비스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라인의 거버넌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중호 이사 이해진 대표 그리고 손 마사요시회장 간의 갈등의 소지도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추세와 맞물려 일본 내에서 '일본인의 생활 중심이 된 플랫폼을 일본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라인의 일본내 경쟁자 바이버 (バイバー, Viber) 이다. 바이버는 대내외적으로 라인보다 더 많은 이용자 수가 가지고 있지만 일본내에서 아직은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2014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인 라쿠텐은 9억달러에 바이버를 인수하였다. 앞선 언급한 대로 라인의 진격은 라쿠텐에게는 반가울 리 없다. 라쿠텐 그룹은 일본내 1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업체인 라쿠텐, 제4 이동통신인 라쿠텐 모바일, 인터넷전문은행인 라쿠텐은행, 라쿠텐 페이, 라쿠텐 트래블을 거느린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이다.
특히, 2021년 3월에 라인과 소프트뱅크와의 경영통합으로 위기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라인이 NHN의 중국 현지 법인과 업무 제휴를 맺어온 것이나 라인의 일부 데이터가 우리나라에 위치한 서버에 보관되어 온 점이 보도되어 언론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제기하면서 일본 국민감정을 자극하였다. 일본인 대다수는 라인의 모회사가 한국의 네이버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앞선 언급한 것처럼 통신산업 특히, SNS의 경우 전환비용이 거의 영(Zero)에 가깝다. 그러므로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누가 손실을 입을 것이고 누가 이익을 취할 것인지를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최근 앞다투어 정치인들이 양국 국민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자기의 비즈니스도 아니면서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한다. 이러한 발언으로 당사자인 라인야후와 네이버만 곤혹스럽다. 반사이익은 전혀 다른 쪽인 바이버가 의문의 1승을 가져갈 지도 모른다. 현재,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신중호 사내이사가 등기이사직을 내려 놓은 상태이다. 현재 일본 정부도 더 이상 확전을 원하지 않은 듯 하다. 기업운영은 경영자들이 하는 것이지 정치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공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라는 것이 어쩌면 최상일지 모른다. 또한 라인 역시도 다시 한번 글로컬리제이션에 대한 초심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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