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9> 국민경제 재생프로젝트. 풀뿌리 산업의 성장 토대 2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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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인구대비 식품산업 규모의 타당성, 국가 중점 산업과 연계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의 문제, 대한민국 전체 일자리 수 24,725,000개의 반에 가까운 1천만 개 에 해당하는데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 육성이 없는 문제를 다뤘다. 본편에서는 선행 과제를 다루고 다음 편에 대안으로 이어진다.
II. 식품산업의 선행 과제
II-1. 제조업 중심 국가를 넘어서려는 인식 부재
우리나라의 산업적 관심은 제조업에 집중되어있다.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사고인데 문재인정부 3대 중점 육성 신산업에도 비메모리, 바이오, 미래차가 지목되어있고 올 3월 6대 첨단산업(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에 550조 민간투자 유치를 하기로 하며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시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기로 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런 유형의 보도가 나오면 으레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당연시하고 있다. 식품산업에 대한 보도는 가뭄에 콩 나듯이 한다. 주로 나오면 가격 폭등, 폭락에 관한 얘기이며 식품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말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조업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니 마이너스 경제니하는 문제가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에만 방점을 찍고 가면서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OECD국가의 GDP대비 서비스산업 부가가치 비중 평균은 71%이고 미국은 79.5%이며 우리나라는 평균에서 한참 모자란 59.1%(2022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다.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우리는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때부터 ‘서비스산업 육성과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과제를 내놓고 추진하였고 이후 정부도 말은 꺼내놨지만, 15년 동안 발전변화는 지지부진하다. 변화가 없는 것은 서비스산업이 국가동력이 된다는 인식이 부족해서이다. 또한, 근로자의 처우도 매우 열악하다.
II-2.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과 식품 산업의 연계성 및 발전 가능성
서비스업은 비물질적 생산물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여기에는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 운수, 통신업, 금융, 보험업, 부동산, 임대업, 교육 서비스업, 사업 서비스업, 지식 정보, 콘텐츠 산업, 보건, 의료 서비스업, 공공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전체 근로자의 비중은 2011년 69.2%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70% 안팎이다. 영국(82.4%)과 미국(79.9%) 등 선진국과의 차이가 크다. 고용 비중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다양한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만든다면 국가의 재정은 튼튼해질 것이고 서민의 삶도 넉넉해질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상당 부분이 관광이나 여가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관광이나 여가를 즐기다 보면 마무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식품산업이나 서비스산업이 내수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문제는 전편에서 거론하였고 고부가가치로 변환하려면 수출을 많이 하거나 해외 외국인의 유입이 많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여러 가지로 닮아있는 옆 나라 일본의 경우 10년 사이 우리나라를 추월하여 관광 대국이 되었다.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2018년에는 3000만 명을 돌파했다. 2005~2011년까지 연간 600만~800만 수준에 머물던 일본이 이렇게 급성장 원인 중에는 식품산업이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는 19억2천만명이다. 다른 종교인은 먹는 것에 대하여 자기 기호로 선택하지만, 이슬람교도들은 율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할랄(허용되는 것), 하람(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엄격하다. 일본의 유명 관광도시를 가면 할랄식당이 잘 갖춰져 있고 마트에 가도 할랄 식품이 잘 진열되어있다. 일본을 찾는 이슬람교도들은 큰 불편없이 먹고 자고 놀 수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장 큰 도시 서울에서도 할랄식당은 43개에 불과하다. 또한, 관광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서울이 이러한데 다른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마트에 가면 온통 못 먹는 음식들이다. 이슬람교도들은 종교에 매우 진지하므로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해야 하고 율법이 정한 데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조건을 맞춰줄 환경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슬람교도는 엄청나게 많지만 먹는 문제, 기도하는 문제로 한국 방문을 꺼린다. 용기를 내어 방문을 해도 먹는 문제로 상당히 고통을 당하다가 귀국한다는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식품산업의 다민족 다종교에 대한 환경 조성과 고도화를 이뤄내야한다. 우리나라가 놓치는 수천만명의 해외 관광객만 유치해도 연관된 서비스산업은 팽팽 돌아갈 것이다.
II-3. K-Food의 고정관념 타파
한류의 확산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더불어 다양한 한국문화의 체험을 요구하는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그런 환경 변화에 따라 K-Food도 해외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국 음식을 알린다는 것에 너무 매몰되어 떡볶이, 불고기, 비빔밥, 김밥 등의 한국 전통성이 있는 음식만 해외로 진출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K-Pop을 생각해보자. K-Pop은 민요도 아니고 창도 아니다. K-Pop에는 한국 전통문화 요소가 전혀 없다. 외국 문화를 한국식으로 재가공하여 이미 친숙한 그들의 문화를 맛깔나게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피자는 마치 미국 음식 같다. 키위는 뉴질랜드 과일 같지만 동양이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엔 이미 K-Pop처럼 외국의 수많은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 식당 중에서 K-Pop처럼 외국인들을 크고 깊게 감동시킬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이미 친숙한 범위에서 유니크함을 보일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생전 처음 보는 순대나 곱창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보다 그들도 편하게 먹고 있고 우리도 편하게 먹고 있는 치킨을 수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국의 치킨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맛이 있다. 치킨은 이미 K-Pop처럼 외국 음식이 한국화 되어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음식도 한국화가 되어있고 인도음식도 한국화가 되어있으며 양식은 응용되어있는 레시피가 넘쳐난다. 이것들이 모두 K-Pop처럼 세계를 호령할 자원이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자원이 보이고 자산이 된다. 또한, 태권도가 전 세계에서 체육관이 제일 많은 것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많아져야한다. 현재는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해외 관광지에 패키지 여행자들의 식사 제공을 위해 교민이 운영하는 한식당들이 대부분이지만 국가에서 지원을 하여 일종의 문화원처럼 파견의 성격을 갖는 한국인 식당을 늘려야한다. 식당에서 한국 음식도 알리고 한국문화도 알리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식품소비가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해야한다. 전진기지는 장기적으로 지역문화를 바꿀 수 있다. 태권도장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면서 전 세계에 1억명 이상의 태권도인이 있는 것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양한 식당은 우리나라의 식자재와 완제품 식품을 지속적으로 수출시키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고정관념부터 없애서 한국식 스테이크, 한국식 스파게티, 한국식 피자가 팔리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II-4. 식품의 가치 생성
서비스업은 비물질적 생산물을 제공하는 산업인 만큼 정해진 가치가 없다. 모든 요소가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의 차이가 날 수 있고 이를 소비자는 인정한다. 기능적으로 매우 쓰임새가 적은 명품백이 수백, 수천만 원에 팔리지만 기능적으로 우수한 시장바구니는 1~2천 원이면 산다. 식품은 맛의 즐거움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의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만든이의 이야기나 역사가 가치를 높인다. 한국음식은 건강한 맛이라는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건강함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마땅한 내용이 없다. 한 두가지가 있는데 사스가 유행할 때 한국이 무풍지대였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김치를 먹어서 였다’는 비과학적 이야기가 있고 먹방이 유행하면서 외국인들이 방송에 나와 이 낯선 음식의 맛을 설명할 때 딱히 할 말이 없어 ‘건강한 맛’이라고 자주 하면서 확산하였다. 코카콜라는 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판다고 한다. 코카콜라는 청량함이라는 기본 속성 위에 스포츠, 영화, 음악, 미술, 사회현상 등 다양한 스토리를 연계하여 긍정의 가치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 소주와 맥주에는 이런 브랜드 마케팅 기법이 들어가서 가치를 팔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의 식품에는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한식 중의 하나인 불고기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언제까지 ‘맛있다’ ‘맛없다’의 단답식 저부가가치의 세계에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수출을 안 하고 한국내에서 판매만 할 때도 가치의 생성은 매우 중요하다.
II-5. 식품 산업 해외 진출의 제도적 보완
위에서 거론한 코카콜라는 시가총액 322조, 매출액 39조원, 종업원수 86,000명의 엄청난 회사이다. 코카콜라는 매일 200여개국에서 20억 잔씩 팔리고 초당 2만 잔 넘게 팔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아이콘답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식품산업에서도 이런 공룡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현실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우리의 법 제도는 허가위주의 포지티브 규제이고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여서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정말 안되는 몇 가지 외에는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순한 음료 하나만 만들어도 들어가는 성분에 따라 허가해주는 주무 기관이 다르다. 또한, 기관이 다른 만큼 기준도 다르다.
그런데 기관이 달라도 서로 협의하여 허가를 내주면 될 수 있는데 기관끼리 깜깜히, 칸막이 업무로 신생상품의 허가가 안 나오거나 10여년 걸리는 때도 있다. 그 사이 개발자는 망한다. 또한 평가 기준이 대기업의 상품에 맞춰져있는 경우가 많아 신생기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그래서 왠만해서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어렵다. 그런데 MZ세대 10명중 8명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려는 입장이고 인공지능과 로봇의 보급이 촉진되면 남는 것은 서비스업인데 지금의 제도에서는 용기를 낼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2022년 11월 18일 경제부총리와 민간 전문가를 공동팀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민간 주도로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거의 모든 부처가 참여한 대형 TF팀이 마련되었지만 2011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이후 12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대가 심한 의료보건을 제외하고 입법 추진 중이다.
사람은 10여 일만 굶어도 죽는다. 서민은 1달만 수입이 없어도 죽는다. 12년은 너무 가혹하다.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기 힘들다면 규제를 완화하고 허가라도 부지런히 내주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계속)
<다음 편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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