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상 최대 독도 수호 훈련과 '조국 구하기', 그리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26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27일 16시50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 14

본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가장 깊은 수렁에 빠졌던 부분은 외교안보 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문 정권이 주변국들의 도발로부터 영토주권을 지키는 안보 강화 훈련을 한다고 발표해서 무척 기뻤다. ‘참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 정권이 결정한 안보 강화 훈련지역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을 상대로 한 서해NLL이나 동해NLL 수역이 아니고 독도였다. 왜 독도였을까?


물론 최근 들어 중국, 러시아의 전투기들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독도 영공까지 침략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독도 영토방위 훈련을 실시하는 것 역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군사작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제까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영토 안보 강화 훈련에는 손 놓다시피 하던 현 정부가 느닷없이 주변국 도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수호 훈련을 공개적으로 전개하는 목적과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 문 정권은 가공할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심각한 안보 위협을 눈앞에 두고 이에 대한 방어 훈련은 외면한 채, 고요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독도에 가서 왜 곤히 잠들어 있는 갈매기 떼들이나 쫓는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훈련을 전개했을까?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엉뚱한 독도 수호 훈련에 집착하게 된 숨은 목적은 군사안보적인 훈련이라는 미명하에 철저히 국내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 국내정치적인 의도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조국 구하기.’

독도 방어 훈련의 시점을 평일에 잡지 않고 주말로 잡은 것도 전략적인 타이밍 선택이었다. 뉴스가 없는 주말 타임에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훈련을 강행하면 모든 언론 뉴스의 탑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들끓고 있는 ‘조국 문제’를 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디어 전략까지 병행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 보도를 보면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훈련은 별 효과가 없었다. 아니 현 정권이 ‘조국 구하기’를 위해서 군 병력까지 총동원한 안보 강화 훈련까지 악용하는 엄청난 적폐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국민, 주변국은 그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왜 현 정부가 하필 이 시점에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훈련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그 숨은 의도를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속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광화문 집회장에는 문 정권 출범 이후 최대인 약 10만에 육박하는 반정부 시위군중이 운집했다. 그리고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은 연합촛불집회를 구상하고 있으며 급기야 서울대 총학생회까지 촛불집회 개최를 공개천명하고 나섰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현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훈련을 공개적으로 전개시키면 일본이 자위대를 급파하면서 난리법석을 떨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정국은 순식간에 일본과의 군사적 대치국면으로 돌입하면서 일촉즉발의 해양 대전의 전운이 감돌 것이고,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비등해 왔던 조국 인사문제는 수면으로 가라앉으면서, 대신 반일의 주도권을 거머쥔 정부여당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보통의 상황이었더라면 이런 예측은 적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지금 한국정부가 일본과의 지소미아(GSOMIA)를 깨버린 이후 한국이 어떤 안보 난동을 펼치는지, 이 난동이 언제 그리고 어디까지 가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비상사태에서 문 정권의 전략에 말려들 미국과 일본이 아니었다. 그들은 독도 군사 훈련이 모두 국내정치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본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방책까지도 모두 전달했을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일본 대사관의 외교관들은 한국에 놀러 와서 구경하고 잠만 자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 보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고 지금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비밀 정보를 취합하느라 밤잠을 설칠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 대신, 일본이 주적국(主敵國)으로 떠오르는 황당한 현 상황을 맞아 주한 일본외교관들은 정신없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외교 행랑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공개적으로 보란 듯이 전개한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훈련의 목적, 의도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과 정서까지도 종합하여 독도 훈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책을 본국에 타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베 수상은 주한 일본대사관으로부터 타전 받은 책략을 중심으로 문 정권의 독도 훈련에 대응했다. 결론은 ‘일절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말 것, 반응하지 말고 무시할 것, 단, 외교부에서 형식적 코멘트만 하나 예의상 내 보낼 것’과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결국 일본은 미리 문 정권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보고 문 정권의 노림수에 놀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을 빼 버린 것이다. 일본이 맞장구를 쳐 주면서 강력한 군사적인 대응정책을 펼칠 경우에 한에서만 문재인 정권이 펼친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훈련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김빠진 맥주처럼 이런 상황을 맞게 된다. 한마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 꼴’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문 정권이 사상 최대 규모의 독도 수호 훈련을 강행한다고 했을 때, 주일 한국대사관에서는 얼마나 철저하게 일본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취합하여 본국에 타전했을까 하는 점이다.
혹여 문 정권이 사상 최대 규모 독도 훈련을 전개하더라도 아베 정권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는 일본 정가의 기밀 정보를 빼내 본국에 타전했을까? 그리고 이 정보의 정확성을 바탕으로 독도 훈련을 하더라도 일본의 반응은 없을 것이니 정치적 목적이라면 독도 훈련은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대응책을 본국에 보고했을까 하는 점이다. 설령 이런 보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NSC팀이 무시하고 독도 훈련을 강행했다면 청와대의 국정판단 기능은 이미 식물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한국은 아베의 속내와 일본 정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문 대통령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일본은 대일 감정을 극대화시켜 국내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문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간파하고 여기에 일본이 희생양이 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이 ‘독도 무대응 정책’을 펼친 것은 ‘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일본을 더듬이 수준에서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다는 정보 구멍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셋째, 이번 문 정권의 사상 최대 규모 독도 훈련에 과연 우리의 육, 해, 공군과 해경만 참가한 것인지 아니면 한미연합군이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 점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상 최대 규모 독도 훈련이 한국군만의 단독 훈련인가 아니면 한미연합군의 합동군사훈련이었나? 

만일 정부가  한국군만 참가한 채 독자적 훈련을 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한미동맹 연합 방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인가? 한미 연합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정부가 원한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거부한 것인가? 앞으로 독도 문제가 군사적 대치 상태에 다다랐을 때 만일 일본이 미일 연합군 향태로 접근해 들어오면 우리는 한국군 단독으로 맞서겠다는 것인가?

북한과의 관계를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운 문 정권이 북풍 조작을 일으키면 최대 업적이 최대 패착으로 공격받아 민심을 잃게 될 것을 벌써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북풍 카드는 지금보다 더 절박한 시점에 활용할 카드로 저장해 둔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북풍(北風)이 아닌 일풍(日風) 조작으로 선거를 치러볼 생각인가? 독재정치의 흉내를 내는 것도 왜 이렇게 어색한가? 독재자, 독재정치로부터도 국부(國富)를 증식시키는 좋은 점이 있다면 왜 그런 장점은 배우지 못하고 왜 최악의 적폐적 단점만 배워 흉내를 내려 하는가? 중국 공산당 등소평의 상징적인 실용주의 노선인 흑묘백묘(黑猫白描)론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국가 안보를 위한 영토 수호 훈련을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문 정권의 ‘일본 때려 조국(曺國) 구하기’와 그 허망한 실패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있고,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조국(曺國)을 향한 죽창가를 더욱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다. 급기야 오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까지 본격적으로  촛불집회 개최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촛불정신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했던 문 정권이 청년들의 촛불 정신을 짓밟을 것인가. 이것은 자기 부정이자 정체성 부인이다. 다가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주최 촛불집회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ifsPOST>

14
  • 기사입력 2019년08월26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27일 16시5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