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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같은 또 다른 괴물을 만나지 않기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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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24일 17시17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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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불합리한 관행을 몰아내고 합리적인 사회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는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국정지지율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 높은 국정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급증 탓에 자칫 사회 각 영역의 생태계를 왜곡하고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은 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잔뜩 화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주고 박수 받는 사이다 같은 정책과 오랜 불합리한 관행으로 억눌린 국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핫초콜릿 같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과 소탈하게 소통하며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노력하는 대통령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우리가 기다렸던 지도자를 이제야 만난 듯한 행복함에 젖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사회의 각 영역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백화점 열거식 정책들을 쏟아 내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정적인 효과는 간과하고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정책 간의 상충으로 인한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삶의 질은 돈 몇 푼으로 나아지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함께 꿈 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삶의 질은 나아질 것이다.

 

현 정부는 최순실 사태라는 대한민국 역사 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을 겪고 우리가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다. 현 정부를 믿자. 그리고 현 정부가 조급함에 사로 잡혀 미래를 소홀히 하는 정책을 쏟아내지 않도록 현 정부가 미래를 위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현 정부가 적폐 척결이라는 채찍과 함께 용서와 화합이라는 당근을 들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힘을 보태주자. 핵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를 긴장 속에 몰아 넣은 북한 정권도 용서하고 그들과도 화합할 수 있는 정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치 군영처럼 변해가는 우리 사회에 있다. 쏠림현상이 뿌리 내린 사회에서는 어떤 정권도 균형 잡힌 국정 철학을 가지기 힘들다. 현 정권의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와 미래를 위한 충언 조차도 현 정권과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면 적폐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도 되짚어봐야 한다. 나와 다른 논리와 견해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을 무시하고 증오하기까지 한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동조를 위한 집단 압력 때문에 비 대중적인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집단사고 현상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집단적 쏠림 현상은 도를 넘은 듯하다. 사회적, 정치적 신념과 관점을 달리 하면 가족과 친구의 연도 끊을 수 있는 우리다. 우리는 일체의 다양성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건설적인 갈등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건설적인 갈등은 집단 구성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창의력에 기반을 둔 혁신을 촉진하며 집단사고를 지양함으로써 근거가 약한 가정에 기반을 두고 대안에 대한 적절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의사결정을 막아준다.

 

감자가 주식이던 19세기 중엽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대 기근의 원인은 감자마름병에 내성을 가지지 못했던 단일 품종의 감자가 아일랜드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 많은 사례를 통해 다양성을 잃은 종의 멸종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년 내에 지구 상에서 바나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전 세계 99%의 바나나 농장에서 생산성이 좋고 수확 이후에 익는 속도가 느려 수출에 적합한 캐번디시라는 단일품종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한 사회를 추구하며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전에 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정권의 과오를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조급함과 쏠림현상이 자칫 최순실과 같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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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24일 17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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