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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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올해 말 파리에서 열리는 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부끄러운 손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회의는 150여개 국가들이 자국의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가져와 이를 회의 의제로 올려놓고 향후 2020년 이후 기후변화체제에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감축할지를 평가받는 자리이다. 모든 국가들이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제출해야하지만,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미국과 같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국가나,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이 얼마나 의욕적인 감축목표를 제출할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 정부가 준비한 감축목표 초안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은 2009년에 2020년 BAU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전 세계에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네 가지 감축목표 초안은 2030년 BAU(8억 5천 600만톤)대비 각각 14.7%, 19.2%, 25.7&, 31.3%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이 중에 한 가지 시나리오를 6월 말까지 결정하여 UN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어떤 목표가 선택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네 가지 감축목표 중 가장 의욕적인 4번째 대안이라도 2009년에 설정한 2020년 목표 감축목표로 환산해 보면 후퇴한 수치이다.
지난 몇 년간 여러 국제회의에서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한국의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제 슬그머니 낮추려 한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작년 리마 20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의한 ‘후퇴금지’ 조항에 대놓고 어기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최근의 경제침체를 반영하여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현실적인 감축목표로 재수정했다고 말하겠지만, 경기침체는 한국만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제사회는 지난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가 이번 정부 들어 완전히 바뀌고, 한국이 더 이상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모범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것에 상당한 실망감을 표현할 것이다. 한국이 어떻게 GCF와 같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게 되었는지 잊어서는 안된다. 국제기구는 유치했으나, 유치 후에는 태도를 바꾼 나라라는 오명을 얻을 것이다. 혹여 만일 지난 정부에서 발표한 목표가 한국의 감축잠재력을 잘못 추정해서 나온 목표이며, 이번에 최근 배출추세와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목표를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일국의 감축목표 설정을 어떻게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설정했는지 손가락질만 당할 변명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관련 기술, 산업,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역행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화, 전기자동차, IT 융합 에너지 관리·저장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 등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려는 국가들에서 녹색기술에 대한 민간의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수정한다면, 그동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신뢰와 국격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또한 진정성 없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국내 경제주체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산업 그리고 시장의 성장을 막게 되고, 국민들의 인식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라도 한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재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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