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즉각 인양하라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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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사태)으로 한국경제에 심각한 경제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영화관, 경기장, 백화점, 놀이공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입장객은 30%-70% 정도 감소했고 줄기는 했지만 문을 닫은 학교가 수 백 여개에 이른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의 교통량도 현저히 줄었고 지하철 사용자 숫자도 많이 줄었다. 작년 세월호 사고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2010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왔었다. 4.4%(2010)=>2.9%(2011)=>1.9%(2012)=>1.8%(2013) 국민의 소비능력이 지속적으로 침하하고 있던 와중에 세월호재난(2014)과 메르스충격(2015)이 원-투 펀치를 날린 격이 된 것이다.
(1)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충격의 크기
메르스사태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세월호사태의 충격을 대비해 보면 알 수 있다. 세월호 경제충격은 바로 그 다음 달인 5월부터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때 명목소비지출증가율(전년동기비)은 1분기 3.6%에서 2분기 1.9%로 1.7%p, 절반 정도 꺾어 놓았다. 메르스 사태의 경제충격이 세월호 경제충격보다 더 크고 즉각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세월호 충격은 안산이라는 극히 국소적 지역에 뿌리를 둔 반면 메르스 사태는 서울경기인천대전이라는 훨씬 광범위한 한국의 경제중심부에서 발생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세월호의 경제충격이 자의식적 소비억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메르스사태는 휴업이라든지 격리라든지 행사취소 혹은 출입제한이라고 하는 훨씬 임팩트가 큰 강박적 경제활동억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세 번째로는 세월호 때에는 국제적으로 경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한국과의 교류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메르스사태가 발생한 서울·경기·인천·대전지역의 인구는 2500만을 넘고 지역총생산은 전국의 51%(2013기준)에 달하며 소비지출은 국가전체의 54%(2013기준)에 달한다. 세월호 사태 때 소비가 1.7%P 줄어든 것은 서울경기인천대전 지역의 민간소비지출이 3.1%(1.7%/경제비중 0.54) 하락한 것과 동등하다. 따라서 이것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인 오락문화·숙박음식·교통부문 지출이 10%P(=3.1%/0.3) 하락하는 것과 맞먹는 셈이 된다. 메르스사태로 인한 서울인천경기대전 지역의 오락문화·숙박음식·교통 세 분야 소비지출감소는 10%P 보다는 더 클 것이 거의 확실하다. 2003년 홍콩의 ‘숙박 및 음식점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1% 줄었었고 도소매업은 10.4%, 운송및보관업은 10% 감소했었다. 만약 메르스 확산 사태가 6월 안에 잡히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만약 이 지역의 오락문화·숙박음식·교통부문 소비가 예컨대 20% 감소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경제적 충격의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효과를 더하면 충격은 더 확대된다.
(2) 공포와의 전쟁 ?
메르스사태의 경제충격에 대해 한 목소리로 ‘공포와의 전쟁’을 강조하는 정치권의 상황인식은 정당하다. 메르스 자체와의 전쟁도 전쟁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너무 과도한 공포’를 몰아내고 ‘너무 불안해하지는 말자’고 했다. 그러나 공포를 몰아내는 것이 어떻게 말이나 구호로 되는 일인가. ‘평상시처럼 행동해 달라’고 경제부총리의 애원이나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는 사법당국의 엄포로 어떻게 공포가 사라지겠는가. ‘정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라는 루즈벨트(FDR) 미국대통령을 들먹이지만 대공황의 공포를 잠재운 것은 정치슬로건이 아니라 ‘뉴딜(New Deal)’이었다. 메르스 공포는 그 공포가 발생하는 근본원인, 즉 정부와 병원의 질병예방관리능력의 결함을 파악하고 그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3) 신속하고 과감한 선제적 소비투자부양정책의 필요성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미 엎질러진 경제적 충격을 주워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면서 선제적인 맞춤형 대책을 지시했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의 대응은 아주 미온적이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관계자는 메르스사태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액, 백화점·할인마트 매출, 놀이공원·극장 입장객수 등의 자료를 몇 주 정도 받아봐야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5월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고 사망자가 나온 6월1일부터 한 주 정도 모니터링을 해봤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고 약간 우려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지표가) 어떻게 될지는 판단이 안 선다면서 서비스나 소비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불안심리 확산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점검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경기보완방안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자료를 보고나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나오는 대책은 선제적인 대책이 아니다. 사망자가 수 십 명에 이르고, 3차 4차 감염자가 나오고 나서야 메르스에 대해 ‘알아보고’ ‘파악하고’ ‘논의하고’ ‘돌아보고’라는 대책을 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만 자영업자와 수십 만 중소기업의 경제적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번 메르스 대책에는 세 가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첫째로 신속해야 한다. 조사하고 알아보면 때는 늦다. 둘째로 과감해야 한다. 재정을 따지고 효율성을 따지고 하면 실패하고 말 것이다. 셋째로 피해자 직접수혜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직접 타격을 입은 병의원, 재래시장, 운수업자 혹은 관광업계에 지원이 돌아 가야한다. 끼워 넣기로 엉뚱한 곳에 지원이 돌아가거나 혹은 엉뚱한 사업이 일으켜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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