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메르스 소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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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라고 하는 작은 불씨 하나가 온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 속담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사건이다. 결과론 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작은 불씨를 막았더라면 인명 피해나 경제적 타격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작년 세월호에 이어 이번 메르스 때문에 한국은 안전이나 의료분야에서 형편없는 후진국임을 전세계에 알린 꼴이 되었으니 상처받은 국가 이미지는 어떻게 치유 할 것인 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대형 사고가 날 때 마다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방심 혹은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기 보다는 관심이 부족하거나 방심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말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 역시 2년전에 이미 대책을 준비해 놓았는데 실제 상황이 일어난 시점에서 매뉴얼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뿐더러 관련 당국의 방심이 불러온 대형 참사임에 틀림없다.
워낙 사회가 복잡하고 다원화 되어 있어 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해도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사고에 대비해서 많은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은 위기 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을 준비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부문이다. “즉시성, 투명성, 일관성” 이 세가지가 핵심인데 이를 위기 커뮤니케이션 3원칙 이라고도 한다.
첫 번째 즉시성 이야말로 위기 관리에서 생명이나 다름없다.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던 코오롱의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건”과 대한항공의 “항공기 회항 사건”의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리조트 붕괴는 2014년 2월 17일 밤 9시경 발생했고 1시간 만인 밤 10경 코오롱 이웅렬 회장 등 임직원들이 본사에 집결해서 바로 경주로 출발 새벽 5시경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서 새벽 6시에 이웅렬 회장이 “깊은 사죄와 모든 조치 다하겠다.” 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당일 오후 1시에 사망자 빈소에 조문했다. 한편 2014년 12월 5일 발생한 항공기 회항 초기 대응은 어땠는가? 사건이 터지고 우왕좌왕하다 3일 뒤인 8일 저녁 신문 광고를 통해 사과문이 아닌 대한항공의 입장을 발표를 한다. ”승객께 불편 끼쳐 죄송하다. 조현아 부사장의 지적은 당연하며 앞으로 교육을 강화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 이때부터 SNS를 비롯 각종 언론으로부터 빗발치는 항의가 이어졌고 급기야는 조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되고 그룹 회장이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초기대응의 차이가 부른 두 기업의 명암은 극과 극으로 갈라졌다.
메르스 사태도 핵심은 초동 대응 실패에 있다. 첫 환자 발생 때 꽁꽁 에워싸 그물망에 가두었다면 거기서 끝낼 수 있었을 테고 확산 초기에 의사들이 기본 정보만 갖고 있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메르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하는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메르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능력이 당초부터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두 번째는 투명성인데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투명성(transparency)이 신뢰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고 한 메르스 조사단 WHO 사무차장의 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말이다. “손 깨끗이 씻고 마스크 하라”는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00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들이 확진 받고 치료 중이니 응급실 주변 출입 금하고 혹시 이 병원 방문한 사람 신고해 줄 것” “의심 나는 사람은 타인접촉을 삼가고 바로 보건소에 신고할 것”을 알리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개미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가게 막겠다. 이번 주가 고비다. 공기 감염 없다.“ 등 정부 발표 내용들이 실제 상황과 계속 어긋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높아만 갔다. 국민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추측을 최소화 하고 관련 데이터를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오버해서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위기 관리 매뉴얼에도 나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정보 공개가 늦어질수록 정부의 질병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관련 정보를 통제하면 할수록 유언비어와 괴담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유념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일관성이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왕좌왕 하게 되었고 혼란이 가중되었다.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보건 복지부 산하 중앙 메르스 대책본부는 첫 환자가 나온 지 9일 지나서야 구성되었다고 하니 처음부터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사건이 터졌을 때는 그 조직의 최고 책임자나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은 최고 전문가가 직접 콘트롤타워 톱의 자리에 서서 진두 지휘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지름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위기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되다 보니 부처끼리 따로 놀며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보건 복지부와 지자체 간의 엇박자 행보, 학교 휴업을 둘러싼 교육부와의 의견 충돌에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기 어려웠음은 너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사건만 터지면 각종 대책반들이 생기고 TF팀이 구성되어 중구 난방으로 지시사항을 밑으로 내리고 현장 조사에 나서는데 이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한참 뒤늦게 나선 국회에서는 메르스 대책 특위 첫 날에 현장에서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 해야 할 질병관리본부장과 병원 감염내과 과장 등을 국회에 불러놓고 7시간 동안 호통만 쳤다 하니 이 또한 고쳐야 할 관행이다. 현장 인력들은 태 부족인데 이런저런 높은 사람 현장 대응하고, 보고서 내고, 언론 대응하는데 정신 팔고 나면 정작 현장의 사태 수습은 누가 할 것인가? 정부, 전문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의료 거버넌스를 구축한 다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태 수습 방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거버넌스와 함께 중요한 것은 대외 정보 발신 창구의 일원화 문제다. 소통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가며 모든 정보를 공식화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대변인의 역할이야말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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