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가, 복지인가? -웰페어노믹스를 통한 윈-윈게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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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복지와 증세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여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주장의 배경에는 경제와 복지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복지가 고용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기업의 활동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동시에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면 경제발전과 사회복지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른바 ‘웰페어노믹스’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웰페어노믹스는 원래 복지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복지는 산업화 혁명 이후 경제발전과정에서 야기된 도시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발전하였다. 또 복지발전을 통해 빈곤은 물론 질병, 실업, 고령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됨으로써, 경제발전 역시 지속가능한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이는 경제와 복지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보완적임을 산업혁명 이후 근대사가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웰페어노믹스는 여러 학문분야들이 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영역이 만들어지는 21세기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일 뿐만 아니라 경쟁과 협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른바 ‘협력적 경쟁’ 개념을 복지와 경제 분야에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경제와 복지는 단기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경쟁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윈-윈 게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웰페어노믹스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국경제의 기력을 회복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처한 새로운 현실 역시 새로운 처방이 제시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하여 새로운 해법이 필요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새로운 이론과 철학이 대두되었다. 예를 들어, 18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산업혁명은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고전적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바탕을 두었고, 1920년대 말에 발생한 경제대공황 이후의 정부 역할 확대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복지국가 건설은 이른바 ‘케인스주의’가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된 복지국가의 위기와 개편작업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만의 이른바 ‘신자유주의’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양극화의 심화를 계기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 차원에서 보면 웰페어노믹스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수정하여, ‘복지적 경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기존의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수정하여 ‘경제적 복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웰페어노믹스의 핵심과제인 복지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 경제주체들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정부의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
민간 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하지만 일자리와 복지 등의 분야에서 국가적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있어서는 정부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기업의 역할 역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창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세계적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미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자본주의가 공격받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 하락은 정치가들에게 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정책들을 만들게 함으로써 반 기업정서와 저성장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이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채택한다면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도 종래와는 달라져야 한다. 민주화가 정착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 역시 강화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에서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생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자신이 추진하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NGO 등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것을 관례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 복지정책이라고 해서 경제성을 무시하고 지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지원 정책도 좀 더 경제적으로 해서 복지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복지와 경제의 윈-윈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적 복지는 일자리가 최선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고용-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새로운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정책과 제도를 사회혁신의 촉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 부문에서도 기업가정신은 물론 사회금융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사회금융시장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가장 잘하는’ 사회적 기업가에게 필요한 자금과 경영지원이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복지 부문의 사회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에서 복지법인이나 복지사업이 한번 정부로부터 승인만 받으면 사업의 사회적 성과와 관련 없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으나 분야와 사업 별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해 그 결과에 따라 정부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논쟁은 이러한 본질적 내용을 외면한 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이른바 ‘복지포퓰리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의 현안과제인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남은 물론 선진복지국가의 기틀을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웰페어노믹스의 원칙들이 국가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에 관한 여·야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 간 논쟁도 같은 맥락에서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수렴되고,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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