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1)철쭉과 진달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이제 수도권 주변 산들에도 진달래꽃은 높은 곳에나 남아 있고, 산 아래쪽에서는 철쭉꽃들이 고운 연분홍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거의 매일 운동 삼아 시작한 새벽 산행을 지난 4월18일 새벽에는 용인의 고기동 계곡에 있는 관음사에서 출발해서 의왕 백운산 (567m)으로 올라갔습니다.
이곳 등산로에서도 수많은 철쭉꽃들이 이곳저곳에서 저를 유혹했습니다. 사진 찍으라고.....
김소월이 읊었듯이 잎을 내밀기 전에 나무 전체에 꽃을 피워내는 진달래는 어딘지 모르게 강한 정열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슬픈 사랑의 정열을 말입니다. 반면에 이즈음 피어나는 철쭉꽃에서는 저는 우아함을 느낍니다. 진달래보다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잎과 함께 꽃을 피우는 철쭉은 그렇게 뜨거운 정열은 살짝 감추고, 모습을 보여야 할 때는 모든 옷차림과 모양새를 잘 갖추고 나서야 하는 고귀한 집안의 규수(閨秀) 같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저는 거의 비슷한 식물적 특성을 가진 두 나무가 (둘 다 철쭉과에 소속되어 있지요.) 왜 하나는 이른 봄에 꽃부터 먼저 피우고, 다른 하나는 조금 뒤에 꽃과 잎을 함께 내밀까 하고 궁금해 하곤 합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자손을 번성시키고자 하는 '생식활동'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거기에 비해 잎을 피우는 이유는 나무 자신은 물론 좀 더 넓히면 모든 생물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광합성, 즉 다르게 표현하면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진달래는 마치 몸이 성숙되기도 전에 사랑에 먼저 빠져 버리는 ‘어리지만 정열적인 아가씨’인 셈입니다. 저는 그래서 시인들이 그런 차이를 참으로 잘 읽어낸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면 진달래와 철쭉 두 꽃의 모습을 비교해 볼까요. 진달래는 꽃잎 색깔도 자주 빛에 가까운 데다가 죽 내민 수술도 더 짙은 자주 빛, 그리고 수술의 끝머리는 더 짙다 못해 까만 느낌까지 줍니다. 반면에 꽃잎 색깔이 진달래보다 옅은 분홍색을 띤 철쭉은 죽 내민 수술은 하얀 색에 가깝고 그 수술머리만 주황색을 띠고 있네요. 그래서 진달래는 자주 빛 정열을, 철쭉은 잘 갖춘 우아함이 느껴지나 봅니다.
사실 이렇게 꽃이 피었을 때는 누구나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5월 중순 쯤 되어 이 나무들이 꽃을 떨어뜨리고 나면 (이때쯤 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두 나무를 구분해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나무들을 구분하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잎의 모양에 주목하라고 안내합니다. 그해 새로 뻗은 가지의 맨 끝에 빙 둘러가며 몇 개씩 모여서 달리는 두 나무의 잎들은 아주 구분하기 쉬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잎 달리기 모양을 기술적으로는 총생(叢生)이라고 합니다> 진달래의 잎 끝은 뾰족하게 마무리되는 데 비해 철쭉의 잎은 (역시 좀 더 우아하게) 동그랗게 마무리됩니다. 그래서 저는 제 나무 설명에 귀기울여 주시는 분들에게 "뾰진동철"을 기억하라고 주문하곤 합니다.
심지어는 이른 봄 이 두 나무가 총생하는 잎들을 뭉쳐서 뾰족이 위로 살짝 내밀기 시작할 (그래서 완전히 펼치지 않았을) 때에도 이 감(感)을 가지고 있으면 자세히 보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잎눈을 위로 뻗어내는 시기도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ifsPOST>
<지난 4월5일 새벽 영장산의 진달래가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는 정열을 뽐내고 있습니다.>
<4월24일 새벽 용마산의 철쭉은 꽃과 잎을 함께 갖추고 피어나고 있습니다.>
<4월10일 청계산 매봉 근처 진달래꽃 모습 (수술도 자주빛입니다,)>
<4월17일 불곡산의 철쭉 모습 (수술은 하얀색이지요.)>
<4월18일 백운산의 진달래 잎(끝이 뾰쪽하게 마무리됩니다)>
<4월18일 백운산의 철쭉 잎 (위의 끝이 동그랗게 마무리됩니다.)>
<3월28일 태봉산의 진달래 잎(위의 끝이 뾰쪽하지요)>
<4월18일 백운산의 철쭉 잎(위의 끝이 동그랗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