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70> "틀렸다 그 길이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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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그 길이 아니다
원주에서 문막 쪽으로
차를 몰고 오는데
고속도로 아스팔트길로
물오리들이 올라서고 있었다.
어미 오리가 앞장을 서고
새끼 오리 예닐곱 마리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뒤뚱 뒤뚱,
고속도로 아스팔트 위로
접어드는 어미 오리 뒤를
새끼 오리들이 따르고 있었다.
일심으로 뒤뚱 뒤뚱
엉덩이를 흔들며
따르고 있었다.
실제 현실에서 직면하는 현실 묘사가 시적 수사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위의 시에서 어미 오리가 새끼오리 예닐곱 마리를 이끌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새끼오리들을 이끌고 어딘가로 자리를 옮겨가는 풍경은 아름다운 풍경이고 정겨운 풍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끼오리들을 안전한 안식처로 인도해 가야 할 어미오리가 판단을 잘못해서 고속도로 아스팔트길로 접어들고 있다. 앞서가는 어미 뒤를 따르는 새끼 오리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직면하게 될 파탄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오리걸음으로 뒷뚱거리며 어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런 “파탄 풍경”이 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어미오리’ 때문이며, 이 어미오리는 인간 사회현실 속에서 틀린 판단과 잘못된 신념으로 괴멸의 결과를 향하고 있는 ‘리이더’들을 그대로 닮아있다. ‘엉덩이를 흔들며 어미 뒤를 따르는’ 새끼오리들의 처지가 복합적 함축의미가 될 수 있도록 깨우쳐주는 것도 시인의 책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틀렸다 그 길이 아니다”를 표제로 한 이런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고속도로 아스팔트 길로 접어들고 있는 오리 떼를 만난 것은 시인의 실체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우연히 스쳐가는 순간적 현실 풍경도 시의 제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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