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경험자로는 최초로 범죄 피고인으로 뉴욕 법원 출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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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 시간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6일 새벽), 자신의 불륜 상대였던 포르노 여배우에게 ‘입막음 돈(Hush Money)’을 지불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기업 회계 기록을 불법 조작했다는 범죄 혐의 관련 피고인 신분으로 뉴욕 법원에 출두했다. 미국 역사 상, 대통령 경험자가 형사 피고인으로 출두하는 것은 처음이다. 과거 1970년대 초반 당시 Richard Nixon 대통령이 Watergate 사건으로 기소 직전까지 갔으나, 자신의 부통령이었던 Gerald Ford 후임 대통령이 사면해 주면서 기소를 면한 적은 있다.
트럼프는 이 밖에도 3건의 다른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있어, 11월 5일 대선일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선거 캠페인에 무거운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모든 형사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이번에 뉴욕 주 Manhattan 법원이 그간 가장 경미한 사안으로 ‘좀비(zombie)’ 사건으로 여겨왔던 ‘입막음 돈’ 재판을 개시하게 된 것이다. 이날 뉴욕 법원 청사 밖에서는 양측의 시위 집단들이 모여들어 피켓을 들고 ‘No one is above the law’ 혹은 ‘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가 ‘유죄’ 혹은 ‘무죄’ 평결을 받기 위해서는 이날 선정 절차에 들어간 12명의 배심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미 판결을 받은 몇 개 민사 소송 재판과는 달리 이번 형사 재판에는 매일 출두해야 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낮에는 법정에 출두하고 밤에는 선거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Bloomberg 등 일부 미디어는 트럼프가 뉴욕 주에서 받게 되는 이번 형사 재판을 ‘미국 정치사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세기적인 재판’ 이라고 부르고 있다.
■ “트럼프, 법정에 들어서며 분노한 어조로 ‘정치적 박해’ 라며 비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 Manhattan 남부 지역에 소재한 뉴욕 법원 법정에 들어서면서 평소대로 분노에 찬 어조로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는 정치적 박해’라며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재판에 출석하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트럼프의 법원 출석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향후 재판 진행 전망 및 미국 대선에 미칠 정치적 영향 등을 상세히 분석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재판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4일 열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빠짐없이 출정할 예정이다. 법정에 참석한 NYT 기자는 트럼프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졸리는 모습으로 앉아 있기도 하고 변호인들이 전해주는 메모도 보지 않은 채 몸을 뒤로 젖히고 몇 분 동안이나 눈을 감고 앉아 있기도 하고, 가끔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첫 재판에서는 트럼프가 그간 검찰 및 담당 재판부를 비난한 것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측은 트럼프의 이런 언행이 판사가 내린 함구령(gag order)를 위반한 것이라며 제재를 요구하는 동의(動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트럼프 측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뉴욕市 Manhattan 지역 주민들 중에서 배심원을 선정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재판 종료 후 법정을 나서면서도 ‘이것은 조작된 재판이다’, ‘정치적 마녀 사냥이다’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CNN은 트럼프 측이 모든 이슈들을 항소심으로 가져간다는 전략으로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려고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재판은 통상적인 사법 절차에 따라,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 위한 사전 단계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배심원 12명을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배심원으로 선정될 예비 후보들은 ‘과거에 트럼프 집회에 참석했는지 여부’ 등, 정치 이력, 투표 성향 등과 관련한 42개 항목의 질문을 받게 된다. 이 배심원 선정은 2주일 이상 몇 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 최종 선정된 배심원들은 검찰 및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선서 후 증언 및 양측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를 청문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 절차는 매우 건조하고 지루하게 진행되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관심을 끄는 검찰 측 증인으로는 이 ‘입막음 돈’ 지불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 집사인 Michael Cohen 변호사, 입막음 돈을 받은 당사자인 포르노 여배우 ‘Stormy Daniels’, 또 다른 불륜 상대 여성으로 역시 입막음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Karen McDougal 전 Playboy 잡지 모델이 꼽힌다. 당초 공언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적극적으로 진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전국 규모의 유세를 다닐 수 없게 되어, 뉴욕 인근 지역 경합 주 Pennsylvania 지역 캠페인에 집중해서 임신 중절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면서 캠페인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진다.
■ “트럼프와 여배우 ‘Stormy Daniels’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날 시작된 ‘입막음 돈’ 지불 불법 은폐 사건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직전, 과거 자신과 혼외 불륜 관계였던 포르노 여배우 Stephanie Clifford(일명 ‘Stormy Daniels’)에게 불륜 사실을 발설하지 말도록 ‘입막음 돈’ 13만달러를 지불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는 그 뒤에 이 돈을 사전 대납한 자신의 개인 변호사 Michael Cohen에게 Trump Org. 회계 장부를 조작해서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 기록을 허위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우에, ‘입막음 돈’을 지불한 행위 자체는 위법한 것은 아니나, 이를 보전(補塡)하기 위해 기업 업무와 관계가 없는 변호사 비용으로 위장하여 회계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를 기소한 뉴욕 주 검찰은 자신의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감추기 위한 의도에서 허위의 기업 사업 기록을 기재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뉴욕 주 형법 상 ‘1급 기업기록 조작’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기소했다. 만일 유죄로 판결되면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당사자인 Daniels는 과거에 California주 Tahoe 호반에 있는 한 리조트 호텔에서 트럼프와 불륜 관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륜 사실을 발설하지 말도록 위협했는가에 대해 “그는 그런 것을 염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고 주장하며,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불륜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Cohen 변호사로부터 13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Daniels는 이 돈을 받은 것은 법률적,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Cohen 변호사도 입막음 돈을 대신 지불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관련한 복수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결과,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미 복역을 마쳤다.
트럼프는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8년부터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고, 2023년 4월 기소될 당시에도, 34건에 달하는 범죄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불륜 관계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 뉴욕 주 Alvin Bragg 검찰총장은 Cohen 변호사의 대납에 대한 결제 자금이 대선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트럼프 계좌에서 이체된 사실을 두고, 유권자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감추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재판은 뉴욕 주민들 중에서 배심원을 선정하게 되고, 이는 통상 수 주일이 걸려, 재판은 1개월 반~2개월 정도 걸릴 것이어서 1심 판결은 늦어도 여름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뉴욕 시민들 중에서 배심원을 선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외에도 Playboy 모델 출신 여성과의 불륜 관계 발설을 막기 위해서도 같은 수법으로 불법한 입막음 돈을 지불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전에 자신이 창설한 Truth Social에 모두 대문자로 “THE RADICAL LEFT DEMOCRATS HAVE CRIMINALIZED THE JUSTICE SYSTEM” 이라고 올려 놓았었다. 그는 이번 사건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휘 하에 자신의 백악관 재입성을 저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또 하나의 ‘마녀 사냥’이라며 결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재판의 핵심 관점은 전 트럼프 집사 Cohen 변호사의 증언”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법원에서 두 가지의 민사 소송 재판을 받았으나, 이번에 받게 되는 ‘입막음 돈’ 불법 지불과 관련한 형사 재판은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두 건의 민사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재판에 출석하거나 도중에 퇴정하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형사 재판에는 법원이 재판 출석에 대해 극히 제한된 재량권만을 가지고 있어 트럼프는 거의 매일 출석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처럼 배심원 재판에서 피고인이 임의로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무죄를 소명할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재판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New York City College, D. Shapiro 교수)는 검찰 측이 트럼프의 회계 기록을 조작한 것에 더해 선거법 및 세법 위반 사실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가 범죄 인정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울러, 설령 유죄 평결이 나오더라도 초범의 경우에는 거의 집행유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형사 범죄 재판을 감안해 보면, 이번 재판이 비록 경미한 사건이라고 해도, 만일 유죄 판결이 나오면 앞으로 진행될 다른 재판에서 전과(前科)가 되어, 초범 메리트가 없어져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에 Trump Org. 세금 사기 사건 심리를 담당했고, 이번 형사 재판을 맡고 있는 Juan Merchan 담당 판사에 대해 동 판사가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재판을 맡지 말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Merchan 판사는 이 요구를 기각했다. 트럼프 측은 일단의 측근 변호사 집단을 고용하고 있고, 이에 대해 뉴욕 주 검찰은 Bragg Manhattan 지역 담당 검찰총장 지휘 하에 8명의 민완 검사들을 구성해 사상 최고위급 피고인을 상대로 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이 재판에는 트럼프의 전 집사 Cohen 변호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Cohen 변호사는 변제 자금 출처와 관련, 어떻게 회계 처리됐는지, 누가 알고 있었는지 등을 증언할 예정이다. 물론, 당사자 Clifford도 이미 법정에 직접 출석해 증언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불륜 상대였다고 자처하는 전 Playboy 모델 출신 Karen McDougal도 증언대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전 재판처럼 자신에 대한 기소는 ‘아무런 실익이 없고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meritless and politically motivated)’ 이라고 항변할 것이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블룸버그 ‘미국 정치에 분수령을 만들 수 있는 중대한 재판’ 규정
미 공영 방송 PBS는 트럼프는 이미 몇 차례 법정에 선 경험이 있어 법정 출두가 전혀 낯설지 않고, 검사 및 판사 측과 몇 차례 대결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번 형사 재판은 미국 역사상 과거 어느 대통령 경험자도 형사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선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역사적 기록이 될 것으로 평했다. 트럼프는 금년 들어 몇 차례 법정에 출두할 기회를 오히려 자신의 선거 캠페인 일환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즉, 트럼프가 여배우와 혼외 관계를 가졌느냐 여부보다는 Cohen 변호사에게 변제한 자금이 정당한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트럼프 및 그의 측근들이 자금 변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인 기업 Trump Org.의 회계 기록을 조작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몇 차례에 걸친 13만달러 자금 변제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직접 서명한 수표로 결제된 것으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런 자금의 회계 처리는 고용 계약서 상의 법률 자문료로 위장되어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행 뉴욕 주법 상으로는 단순한 기업 회계 조작은 경범죄(misdemeanor) 위반 행위에 해당하나, 다른 범죄를 숨기기 위해 기업 회계를 조작하는 행위는 중범죄(felony)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뉴욕 주 검찰은 트럼프가 선거 승리를 위해 기업 회계를 허위로 조작했다는 34개 항목의 ‘가벼운 중범죄(low-level felony)’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이 항목들은 각 항목 당 최대 4년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으나, 뉴욕 주법은 도합 20년으로 형량의 상한을 정해 놓고 있다.
이제 배심원들은 많은 분량의 무미건조한 회계 원장 기록, 청구서, 고용 약정서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에 대한 보고를 들을 것이나,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연일 모든 노력을 다해 취재하면서 ‘Stormy Daniels’ 사진을 곁들여 ‘포르노 스타에 대한 입막음 돈’ 사건으로 대서 특필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자신을 기소한 검찰이나 재판 담당 판사들을 향해 적대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고, ‘인종 차별주의자’, ‘옳고 그름도 모르는 짐승’ 등으로 모욕하며 공격해 왔다. 심지어 다른 민사 재판에서는 담당 판사에게는 폭탄 살해 위협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를 감안해서, 이번 재판 담당 판사는 폭력을 선동하는 언사를 자제하도록 요청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특히 배심원들 앞이나 SNS 상에서 어떤 언행을 보일 것인가도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Bloomberg 통신은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자가 형사 재판 법정의 피고인과 동시에 대선 후보 지위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번 ‘입막음 돈’ 지불 관련 형사 재판 결과가 대선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이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어 공화당 후보 지명자가 백악관 탈환을 위해 싸우는 도중에 투표 전에 유죄 판결된 중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분수령을 맞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The New Yorker지도 뉴욕 Manhattan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른바 ‘Stormy Daniels 입막음 돈 지불 사건’은 전직 대통령이 재판정에 선 역사 상 최초의 사건이고,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비교적 단순한 사기 사건이라고 보고, 이 재판에서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록 유죄 판결을 받아도 담당 Merchan 판사는 선고에서는 재량권을 가질 것으로 봤다. 법률 상으로는 1급 기업 회계기록 조작은 최대 4년 징역형 및 5,000달러 벌금에 처할 수 있으나, 트럼프가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해서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미국 헌법 상으로는 유죄로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도 대통령직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트럼프, 다른 3 가지 중대 범죄 혐의 관련 형사 재판도 진행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 이외에도 3 가지 다른 혐의로 이미 기소되어 있어 모두 4 가지 중대 형사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미국 공영방송 격인 PB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재선 가도에 선거 캠페인 일정과 재판 출석 일정이 중첩되는 특징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및 그 진영은 이런 모든 기소 사안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 기각, 불신임 청구, 재판 지연을 위한 면책 특권 주장 등, 각종 전술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서는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이 지난 2월 6일에 트럼프가 면책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트럼프 측은 이에 불복해 연방 최고법원에 상고해서 오는 22일에 직접 대면 청문회를 가질 예정으로 있다.
■ “잇단 재판으로 큰 타격 전망 불구, 대선일 전 판결 여부는 불투명”
그러나, 비록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가 11월 대선에 출마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첫째; 미국에서 출생했을 것, 둘째; 만 35세 이상일 것, 셋째; 미국에 14년 이상 거주했을 것, 등으로 정하고 있어, 비록 트럼프가 이번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출마 요건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입장에서는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민사, 형사 재판으로 재정적, 시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은 분명하다.
우선, 재정적 측면에서, 트럼프는 불과 얼마 전에 가족 기업 Trump Org.의 금융 사기 사건 관련 민사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를 위해 1억7,500만달러 거액의 이행보증금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작가 Jean Caroll 씨에 대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명예 훼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민사 소송에서도 패소해 8,330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그의 SNS 운영 기업 상장으로 재산이 대폭 증가한 것을 감안해도, 재정적 부담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정치 헌금에서 적어도 5,300만달러를 재판 관련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으나, 이제는 이것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연 이은 재판 출석으로 선거 캠페인 시간에 쪼들리게 될 것도 커다란 부담으로 지적된다. 이번에 뉴욕 주 법원에 출석한 데 이어서 재판이 본격화되면 동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반드시 법정에 서도록 요구되고 있어 법원 출정이 더욱 빈번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서 전국 범위 선거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몰두할 수가 없게 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부담은 재판 진행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Reuter 통신 등이 4월 중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 가운데, Stormy Daniels에 대한 입막음 돈 지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유권자 비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극 지지자들은 이번 재판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나, 공화당 온건파 및 무당층 유권자들 가운데에는 지지자들 상당 수가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Georgia주 선거 담당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건 및 의사당 폭력 점거 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70%가 넘는 유권자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박빙의 표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치열한 선거전이라는 점에서, 특히, 근소한 차이를 다투게 될 경합주에서는, 트럼프 후보는 선거 운동에 투하할 자금과 시간이 모자라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지율이 단 1%만 낮아져도 선거 결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실시한 Bloomberg News/Morning Consult 여론조사에서는 ‘경합 주(swing-state)’ 유권자 절반 이상이 트럼프가 유죄로 판결되면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본선에서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서, 트럼프 진영은 재판 진행 과정이 선거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거 검증 시간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공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재판 외에 나머지 3건의 형사 재판은 아직 재판 개시 일자가 잡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진영은 각종 재판 지연 수단을 동원할 것을 감안하면 대선일 이전에 판결이 나올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실정이다.
미국 정치 무대에서 지난 10여년간을 군림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제는 법정에서 일개 범죄 피의자로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광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광경은 일견 우리네 어느 정치인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 분방한 트럼프라고 한들 피고인석에 앉아 연출하는 모습은 그래도 법정의 권위가 준엄함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쪽의 우리 사회에서는 범죄 피의자들이 오히려 법원의 권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날뛰며 뒤흔드는 무법 천지가 되어가는 참상이 그저 한심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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