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일본형 장기불황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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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융자 부실 문제 해결의 어려움
중국경제는 수년 동안 부동산 분야의 투자 및 융자 부실화 문제에 고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2월 2일에 중국경제에 관한 연차보고서를 발표, 부동산 개발 기업의 정리 및 재편 등이 지연될 경우 2024~2025년의 실질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경제는 그동안 경기부양책, 지방경제 활성화 등에서 부동산 시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인구 확대와 산업 발전과 함께 부동산 수요가 급증하여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이루어 왔던 것이며, 중국정부도 부동산 개발에 따른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거대 부동산 기업의 부실화에 따른 주택 분양 차질 등으로 인해 주택판매가 위축되는 것은 중국경제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중국정부는 일본의 버블 붕괴 경험도 참고로 하면서 거대 부동산 기업의 부실화가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시장 안정화에 주력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저출생·인구고령화의 장기적 영향과 함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부동산 부실 문제의 장기화가 일본의 경우처럼 중국경제의 장기적 하방 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인지 우려된다.
IMF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이 부실해진 부동산 업계의 재편과 함께 분양된 후 공사가 중단된 주택의 신속한 완공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홍콩 고등법원이 지난 1월 29일에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대(恒大)의 법정정리 수속을 개시한 것은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헝대 문제가 부각된 2021년 7월부터 2년 이상 지체되었지만 채무정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장기불황의 경우도 부실해진 부동산 기업에 대한 처리를 미루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부실채권이 다시 정상 채권이 될 수도 있을까라는 막연한 희망이 깨지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팽창하여 부실 기업도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확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 및 금융 자원이 부실 기업, 좀비 기업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중되고 견실한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대출 회수가 이루어지고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이나 신산업 육성 자금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제조업의 공동화 및 쇠퇴를 초래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도 신속한 부실채권 처리가 중요하나 홍콩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며 헝다의 신속한 청산 및 처리에는 중국 본토 지방정부의 설득,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조정도 중요하며, 각 지역 주민 등의 정치적 압력도 있다. 헝다를 비롯한 중국 부동산 부실 문제의 처리가 어려운 것은 헝다만 해도 2023년 6월말 시점의 부채 총액이 2조 3,882억 위안(442.9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주택 시장 전체적으로 1.5억 세대 상당의 재고가 남아 있다고도 하여 일본의 버블 당시를 훨씬 능가하는 부실 규모가 잠재하고 있을 수 있다.
일본의 버블 붕괴의 경우 부실채권 처리가 늦어져 부실 규모가 확대되는 효과는 있었으나 최종적인 부실채권 규모는 명목국내총생산의 20%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이미 잠재 부실 규모가 200% 정도에 달해 정치적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다카하시 요이치, 중국 헝다집단 청산 명령, 이대로는 정치쟁점이 될 가능성도, 닛폰방송, 2024.2.2.). 일본의 경우나 세계 각국의 부실채권 문제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부실채권의 처리를 지연시켜도 부실 규모가 감소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확대될 것임을 감안하면 중국도 정치적으로 어려운 선택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막대한 부실채권 문제에 중국 지방정부가 간여하고 있어서 중앙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강행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보는 지방 정치 세력 등이 반발하기 때문에 정치적 후유증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일본의 부실채권 처리가 10년 이상 지연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도 있었다. 부실채권 처리에 공적자금을 적극 투입해야 했으나 이는 인기 없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결정을 미룬 것이 화를 초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도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 처리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으나 잠재 부실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통화 증발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일본의 경우처럼,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입은 손실은 신생 기업의 부활로 일부 회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부실채권은 은행의 융자 억제를 수반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수요위축의 디플레이션 압력의 균형을 잘 잡아갈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막대한 주택 재고와 함께 젊은 층 등 주택을 갈망하는 서민층의 수요도 방대하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부실 부동산 기업을 처리하면서 지방 및 정부계 주택 공사와 같은 조직으로 재편하여 가격을 크게 낮추어 주택 재고의 판매 처리에 주력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버블 붕괴 이후 20년 이상 계속 하락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거품을 청산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론적으로 합리적인 수준 이하로 급락하는 오버슈팅 현상을 보였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수요자가 이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어느 정도 파격적인 판매 가격으로 수요 증가를 유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방정부 등 각종 세력의 정치적 저항도 고려하면서 우선적으로 정상화를 추진할 지역을 선택하여 시험적으로 부동산 부실채권 처리 및 기업 재편에 나서서 부작용을 억제하는 방안이나 새로운 부동산 정책에 호응하는 서민층 등의 정치적 지지 세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경쟁력이 급락한 일본과는 다른 상황
한편, 일본의 장기불황은 부동산 문제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고 금융 기능이 약해진 가운데 중소 및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대기업들도 합리화와 여유 자금 확보에 매진했다. 언제 은행으로부터 대출 회수 압력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투자를 억제하여 현금을 축적하는 경영이 강화되었다. 이는 임금 동결, 경비 절감, 채산성 없는 사업 축소 등 구조조정 경영이 수십년간 만성화되어 임금수준도 낮아지면서 오히려 기업의 매출 환경을 어렵게 해 구조조정의 효과를 감쇄했다. 합성의 오류가 전형적으로 발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섬유,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추격을 받고 지역의 제조공장이 소멸하고 지방경제가 위축되는 등 산업 공동화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산업은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가 된 디지털 혁명 흐름을 타지 못하여 1990년대 이후 격화된 ‘미일 경제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고도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세계 최강의 전자 왕국으로서 성장하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던 일본이 현재 10%대로 추락하고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대량 수입 초과국으로 순식간에 추락한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미일경제전쟁, 일본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장기저성장 과정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중국 산업은 전기차(EV)에서 크게 도약하는 등 주요 선진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고 그 힘을 통해 2023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능가해서 세계 자동차 수출 1위국이 되는 등 각 산업의 역동성과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강국이면서 세계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전기전자, 조선, 섬유 등의 경쟁력도 강하다. 미중 경제전쟁으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향후 각종 산업의 디지털화로 인해 중국의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인지 불확실한 부분은 있으나 중국 부동산 문제의 간접피해가 다른 산업으로 어느 정도 파급되더라도 일본의 장기불황기처럼 산업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미일 경제전쟁에서 극심한 엔고 압력이 일본 제조업의 추락을 가속화시켰으나 중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금융규제도 상대적으로 강해 미국의 영향력으로 위안화의 지나친 강세를 유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의 명목국내총생산(GDP)이 명목 달러 환산 기준으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한때 미국을 추격하였던 경제규모 확대 추세가 장기불황으로 크게 후퇴한 바 있으나 중국경제의 미국 추격도 그 힘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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