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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엔저 힘입은 일본기업의 전략투자 확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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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2월07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07일 09시31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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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디플레이션 탈출 흐름 지속


일본경제는 금년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연율 기준으로 1~3월에 3.7%, 4~6월에 4.5%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후 7~9월에는 –2.1%(1차 발표치)에 그치는 등 조정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7~9월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숨고르기라고도 할 수 있고 10~12월 이후에 일본경제는 다시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37개 주요 연구기관의 전문가의 일본경제 전망치의 평균을 보면 2023년 성장률이 1.8%, 2024년 성장률이 0.94%로 예상(일본경제연구센터, ESP Forecast, 2023.11.13.)되고 있다.

 

일본경제는 2023년에 코로나19의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의 정상화, 여행 등 서비스 수요의 회복, 3%를 넘는 임금인상,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 둔화로 인한 교역조건 개선, 엔저에도 힘입은 일본기업의 수익 호조와 설비투자 수요 확대 등이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 위축된 일본의 서비스 소비 수요는 회복 국면에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보다 낮은 수준에 있으며, 당분간 확대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 푸드서비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외식업 매출액은 전년동월비로 8.8% 확대, 여기에는 외국인 방문객의 매출 확대나 제품 단가 인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백화점협회가 발표한 2023년 10월의 전국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동월비로 6.1% 증가, 고소득층의 고급품 소비가 계속 호조인데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가세해 20개월 연속의 전년동월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일본기업의 수익은 엔저에도 힘입어서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기업의 설비투자 의욕도 강해 설비투자 수요도 4분기 이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ikkei의 11월 전망에 따르면 일본 상장법의의 2024년 3월 결산 순이익은 전년비로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이는 지난 9월 전망치인 6% 증가에 비해 더욱 확대된 수치이다. 

 

제조 기반 확충에 나선 일본의 산관 연합


일본경제는 과거 수십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0%내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완만한 디플레이션 속에서 투자가 부진한 양상을 보여 왔다. 물가 하락은 현금의 구매력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본기업이 투자보다 내부유보를 축적하는 성향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2022년 2.5%에 이어 2023년 3%대, 2024년 2~3%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도 가치가 떨어지는 현금만 축적하기보다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기업들이 수익 개선과 함께 엔저 현상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엔고가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일본 국내에 생산시설을 다시 확충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2%의 물가상승 목표가 3년 연속으로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등의 초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해야 할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내년 봄의 춘투 임금 인상률이 올해처럼 3% 이상이 될 것인지 확인하면서 연말까지 –0.1%의 정책금리(금융기관의 일본은행 당좌예금금리)의 인상(0% 정도), 무담보 콜 자금 유도 금리를 0 ~ –0.1% 내외 수준에서 0 ~ 0.1%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장기금리의 유도 목표치를 1% 이하 수준에서 1%대 초반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장단기 금리차 곡선 통제정책(YCC) 자체의 철폐 내지 정책 틀의 조정을 결정할 수도 있다. 

 

즉,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경은 상당히 신중하고 완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내년에도 단기금리 0.1% 수준, 장기금리 1%대 초반 정도로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을 전제로 해도 소비자물가가 2%대가 될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으로서도 과거와 같은 엔저의 급반전, 극심한 엔고가 발생할 우려가 적은 상태이며, 일본 본국에서의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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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반도체 및 각종 전략 물자에 대한 일본정부의 투자 지원책, 보조금 등도 효과를 보이면서 일본기업이 디지털 혁신, 그린 이노베이션을 위한 생산거점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정밀기계 분야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일본이 강한 반도체 제조 장치 분야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전기자동차(EV)의 보급에도 힘입어서 전력반도체 등 차량용 전자부품의 출하의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2024년 3월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4.5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EV) 전략을 강화하는 등 전략 투자에 나서고 있다. EV 판매가 증가한 중국시장 등에서의 점유율 하락, 중국기업에 의한 동남아 EV 판촉 등에도 대응하는 한편 북미 지역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배터리를 대량 조달하고 EV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EV 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다소 늦었지만 EV 리더로서의 지위 확보에 주력 중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만 TSMC의 로직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큐슈에서 소니나 각종 소부장기업 등 일본기업과의 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TSMC의 다소 미약했던 후공정 기술이 일본기업과의 협력으로 고도화되는 효과와 함께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이 한층 고도화되면서 첨단반도체 공정 기술이나 인력의 양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큐슈가 글로벌한 반도체 일대 생산거점으로 육성되면서 지역경제의 고용, 임금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정부는 북해도에 첨단 반도체(2nm 양산 목표) 기업인 라피더스를 육성하면서 보조금을 대량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지적되고 있으나 일본의 산관 연합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강한 실정이며, 적어도 기시다 내각에서는 지원책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중 마찰 속에서 일본을 첨단 제조업의 공급기지로서 재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전략적인 지원에도 힘입어서 라피더스에 대한 미일 기술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라피더스의 판매처 사전 개척도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 카나다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Tenstorrent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라피더스를 지원하는 일본의 신설 국책 반도체 연구소인 LSTC(Leading-edge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가 설립되고 미국의 각 연구기관, 벨기에의 세계적 연구소인 imec 등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LSTC와 프랑스의 전자정보기술연구소인 CEA-Leti가 1.4nm의 공정기술 개발에서도 협력하겠다는 합의도 이루어졌다. 

 

엔저 기조 장기화, 신제품 및 신기술로 대응해야 

 

일본 엔화가 2012년 이후 10년 넘게 장기 약세 국면을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일본의 수출은 뚜렷하게 확대되지 않아 과거와 같은 엔고 반전 국면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장기 엔저와 디플레이션 탈출로 최근 일본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일본 기업 등과의 산업 협력, 연구 협력도 강화하면서 우리의 기존 주력 제조업의 첨단화, 탈탄소화를 선행적으로 추진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AI 반도체 칩, 파운드리 강화, 자동차의 전기자동차화, 화학이나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선박의 그린화 및 자율주행 디지털화 등을 위한 선행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산업의 트렌드에 맞게 생길 수 있는 신사업, 신제품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도 중요할 것이다. 대중국 수출의 둔화를 고려하여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도, 동남아 등의 글로벌 사우스 시장 개척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도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도 그동안의 제조업 공동화 경향을 역전시키기 위해 반도체 부활, 배터리 산업 육성 등 제조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필요하게 될 부품, 소재, 장비 분야의 개척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들 한국의 강점 분야에서의 차세대 품목을 개발하면서 관련 소부장을 강화해 압도적인 경쟁력과 기술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서비스 수출 기반을 강화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 분야, 예를 들면, 배터리 등에서의 공급망 B2B 거래 플랫폼을 주도하고 서비스 수출과 연계하는 전략 등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 산업도 로봇 등 제조업과 융합하면서 수출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예를 들면 한류 컨텐츠 서비스 수출 확대,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 (각국의 컨텐츠도 활용하는 생태계 전략도 강화) 하면서 관련 하드웨어인 영상 디스플레이 및 통신기기, VR, 기술 등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 재생에너지 등 탈탄소 에너지 기반의 강화와 함께 이를 활용한 데이터 센터를 통한 서비스 수출을 활성화시키는 노력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AI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도 고도화하면서 데이터 센터에서의 데이터 가공 및 분석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도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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