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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8월07일 15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45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 사회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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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그래서인지 청소년의 이야기에는 어른들이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연구나 글을 통해 청소년의 대변인 역할을 자주 하려 노력한다.

 여기서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내가 책임연구자로서 다른 두 공동연구자(호주 캔버라대 박소라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김은미 교수)와 함께 진행했던 조사 결과 중 일부를 소개하려 한다. 2013년 4월부터 5월까지 한국 중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따돌림 피해, 가해 경험 여부와 소통 및 심리상태 간의 관련성 등을 조사하였다.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하는 힘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줘야 

 이 조사에서 따돌림(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말이나 행동, 괴롭힘과 따돌림을 합하여 통칭함) 피해/가해가 ‘전혀 없다’ 또는 ‘거의 없다’고 응답한 학생을 무경험자로, ‘아주 가끔’ ‘가끔’ ‘자주’ ‘매우 자주’ 있다고 응답한 학생을 경험자로 분류한 결과, 17.1%가 피해 경험을 보고했고, 13.2%가 가해 경험을 보고했다. 그 중 피해만 경험한 비율은 10.1%, 가해만 경험한 비율은 6.2%, 피해와 가해 모두 경험한 비율은 7.0%로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피해 비율이 19.4%로 다른 학년에 비해 높은 편이었으며, 읍면 지역(11.1%)보다 도시 지역(18.3%)의 따돌림 피해 비율이 높았다.

 

 특히 피해/가해 경험 중 하나라도 있는 학생들은 주변 학생들에게 동조하는 성향이 강했고, 피해와 가해 경험 둘 모두 없는 학생들은 자기통제성이 높아,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어렸을 때부터 길러주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따돌림 가해 학생은 어머니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중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아버지와의 소통보다 어머니와의 소통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따돌림 피해 경험은 없고 가해 경험만 있는 학생들은 어머니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또한, 따돌림 피해 및 가해 경험이 모두 없는 학생들은 아버지와의 소통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의 평일 대화 시간은 따돌림 피해/가해 여부와 무관하게 대체로 일상적인 인사나 수다를 포함하여 하루 평균 42.5분 정도로 짧았고, 부모와의 대화를 얼마나 편안하게 생각하는지에서는 따돌림 무경험 학생이 경험 학생보다 높게 나타나 대화의 양보다 대화의 질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따돌림 피해 경험이 없는 학생의 공감능력이 높아, 피해 예방에 공감능력이 중요함을 시사하였다. 따돌림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도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공감능력이 높았고, 따돌림 피해와 가해를 모두 경험한 학생의 공감능력이 가장 낮았다. 이는 평소에 부모와의 질 높은 소통을 통해 공감능력을 키워줄 때 따돌림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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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인에서 가까이 도와 줄 사람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사회자본(도와 줄 사람 존재 여부)의 평균치는 오프라인 결속자본(그룹 내 도움)이 오프라인 연계자본(그룹 간 도움)이나 온라인 사회자본보다 높았다. 즉, 현실 속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구체적으로, 따돌림 피해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오프라인 결속자본이 많아, 가까운 집단 내에 도와 줄 사람이 있었다. 또한 따돌림 가해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오프라인 연계자본이 많아, 가까운 집단을 벗어난 대인관계도 무난하였다.

 

 대조적으로, ‘온라인’ 결속자본은 따돌림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또 피해든 가해든 한 쪽의 경험만이라도 있는 학생들은 온라인 연계자본도 많았다. 청소년들이 오프라인에서 가까이 도와 줄 사람을 찾지 못할 때 온라인에 더 크게 의존하며, 이것이 따돌림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사회자본(온라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으면서도 오프라인 고립감을 크게 느끼고 소속감을 덜 느끼는 것은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발달된 미디어로 개개인이 많은 사람과 항시 연결되어 있으나 정작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시간은 짧고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

 따돌림 피해와 가해 경험이 모두 있는 학생들이 여가시간에 친구와 온라인/전자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따돌림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여가시간에 친구와 식사나 간식 먹기를 더 자주 하고 있었다. 하루 중 자유시간은 피해 및 가해 여부와 무관하게 평일 평균 약 2.8~3.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따돌림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어, 스마트폰 이용이 따돌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따돌림 피해/가해 경험 학생들은 미디어의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게임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돌림 피해 경험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활동도 많이 할 뿐 아니라, 온라인 강좌나 대중교통 정보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또한 따돌림 가해 경험 학생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기 글이나 답글/댓글 올리기, 영화/만화보기 등의 활동이 많았다. 스마트폰 이용 교육에 단순히 기술적, 내용적 측면 뿐 아니라 미디어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디어 이용을 무작정 억압하기보다는 이 역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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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을 품어 줄 곳이 필요하다

  따돌림 피해는 없이 가해만 경험한 학생의 소속감이 가장 낮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했다. 따라서 정서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청소년을 품어줄 곳이 있어야 학교폭력이나 따돌림과 같은 가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소속감과 대립되는 고립감은 따돌림 피해나 가해 중 하나만 경험한 학생도 높았다. 특히 피해 여부가 가해 여부보다 관련성이 더 컸다. 그러나 따돌림 피해는 없이 가해만 경험한 학생의 고립감도 높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생활만족도도 따돌림 피해 경험보다 가해 경험과 관련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즉, 5점 척도에서 가해 비경험자 생활만족도는 3.4였으나, 가해 경험자는 2.9로서 의미 있게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따돌림 피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인과관계도 가능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들이 따돌림 가해 행동을 하기 쉽다는 인과관계도 타당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결국 여가 시간이 적고 소통의 출구가 마땅치 않아 스트레스는 높고 생활만족도는 낮은 상태에서 ‘가해자’가 되고, 이에 따라 ‘피해자’도 생기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생활만족도를 높일 때 따돌림 가해가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피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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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07일 15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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