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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경제성장’을 향하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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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04일 16시3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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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경제성장’을 향하여

 우리의 시장경제시스템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965~90년에 고속의 동반성장(rapid shared growth)을 했다.  경제적 불평등은 줄었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고루 높아졌다. 1993년 세계은행 보고서는 이를 ‘East Asian Miracle’이라 칭송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빠져 있다.  실질성장률은 2008년 이래 3% 미만이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  2012년 통계청이 산출한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0.353), 김낙년 교수가 소득세 정산자료에 의거해 산출한 지니계수(0.371) 등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5~6번째로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1990~2010년에 아시아 28개국 중 5번째로 빠르게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나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2013)에 따르면, 2007~2012년에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으나 실질임금은 2.3% 낮아졌다.  ‘임금 없는 성장’이 “국제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26.5%)는 기업부문(80.4%)의 1/3도 되지 않으며, 2003년 약 473조 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1천조 원을 넘어섰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산출한 2014년 1분기 민생지수는 2003년 이래 최저치이다.  대졸자(4년제·전문대·대학원) 10명 중 4명이 일자리를 잡지 못한다.  자살률은 10년 연속 OECD 1위이며, 노인 빈곤율(47.2%)도 2006년 이래 OECD 최고 수준이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계층상승 사다리의 붕괴와 사회이동성 감소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3년 8월 조사결과, 4명 중 3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며, 특히 30대에서 그 비율이 80%에 달했다.  지난 1년간 계층이 하락했다는 답(20.8%)이 상승했다는 답(2.3%)보다 9배 이상 많았다.  올해 국가미래연구원의 ‘사회인식에 대한 2040세대의 의식’조사(만19세~49세미만 1,003명 대상)에서는 10명 중 6명이 사회경제적 지위상승이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3%가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91%가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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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취업, 계층상승 등의 기회가 제대로 부여되지 못한다면, 열심히 일하는데도 현상유지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면,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포용적 경제성장’으로 나가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려고 애써야 하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득 불평등이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가?

 

 시장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소득 불평등은 불가피하며, 근로와 혁신 유인, 기업가정신 등을 촉발한다.  문제는 지금의 불평등 수준과 추세가 심각하며 사회의 구조적 왜곡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1970~80년대부터 부와 소득이 소수에 편중되고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증거는 많고, 확고하다.  과도한 불평등에 따른 경제사회의 문제들을 논증하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이에 따라 보수적 경제지 The Economist(2012.10.13.)는 “소득 불평등이 비효율적이며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IMF, OECD, ADB 등도 불평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엘리트 계층과 우파는 여전히 불평등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소득격차가 사람들 간의 생산성 차이를 반영할 뿐이며, 근면과 창의를 촉발한다는 것뿐이다.  불평등 완화 주장은 부자들의 돈을 재분배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며, 기업 투자만이 일자리를 창출해 불평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좌파는 상투적으로 부자증세와 재정확대를 들고 나온다.  흔히 이들은 더 큰 정부의 비용을 무시하며, 모든 문제를 정부규제로 해결하려 하고 시장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찾지 않는다.

 

 예일대 경제학 교수였던 Henry Wallich(1974)의 말대로, “경제성장은 소득 평등의 대체재다.  경제가 성장하는 한, 사람들에게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며, 이 때문에 큰 소득격차도 용인된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불평등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성장의 혜택이 가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우파나 좌파의 기존 인식과 도식적 처방으로는 이런 성장을 할 수 없다.  혁신적 사고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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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이 능력주의에 따라 움직인다면, 사람 간의 능력·성과의 차이는 소득의 차이로 귀결된다.  하지만 작금의 불평등 심화는 이런 시장의 힘만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다.
 
 실제 시장은 법·제도·정책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데, 이 틀이 달라지면 시장이 달성하는 효율성, 성장, 소득분배 등도 달라진다.  재정·통화정책, 조세제도는 물론 사법제도도 시장의 작동과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시장을 형성·관리할지, 어떤 법·제도·정책을 적용할지는 정치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정치가 시장의 작동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득 불평등은 상당부분 특정 집단에 이익이 되게 시장을 형성해온 정치의 산물이다.  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에서 불평등이 심한지 생각해보라.  이들 나라에서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아니라 연고와 특혜가 거대한 부의 원천인 경우가 많다.  우리의 정치도 빈번히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부자들과 대기업들의 이익에 맞게 시장을 형성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들은 막대한 혜택을 받았지만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
 
 포용적 성장의 출발점은 시장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게 형성·작동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다.  우리의 정치가 친기업(pro-business)과 친시장(pro-market)・친경제를 제대로 구별하고 친시장・친경제의 법・제도와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가?  대기업과 엘리트들의 이익과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는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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