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리보다 더 중요한 것 우리 군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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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련의 방산비리로 인해 군의 위상과 신뢰성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 아직 방산비리에 대한 특별감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방산비리보다도 더 중대한 국방현안이 산재해 있다. 그 중 하나인 효율적인 국방예산의 운용은 방산비리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무기체계획득의 비효율성은 방산비리에 의한 국민혈세 낭비와 비교도 안되는 예산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오늘 블로그에서는 수 주전에 기획기사로 내보냈던 국방비리 관련 논고에 대한 결론적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북한의 재래식 및 비대칭 무기체계 위협에 대한 정밀한 평가 및 효율적 대응방안 필요하다
군의 과학기술화 및 전문화가 국방비를 절약한다
그동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온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방개혁을 외쳐왔다. 전시작전권의 전환 일정에 대해 두 차례의 변경이 있었지만, 병력 위주의 군에서 과학기술로 무장된 첨단무기체계 위주의 군으로의 변환에는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군의 과학화 및 전문성 확대를 통해 고효율의 군사체계를 유지하자고 했다.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은 지난 ‘90년대 초 걸프전 이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 군은 아직도 야전 위주의 군사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첨단의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군과 소프트웨의 패러다임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한들 이를 운용하는 운용체계나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면 고철덩이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이는 군의 과학화 및 전문화의 문제와 연결된다. 우리 군에서도 과학화와 전문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너무 다르다. 무기체계 소요제기에서부터 시험평가, 운용 등의 모든 측면에서 군의 과학기술전문가는 부족하다. 우리 군 체계에서는 이러한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기 어렵다. 설사 전문가가 있더라도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체계이다. 국비를 들여 힘들게 해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현역 장교들의 활용실태를 보면 군의 전문화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짐작할 수 있다.
무기체계획득 시 북한의 위협 및 대응에 대한 운용개념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의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긴급소요라는 획득방안이 이용되지만, 비싼 무기체계를 도입하면서 구체적인 운용개념 분석도 없이 너무 서둘러 획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고비용을 투자하면서 효율성은 낮은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악순환의 고리역할을 한다.
군 무기체계에 대한 소요제기 시 기본적으로 획득무기의 활용방안 및 운용개념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여 전시, 평시 및 비상 시에 획득무기체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임무해석 및 임무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어떠한 수준의 군 작전운용성능(ROC)를 요구하는지 결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에서는 무기체계를 획득(도입 또는 연구개발) 시에 이러한 운용개념을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여 소요제기 시에 제대로 된 운용개념이 도출되지 않고 이에 따라 군 작전운용성능도 해외의 유명 무기체계의 성능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제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종종 국내연구개발 시에 우리의 기술수준 및 개발능력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해 개발 중에 작전운용성능을 변경하게 되고 이는 전력화 일정이나 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한다.
또한, 무기체계 소요제기 시에 각 군에서 제대별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북한의 위협 및 대응방안을 고려한 3군의 통합적인 무기체계의 획득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의 국방획득체계 하에서는 각 군의 이기주의를 배제하기가 어려워 각 군별로 항공기나 유도무기와 같이 유사한 무기체계를 중복 구매하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북한은 새로운 전략으로서 적은 비용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위협(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위협)을 극대화하는 비대칭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핵무기와 이의 운반 및 투발수단인 탄도미사일, 방사포/장사정포, 사이버 공격, 그리고 초소형 무인기 등이 이들이다. 우리의 국방비 투자가 북한에 비해 수십배에 달함에도 우리의 국방능력이 북한에 열세에 잇다는 것은 이들 비대칭 전력에 기인한다. 이러한 것이 북한의 저비용 전략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들 공격용 비대칭 무기체계들은 우리의 안보 및 국민의 안전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억제전략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4~5월 사이에 파주, 백령도에서 추락된 상태로 발견된 12kg급의 초소형 무인기는 이러한 저비용 비대칭 무기체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무인기는 작고 느리게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포착하기도 어려워 고성능의 현대적인 무기체계의 허점을 파고든 새로운 무기체계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초소형 무인기는 형상이나 성능 특성이 해외의 미니(Mini)급 무인기를 모방하였지만 우리의 공역을 침투하기 위해 상당히 의도적인 설계(예를 들어, 초소형, 비금속재의 사용 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반전의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이들 초소형 무인기는 저급 성능을 가지지만 수 백대씩 동시다발적으로 소형폭탄을 탑재하고 공격용이나 자폭용 무인기로 전환된다면 우리로서는 방어하기 어려운 새로운 전술무기체계가 된다는 점이다.
이 사건 직후에 우리 군과 언론에서는 고성능의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긴급 도입해야 한다느니, 3차원 신형 저고도 레이더를 조속히 전력화해야 한다느니, 서북도서 전술무인비행선의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느니, 방해전파로 격추해야 한다는 등 임시방편적인 대응방안을 쏟아내었다. 실제 저고도 탐지 레이더 구매와 관련하여 여러 군 관계자가 바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저고도 방공망을 구축한다고 해도 재료 특성이나 낮은 속도에서는 레이더 감지가 한계가 있다. 북한의 싸구려 초소형 무인기가 우리 영역을 은밀히 침투해 추락한 것에 대해 우리 군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은 나름대로의 전략적 성공을 은근히 즐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체계
한편,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그들의 전략적 기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의 중거리 노동미사일이나 단거리 스커드미사일에 의해 실행될 수 있다. 킬 체인은 이러한 핵미사일의 발사준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여 발사 이전에 타격을 통해 적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일단 적이 우리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행 중에 추적하여 격추하는 체계이다. 이들 체계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서는 정밀한 감시정찰정보자산과 정밀타격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서 한국을 타격하는 대부분의 미사일은 중·단거리미사일인 노동이나 스커드미사일이며 이들은 이동식미사일발사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발사준비시간이 짧고 빠른 이동을 통해 어느 위치에서 발사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표적을 “시한성 긴급표적(TCT; Time Critical Target)"이라 하며, 이들에 대한 발사징후 포착 및 식별을 위해서는 짧은 응답주기의 감시정찰자산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의 투입이 요구되며 미국도 아직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영상정보뿐만 아니라 신호정보 등의 기타 자산을 활용하여 저비용으로 킬 체인의 임무주기를 최소화시켜 성공적인 임무 실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도 북한과 우리 영토의 거리가 짧아 기술적으로 고고도나 저고도에서의 요격이 쉽지는 않다. 설사 우리 영토에서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하층방어체계는 요격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 지역에 모든 파편이 낙하되어 이중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반적으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우리의 요격미사일을 이용하여 잡는다는 것은 탐지, 식별, 추적, 타격 측면에서 매우 단시간 내에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이들 킬 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무기체계획득에는 수 십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질적인 비용대비 효과 및 효율성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모든 무기체계획득을 위한 선행연구에서 비용 대비 효과분석을 수행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분석결과가 대부분이다. 우리 군에서는 아직도 무기체계획득에서 소요제기, 획득 및 운용유지를 효율적으로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의 장삿속에 부하뇌동하여 우리 실정에 부합하지도 않은 무기체계를 획득하여 국방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전장상황에 맞는 운용개념을 도출하야 무기체계획득을 위한 작전운용성능도 수립하고 소요비용의 산출도 가능한 것이다.
군이 변해야 국방비도 절약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한의 이들 비대칭 무기체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기에 상당한 국방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방어체계 구축을 임기응변식으로 서두르다 보면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만 낭비하고 효율적인 대응도 못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방어용 무기체계획득에는 공격용 무기체계 비용의 몇 배가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저비용 무기체계 놀음에 우리 가랑이가 찢어져서는 곤란할 일이다. 대응방안 구축 시에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 획득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 군은 아직도 디지털 과학기술시대에 아날로그 고정관념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군이 변해야 국방예산도 절약하고 북한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효율적인 대응방안도 구축할 수 있다. 군의 전략이 고착화되면 발전이 없다. 유연한 사고에 기반한 한국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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