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 새해 국제정세 <2> 미국 대선 전망과 우리의 대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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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대선, 왜 중요한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왜 특히 중요할까?
첫째, 양극화에 빠진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매우 상이한 국내외 정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후보나 선거와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방법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끼리의 가치연대를 강조하며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해 전통적인 강경책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NATO를 위시한 동맹 체계를 부정하고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휘두르며 푸틴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등과의 유대감을 과시한다.
대외 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이견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인가를 놓고 공화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중이다.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온도 차가 인종 및 세대 차원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거나 초당파적 접근이 강조되었던 외교 영역에서 이전과 달리 이제는 정보도 넘쳐나고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맥케인(John McCain) 상원 의원의 퇴장 이후 현재 미국 의회에는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진의원들을 찾기 어렵다. 러시아, 중국,북한에 관심을 가진 기업가형 의원들(congressional entrepreneurs)이 없다.
둘째, “누구를 뽑을 것인가”와 관련된 선거 과정 자체가 미국의 변화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계층이 품고 있던 세계화 및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알려진 계기는 2016년 트럼프 대선 과정이었다. 올해는 그동안 주류 미국 언론이 전했던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트럼프의 위협에 대해 그 실체를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트럼프가 주로 통상 이슈에 집중하고 동맹을 폄하하는데 비해 바이든은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가치 연대를 중시하는 등 두 진영이 가진 외교 노선 차이점에 대해 유권자들은실제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라티노와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해 과거보다 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인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이든이 얼마나 되돌릴 수 있는지 역시 관심사다. 2012년 오바마의 재선 승리 전략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당시 부통령 바이든이 이번에 자신의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따라 정책 변화도 가능하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등장하여 승리할까?
기존의 여론 조사 추세가 지속된다면 트럼프의공화당 대선 후보 등극은 큰 이변 없이 성사될 전망이다. 다만 첫 경선인 1월 15일 아이오와(Iowa)주 경쟁이 중요한데 1)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압도적 1등을 하지 못하고, 2) 아이오와에 올인했던 디샌티스(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가 3등으로 처지고, 3)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 중인 해일리(Haley)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트럼프에 이어 2등을 하는 경우라면 이후 경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해일리 전 주지사가 2028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와의 정면 대결을 피한다면 트럼프의 손쉬운 승리가 가능하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대의원들의 표심이 결정되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지나면서 4월에는 트럼프가 약 2,430여 명의 총 대의원 중 과반을 차지함으로써 일찌감치 후보가 될 수도 있다. 이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는 7월에 열린다.
트럼프가 본선에 나선 후 최종 승리할 수 있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첫째,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를 거울 삼아 애리조나(Arizona)와 조지아(Georgia)주를 반드시 공화당 지지로 회귀시켜야 한다. 여기에다 자신이 2016년에 예상 밖 승리를 거두도록 만들어 준 미시건(Michigan), 위스콘신(Wisconsin), 펜실베니아(Pennsylvania) 3개 중서부 주들 중 한 곳 이상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최근 미시건주를 방문하여 바이든의 전기차 위주 자동차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점은 의미심장하다. 기후 위기에만 신경 쓰는 바이든과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무시한 채 자동공정으로 생산되는 전기차 지원에만 몰두하고있다는 트럼프의 갈라치기 메시지는 상당수 미시건 노동자들의 표심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1960년 대선과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잇달아 낙선하며 재기 불능이라 판정받았던 닉슨(Richard Nixon)이 1968년 대선 후보로 재기하면서 과거와 달리 온건하고 포용적인 이미지를 앞세웠던 적이 있는데 이를 뉴 닉슨(New Nixon) 현상이라 부른다. 만일 트럼프가 이번에 재등장하면서 뉴 트럼프(New Trump) 전략으로 본선에 나선다면 그 파급력은 클 것이다. 대표적 가능성은 경선 중 경쟁자였던 해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인 러닝메이트로 삼는 선택이다. 낙태 이슈와 관련하여 전국적인 확장성을 가진 해일리 전 주지사는 경합주의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이지만 충성심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도전했던 인사를 품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셋째, 흑인 유권자들의 몰표를 받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를 계기로 지난 대선의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 자리를 쟁취했던 바이든이지만 흑인들의 지지세가 약화되고 있는 점은 트럼프에게 유리하다. 중서부 3개 주의 디트로이트, 밀워키,필라델피아에는 흑인 유권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만일 2016년 대선 시기처럼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트럼프가 얻을 어부지리는 명확해진다.
넷째,2020년 대선 때도 바이든 후보는 적극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최악의COVID-19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이든의 소극적인 선거 운동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다른데 바이든이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벌이면 벌일수록 대통령직 수행과 관련된 우려 역시 본격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바이든의 건강 문제가 간헐적으로 공유되었던 것과달리 유세와 토론 등 바이든의 외부 활동이 많아질수록 지지도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대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까?그렇게 보기 어려운 이유들도 적지 않다. 공화당 후보 선출 과정이 끝나고 본선 경쟁이 펼쳐지는 올해 중반쯤 되면 새로운 선거 양상이 펼쳐질 될 공산이크다. 실제로 1996년 클린턴, 2004년 아들 부시,2012년 오바마 모두 현직 대통령이 상대 후보를 선제적으로 공격하여 무력화시킴으로써 재선에 성공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미 트럼프와 바이든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관한 정체성 재규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관건은 결국 투표율이다. 누가 더 많은 기존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다시 꺾고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첫째, 바이든 선거 캠프는 이미 혐오와 공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를 신과 비교하지 말고 대안과 비교해 달라(Please do not compareme to the Almighty, compare me to the alternative)"는 메시지를 바이든이 벌써부터 공유 중인데 트럼프가 돌아오면 절대 안 된다는 심리를 부추기려는 계산이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낙태 권한, 투표 권한, 그리고 의료 보험 권한을 다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를 집중 부각시키는 중이다. 2020년 대선승리 방정식을 재활용하려는 시도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의 승리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데 경합주 중심의 현지 전략(ground game)에 있어 바이든의 우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둘째, 현재 미국 정치 맥락은 낙태 권한, 기후 위기, 총기 규제 등 이민 문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슈와 정책 차원에서 공화당보다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특히 2022년의 연방 대법원 결정에 따라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가 박탈된 상황에서 캔자스,오하이오 등 심지어 보수 성향의 주에서도 낙태권을 되찾으려는 유권자들의 시도가 투표를 통해전개된 바 있다. 트럼프가 낙태와 관련된 자신의입장을 레이건 대통령과 동일하다면서 어물쩍 넘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우려를 이슈에 대한 지지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는 하다.
셋째, 2020년 팬데믹 대선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조기 투표(early voting) 스템이 민주당에게구조적으로 유리하다. 투표를 하루 동안에만 진행했던 이전 방식(election day)과 달리 이제는 2~3주에 걸쳐 투표 기간이 늘어났고(election weeks) 우편 투표 등 방식 면에서도 수월해졌다.저소득층이나 청년층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2020년 당시처럼 높아질 개연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조기 투표가 활성화된 지난 2020 대선에서 바이든은 8천1백만 표 득표라는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 소속 정당이 불리하기 마련인 작년 중간 선거에서도 조기 투표와 낙태 논란을 발판 삼아 민주당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기도 했다.
넷째, 애리조나와 조지아 두 곳의 경합주에서는 공화당지배하의 주 의회와 주지사가 협력하여 투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2024년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 예상치에서트럼프가 다소 불리해 보인다. 즉 트럼프가 애리조나와 조지아 두 곳을 다시 승리하고 라티노의 지지를 얻어 네바다(Nevada)주까지 새로 가져간다고 하면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68명을 얻게된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건, 위스콘신,펜실베니아 등 중서부 3개 주 모두를 2020년처럼수성하는데 성공한다면 바이든 선거인은 270명이 된다. 대통령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선거인 수인 270명을 확보하는 셈인데 2명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트럼프를 따돌리면서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를 비롯한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올해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트럼프 재등장이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이 재집권 한다면 손 볼 집단으로 “관료들(deep state), 세계주의자들(globalists), 공산주의자들(communists)"을
적시한 바 있다. 우선 "Schedule-F"라 불리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정부 관료들을 5만여 명 수준까지 자신의 충성파들로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나토(NATO) 탈퇴, 기후위기 협약 파기, 방위비 분담금증액, 전방위 관세 인상, 국경의 장벽 건설 등은 세계주의자들을 공격하기 위함이다. 자신을 사법 리스크로 몰아넣은 정치적 반대 세력들은 연방 정부와 공화당을 활용하여 미국을 망친 공산주의자로규정함으로써 처단할 작정이라고 한다. 우리에게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관세 중심의 통상 정책부활,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 기존의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정책 변경,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재회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트럼프 4년을 겪어 본 만만치 않은 경험이 있다. 트럼프 자신도 모를 수 있는 트럼프의 선택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관련된 우리 내부의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예컨대 행정부는 북미관계의 급변에 대비하여 담대한 구상을 재정비해야 하고 입법부는 방위비분담금 비준 관련하여 부대 의견 이상의 감독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 현지 생산과 관련된 우리 기업의 전략 역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미국 관련 현안이 바이든의 재선 상황에서도 똑같이 숙고해야 할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새해 다가올 새로운 미국이 우리의 높아진 국격에 걸맞은 외교와 국가 역량 결집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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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정책 2024-1월호 제66호](2024.1.2)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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