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로 가는 세계경제 지배구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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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튼 우즈 체제는 해체되고 있다>
2차세계대전이후에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해온 브레튼 우즈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금융안정의 중심역할을 해 온 국제통화기금(IMF)은 G20, FSB(Financial Stability Board)등 새로운 기구의 등장으로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 세계자유무역질서를 이끌어 온 세계무역기구(WTO)는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을 벌써 15년째 타결시키지 못하면서 그 존재의의마저 잃어가고 있다. 세계개발금융의 산실인 세계은행그룹(WB}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BRICs국가들이 주도한 신개발은행(NDB)의 출범으로 역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다극화가 세계경제 지배구조의 강화로 이어 질런지, 아니면 분열로 귀결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와 IMF의 역할감소>
국경간 자본이동의 자유화는 기업과 투자자가 낮은 비용으로 소요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시켜서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왔다. 동시에 대규모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금융위기의 발생빈도를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1971년 미국이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시키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환율결정은 근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졌다. 고정환율제의 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IMF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내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국제금융위기의 빈발은 구세주로 등장하였다. IMF는 외환위기에 봉착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구조개혁의 조건을 강제함으로서 이전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IMF는 1990년대 초의 중남미 외환위기와 1990년대 말의 아시아 외환위기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향유하였다. 구제금융의 제공을 대가로 거시적 긴축정책과 미시적 구조개혁을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그 배경에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전파할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었다.
2008년 미국을 진원지로 하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였고 뒤이어서 2011년 유로지역의 재정위기가 발생하였다. 본원통화를 발행하는 힘을 가진 이들은 IMF의 구제금융에 목을 맬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번 세계금융위기의 수습과정에서 IMF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이유이다.
위기때마다 국제금융질서의 재편이 화두가 되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만은 달랐다. 선진국들이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대형금융기관들의 위기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위기이전부터 논의되고 있던 자본금확충을 강력하게 밀어 부쳐서 Basel III 규약을 제정하였는데 이 논의는 IMF가 아닌 FSB를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그리스를 필두로 하는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IMF는 주도적인 역할을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에 내 주었다. 가장 최근에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에서도 IMF는 부채탕감을 주장하였으나 묵살되었다. 결국 선진국들은 자기들의 금융주권을 IMF에 양보하지 않고 직접 행사하기를 선호하였던 것이다.
IMF는 신흥개도국들로 부터도 경원시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에 신흥개도국들은 IMF지원을 거부하고 양국간 통화스왑등을 통해서 금융안정을 시도하였다. IMF구제금융은 곧바로 부실국가로 강등되는 낙인효과를 싫어 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금융위기당시에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작용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IMF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금융질서를 형성하는데 주도적인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결권의 재조정으로 정통성을 확보하고 선진국과 신흥개도국들의 경제여건에 적합한 정책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WTO의 무력화>
2001년 출범한 다자간 무역자유화협상인 도하개발의제(DDA) 의 타결이 사실상 불투명해 졌다. 2차대전이후에 세계무역자유화를 주도해 온 WTO의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물론 일부 회원국이 참여하는 IT제품자유화, 서비스무역자유화협상을 진행하고 무역원활화규범을 채택하는 등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 존재감은 미미해 졌다. 더욱이 세계금융위기이후에 각국정부가 음성적인 보호무역조치를 남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TO의 분쟁해결기능이 제데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WTO를 대신하여 무역자유화를 견인하는 기능은 FTA로 대표되는 소수국가간의 특혜적 무역협정으로 넘겨졌다. FTA도 세계의 무역장벽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국가가 무차별적으로 참여하는 WTO 방식에 비해서 무역왜곡을 낳고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지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미국과 EU간의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등 거대지역 무역자유화협상이 진행중에 있어서 WTO의 위상이 더욱 초라해 지고 있다.
WTO는 세계자유무역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불가결한 기구이기 때문에 그 부활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 현재 추진중인 거대지역 자유무역협정이 마무리 되면 이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다자무역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WTO 부활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AIIB, NDB의 출범과 세계은행에의 도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과 신개발은행이 출범하였다. 중국과 인도등 신흥경제대국이 주도하면서 세계은행에 대한 도전의사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아시아등 신흥개도권의 막대한 인프라투자수요를 총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모든 수원국가들에게 획일적으로 인권등의 선진적 가치를 강요하며 지분구조도 신흥개도국들에게 불리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결국 새로운 국제개발금융기구를 만들어서 신흥개도국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구와 새로운 기구가 개발재원조성과 개발정책을 놓고 경쟁하면서 개발자금의 절대규모가 늘어나고 수원국가들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개발정책이 적용되는 윈윈게임이 이루어 져야 한다. 반대로 구축효과가 작용하여 개발재원이 두 기구간에 이동할 뿐 그 절대규모가 늘어나지 않고 개발정책에 있어서 상호 배타적으로 대립, 갈등을 계속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정책세계화의 퇴조>
2차대전이후의 냉전체제하에서는 공산이념과 자유이념이 대립하였다. 자유세계의 경제질서는 브레튼우즈체제를 통해서 미국이 주도하였다. 이제 중국, 인도의 부상으로 세계경제세력판도가 다극화되면서 지배구조역시 다극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각국이 자국의 금융, 무역정책과 개발정책을 전개하여 나가는 과정에서 획일적인 단일가치를 강요받지 않고 재량적 주권을 행사하는 여지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주도의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들이 정책민주화를 증대시키는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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