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 당위성 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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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9월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동창리의 서해발사장에서 위성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5일에는 4차 핵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개연성도 비췄다. 그리고 18일에는 장거리 로켓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강력히 반발하며 발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따라서 평화적 목적의 위성발사체 발사를 표방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가 타당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 주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평화적 우주개발을 걸고드는 것은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위성발사 역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국가과학기술발전계획에 따른 평화적인 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공간의 평화적인 이용을 유엔 구성국들의 보편적인 권리로 규정한 우주조약에도 전적으로 부합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도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을 계속 쏘아올리는 것을 예견한 국가우주개발계획이 있다”고 당위성을 언급하였다.
물론 세계 어느 국가도 국제기구의 감시 하에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 통상적 국제기준이다. 우주는 특정 국가의 소유 재산이 아닌 인류의 공동 자산이자 미래의 개척지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통신, 지구관측, 항법, 기상예보, 우주과학연구 등과 같은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 개발, 이들 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운반수단인 우주발사체 개발, 그리고 지상에서 위성과 교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상국 개발 등을 포함한다.
북한의 우주개발은 오직 탄도미사일 성능 및 사거리 증진 목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개발은 표면적으로는 우주과학연구용 위성 및 실용급 위성을 개발하고, 자국의 우주발사체로 발사하여 활용함으로써 과학기술과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의 우주개발은 지난 40여년 동안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 성능과 사거리를 증진시키면서 한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데 사용되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은 지속적인 탄도미사일의 성능 및 사거리 증가와 함께 대포동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대륙간탄도탄)의 개발에 이르게 되었다. 모든 미사일은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데,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에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다르게 지정학적인 위치에 기인하여 비행시험에 한계가 존재한다. 동서남북이 일본, 중국, 한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 가로막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시에 정치·외교적인 분쟁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보다 상대적으로 견제가 적은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 발사체라는 점을 부각시켜 미사일 기술과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서해발사장을 완공하기 전까지는 1998년 백두산(대포동) 1호, 2006년 은하 2호(대포동 2호), 2009년 은하 2호(2차) 로켓을 동해발사장인 무수단리에서 발사하였으나,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비행궤적으로 외교적 파장이 컸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성을 탑재하는 우주발사체의 발사는 모든 국가가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악용하여 장거리 미사일로 개발한 ‘대포동’ 미사일을 ‘은하호’ 라는 우주발사체로 일부 개조하여 위성발사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평화적 우주개발 가장을 위한 국가우주개발국의 설립
한편, 북한은 2013년 4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우주개발법”을 제정하고 기존의 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확대 개편하여 “국가우주개발국(NADA; National Aerospace Development Administrator)"를 설립하는 등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을 부각하기 위해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모방한 로고도 만들었다. 다섯 차례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후 장거리 미사일(대륙간탄도탄)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포장하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NASA의 로고를 모방한 북한 우주개발국의 로고]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이유로 고성능의 정찰위성 개발도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국방 능력에서 최대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 정찰위성 확보를 목표로 고성능의 군사위성 개발을 추진하고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위성의 임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위성 플랫폼, 전자광학카메라 또는 영상레이더 등을 개발해야 하나, 북한의 경제가 어렵고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기술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고성능 군 정찰위성을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2년에 발사된 100kg급의 소형관측위성인 광명성 3호 위성개발 능력을 기준으로 할 때, 고성능의 군 정찰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과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실질적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돈과 기술적 능력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대포동 미사일의 은하 3호 로켓으로의 전환을 위해 요구되는 기술
2012년 12월 북한이 은하 3호 로켓을 이용하여 광명성 3호 위성을 500km 고도의 태양궤도에 올렸는데 한국과 국제사회는 계속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를 미사일 시험발사라 규정하고 있다. 은하 3호 로켓은 대포동 2호 미사일의 1단과 2단을 그대로 사용하며, 원하는 우주궤도에서 분리된 위성이 임무수행을 위해 지구궤도를 추가의 동력 없이 선회할 수 있도록 최종 속도를 제공하는 3단 로켓을 추가하였다. 통상 500km의 우주고도에서 위성은 초속 7.6km의 속도로 선회비행하며, 이러한 선회비행을 위해서는 우주발사체의 다단 로켓이 초속 10km의 속도를 제공해야 한다.
[은하 3호 로켓의 상세 제원]
[2012년 12월 발사된 광명성 3호 위성]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는 과정을 통해서도 로켓(미사일) 성능, 로켓 단 분리기술, 탑재물 분리기술 및 로켓(미사일) 제어기술 등을 시험하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원하는 우주궤도에 위성을 정확하게 진입시키는 우주발사체의 3단 로켓과 우주고도에 오른 후 지상 타격을 위해 포물선의 궤적으로 지구에 재진입하는 장거리 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 3단 로켓의 기능이 상이할 뿐이다. 물론 탄두를 포함하는 비행체가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더욱 어려운 기술이 요구되나, 아직 북한이 이들 기술을 비행시험을 통해 검증했다는 보고는 없다.
우주발사체 발사 시의 규정도 안 지켜
한편, 어느 나라든 우주발사체를 이용하여 위성을 발사하는 나라는 우주발사체의 발사 실패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체가 비행하는 궤적 주위 공역 및 해역과 발사 일정 및 시간 대역(Time Window)에 대해 통고(Notification)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성이 우주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발사 당사국은 유엔을 통해 우주물체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1차에서 3차까지의 장거리 로켓의 경우 이러한 사전 통고도 없이 시행되었고, 4차 및 5차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로켓 발사 동안에는 이러한 통고가 이루어졌으나 정확한 발사시간은 통보하지 않은 상태로 불시에 수행한 바 있다. 광명성 3호의 우주궤도 진입 이후에 위성의 작동 및 임무수행 여부에 대한 우주물체 등록도 시행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및 서방에서는 미국 NORAD의 위성궤도 정보에 기준하여 위성이 500km*580km의 타원궤도에 올린 것을 확인하였으나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북한은 위성 발사 전에 위성이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한 후 지구 영상을 촬영하면 공개한다고 발표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어느 매체에서도 이러한 영상을 공개한 바는 없다.
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가 용인되지 않는 이유
핵무기를 개발하면 이를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핵무기와 투발 수단으로서의 탄도미사일은 수레의 앞바퀴와 뒷바퀴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는 핵문제와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탄도미사일 개발 및 발사에 대해 국제적인 불안감이 지금처럼 이슈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다고 해도 여전히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기술의 제고를 위한 비행시험으로 간주할 것이고, 이는 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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