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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제 도입을 재차 반대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8월20일 19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28분

작성자

  •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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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

본문

상고법원제 도입을 재차 반대한다

 

 

  상고법원제는 대법원이 제3심인 상고심에서 재판할 사건들을 선별적으로 고르고 나머지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들을 대법원과는 별도로 설치된 상고법원으로 보내 최종심 재판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상고법원제 법안의 올해 중 국회 통과를 목표로 부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고법원제 법안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상고법원 판사는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판사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만장일치의 재판을 한다. 상고법원의 재판에 헌법이나 판례 위반 등이 있는 경우에는 국민들로 하여금 대법원에 특별상고도 할 수 있게 했다. 이미 필자는 앞선 블로그 글을 통해 상고법원제 도입에 반대한 바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필자는 상고법원제 법안에 재차 반대한다. 이 법안은 오직 대법원을 위한 것이며, 법안 속에 국민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3심제가 4심제로 될 것이 확실히 예견된다

  그 이유로 첫째, 상고법원이 생겨나면 현재의 3심제가 4심제로 될 것이 확실히 예견된다. 상고법원의 판결이 최종판결이라고 하면서 대다수 상고심 사건을 상고법원 판결로 끝내버리려 하면, 그 상고법원 판결에 쉽게 승복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은 국민들은 상고법원의 재판에 헌법이나 판례 위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특별상고’를 통해 또 다시 대법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억울한 일을 다투며 3심까지 온 국민들이 4심을 마다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어 4심제의 구조가 형성되면 소송사건의 처리가 지연되고 국민들이 직접 부담할 수밖에 없는 소송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소송비용은 국가가 대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상고법원제 법안 속에 국민들의 호주머니 걱정은 없다. 특히 1988년 9월에 헌법재판소가 탄생할 때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4심제’니 ‘옥상옥’이니 하면서 헌법재판소 설립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기관이 대법원이었음을 이 대목에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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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문제를 확대·심화시킬 것이다

 둘째, 상고법원제 도입은 상고심 사건에서의 전관예우 문제를 확대·심화시킬 것이다. 전관 변호사에게 사건을 수임하면 승소 확률이 높아진다는 전관예우야말로 우리 국민들이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사법불신의 근원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 전관예우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는 상태에서 상고법원제를 도입하는 것은 상고심 사건에서 전관변호사들만 늘리는 것이고, 따라서 전관예우로 인한 국민적 사법불신을 확대·심화시킬 따름이다. 과거에는 상고심사건에서 퇴임 대법관들만 전관이 되었다면, 이제는 퇴임 상고법원 판사들도 상고심 사건의 전관이 되어 변호사로 상고법원의 법정을 출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고법원제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한숨을 낳는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상고심 단계에서 이러한 한숨이 더 크게 들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상고법원제 법안에 국민은 빠져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판단을 뒤집지 말아야 한다

  셋째, 대법원이 상고법원제 도입을 주장하는 주된 근거는 일 년에 3만 7천 건씩 올라오는 엄청난 상고사건 수이지만, 애초에 이러한 사건 폭증을 불러온 것은 대법원 자신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제3심인 상고심은 법률 적용의 오류만을 바로잡는 ‘법률심’이라고 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재판 시 증거 채택이 잘못되었다는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하급심의 사실판단에도 관여하여 이를 뒤집어 왔다. 그러자 국민들은 대법원에 가면 사실판단도 뒤집혀 유죄가 무죄로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고, 그래서 시간과 비용을 희생하면서까지 대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서류심사로 재판을 한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설치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서류만 보는 대법원이 증거와 증인들을 직접 보고 내린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의 사실판단을 뒤집지 않겠다고 선언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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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해법은 ‘상고법원 설치’가 아니라 ‘하급심 강화’

  대법원에 상고되는 상고심 사건 수를 줄이는 근본적 해법은 ‘상고법원 설치’가 아니라 ‘하급심 강화’가 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지금 상고법원을 설치해 상고법원 판사로 보내려는 법원장급 고위법관들을 1심이나 2심법원 판사로 보낼 생각은 왜 못하는가. 법원장급의 숙련된 법관들이 내린 하급심 판결이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항소나 상고율이 낮아질 것이고 그것이 ‘하급심 강화’를 여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법관이 재판하지 않는 상고법원에서 최종심 재판을 받기를 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를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상고법원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제도이다. 상고법원제 법안 속에 국민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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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8월20일 19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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