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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피아 개입이 망친 포스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23일 22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44분

작성자

  • 최정표
  • 건국대학교 교수, (전)경실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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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

본문

정피아 개입이 망친 포스코

 

 

  생선이 도마 위에 오르면 그 다음 순서는 정해져 있다. 지금의 POSCO 신세를 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생선은 도마 위에서 벗어나려고 온힘을 다해 버둥거리기라도 한다. 그러나 POSCO는 선하디 선한 어린 양의 모습이다. 달관한 것인지 체념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POSCO가 이런 꼴이 된 데에는 1차적으로 POSCO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고, 그 다음은 정치권력 탓이다. POSCO는 자기를 방어할 의사와 능력도 없었고 자정 능력도 없었다. 외부에서 온갖 노략질을 해도 그대로 방관해 왔다. 한 술 더 떠 그들과 영합하기도 했다. 경영진도 그랬고, 노조도 그랬고, 사외이사도 그랬고, 주주도 그랬다. 한마디로 죽은 조직이었다. 

 

   정치권력도 POSCO를 전쟁 노획물로 생각했다. 정치권력이 바뀌는 5년마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뜯어먹기 바빴다. 정치인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선한 양이 되라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이다. 회사 스스로와 여론만이 정치권력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POSCO는 스스로도 나서지 않았고 여론도 나서지 않았다. 이런 회사가 갈 길은 망하는 것 외에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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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업의 시장상황도 매우 나빠졌다. 세계시장은 초과공급으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POSCO는 국제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판국에 정치권력은 POSCO에 온갖 노략질을 해대고 회사는 스스로 패싸움이나 하고, 외세에 대해서는 자기 방어 능력이 전혀 없었다. 이런 기업의 앞길은 뻔하지 않겠는가.

 

   POSCO는 박정희의 기업도 아니고 박태준의 기업도 아니다. 국가의 기업이고 주주의 기업이고 종업원의 기업이다. 민간 기업은 스스로 외풍을 막아내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POSCO도 이제는 민간기업이다. 주주, 종업원, 경영진이 자기 기업을 지켜내야 한다. 그들이 정치권력과 영합해서 회사를 뜯어 먹고 산다면 그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다.

 

    POSCO는 민영화되면서 선진형 기업을 모색했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대기업은 90% 이상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기업이다. POSCO도 그런 기업을 추구했다. 대기업은 모두가 소유자 중심의 재벌인데 반해 POSCO 식 민영화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기대도 많았다.  

 

    선진국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기업의 자연적인 진화 과정이었다. 그들도 옛날에는 재벌이 대세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모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경영인 기업으로 발전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POSCO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키면서 선진형 기업을 모색하였다.

 

    그런데 정치권력과 관료들이 모든 것을 망가뜨려 버렸다. 정치권력이 최고경영자를 낙하산으로 투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사와 경영에까지 압력을 가했다. 개인 대주주가 없는 틈을 타서 마치 공기업 인사하듯 민간기업의 인사구조를 난도질해버렸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회장이 권력의 하부세력이 되면서 권력에 아부하는 경영자가 되어버렸다. 

    시장경제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민간 기업이 원칙이다. 그래서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재벌이 많은 비판을 받긴 하지만 재벌은 민간 기업이니 만큼 공기업보다는 앞서는 모델이다. 그런데 민간 기업일지라도 정부가 통제하고 간섭하는 기업은 공기업보다도 하위 모델이다. 그것은 민간 기업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닌 정체불명의 잡종 모델이기 때문이다. POSCO가 지금 이런 신세이다. 정치권력이 그렇게 만들었고 회사가 이를 방조하였다. 

   지금처럼 5년마다 정치권력에 휘둘린다면 회사는 전혀 희망이 없다. 경영성과도 점점 나빠지고 있는 판국인데 경영권마저 정치권력에 휘둘리면 그 앞길은 자명한 것이 아닐까. 기업은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하는데 정치권력은 결코 시장이 아니다.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POSCO가 살 길은 딱 한가지다. 스스로 투쟁해서 권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도마 위에서 결국 회감이 되고 말 것인지, 다시 살아나서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고 다닐 것인지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모든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굴종하고 망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회사의 이해관계인들은 더 크게 피해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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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CO가 살 길은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인들이 각성해서 투쟁하는 길 뿐이다. 비리와 부정과 투쟁하고 정치권력과 투쟁해야 한다. 그동안의 비리와 부정은 이 참에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새 출발해야 한다. 그것들을 묻어두고 갈 수는 없다. POSCO를 망친 외부 권력과 이에 동조한 내부 세력은 분명히 척결하고 새 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사정의 칼을 들고 나선 지금의 정치권력도 결코 믿을 수 있는 세력은 아니다. 신악이 구악을 뺨칠 수도 있다. 구악을 정리한답시고 옛날보다 더 회사를 망쳐버릴 수 있다. 이제는POSCO 내부에서 궐기해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를 지켜야 한다. 이 길만이 POSCO가 망하지 않을 길이다.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과거로부터의 단절만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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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3월23일 22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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