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 그 책임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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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임진왜란과 어전회의
1591년 3월. 조선왕조의 조정에서는 황윤길과 김성일이라는 관료가 선조에게 중대한 보고를 하는 어전회의(요즈음의 국무회의)가 있었다.
일본이 조선침략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들의 보고를 듣는 자리였다. 이들은 왕명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자리에서 황윤길은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이 높다”고 했으나 김성일은 “낮다”고 보고했다.
어전회의는 “정여립의 난”으로 혼란스러운 정국과 민심을 고려하였던지 김성일의 의견을 택하였다. 그 결과 조선은 준비 없이 임진왜란을 겪었고 선조는 왕궁과 국민을 버리고 두만강 지역까지 도망갔고, 국민들은 견디기 어려운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이 어전회의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동인과 서인으로 신하들이 나뉘었던, 김성일과 황윤길로 의견이 갈렸던 어전회의의 잘못된 결정으로 조선 백성들이 겪은 고통은 누가 보상해야 할 것인가?
② 97년 환란(외환위기)과 확대경제장관회의
1997년 10월 27일, 김영삼 대통령주재 확대경제장관회의가 있었다.
1996년 이래 한국경제는 불안감에 빠졌다. 소위 거시지표는 괜찮았으나 구조적인 문제가 잠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수익률도 하락하는 추이를 나타냈다.
1997년 1월 한보그룹(당시 재계서열 14위)이 부도를 냈고, 3월에는 삼미그룹이 무너졌다. 이때부터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나타났고, 일부 외자를 빼가는 움직임이 있었다.
7월에는 기아그룹(당시 재계 8위)이 부도유예 협약을 적용받았다. 국제금융시장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이 때부터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외자가 빠져나가고, 이들의 해외차입은 어려워졌다.
서서히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의 어두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회의가 10월 27일의 회의였다. 그런데 선조시대의 어전회의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경제는 기초조건이 건실하기 때문에 외환, 금융 시장이 위기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미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있었고, 한국정부가 IMF 대표단과 자금지원 협약을 체결한 12월 3일을 불과 30여 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97년의 외환위기는 400여 년 전의 임진왜란보다 더 혹독한 시련의 폭풍을 우리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③ 춤추는 정책들
#대부분의 (규제개혁) 과제가 정상 추진 중이고 상당수 과제는 이미 조치가 완료돼 국민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게 됐다“ (2014. 6. 11. 당시 경제 부총리의 발언)
그런데 6월 9일 한국행정연구원은 전혀 다른 보고서를 내놨다. “2013년 4분기부터 2014년 1분기 동안 신설·강화된 규제는 238건, 폐지·완화된 규제는 9건” 이라는 내용이었다.
#2014년 소득세법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정부 당국자는 연수입 55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에게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실제 계산을 해본 결과(한만수, “연말정산, 소득공제축소의 문제점”, 국가미래연구원 블로그 2015. 2. 4)에 의하면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세부담의 절대적 증가가 교묘한 과세 기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것을 “꼼수식의 불합리한 과세 방식의 변경”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당국과 국회가 “소급적용”‘이라는 억지수를 써가면서 취소 “해프닝”을 보이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증세없는 복지”는 어떤가? 그 취지는 좋다. 134. 8조 규모의 복지중심 공약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세입을 확충(50.7조)하고, 세출을 절감한(84.1조)으로써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작성했던 것이 “공약가계부”이다. 그런데 이것의 설계가 잘못되어 있다면?
구조상의 오류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2013년에 8조 5천억, 2014년에는 10조 9천억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지 않은가? 현실성이 거의 없는 세입 목표치 설정의 결과다.
금년에도 “세입을 세출에 맞추기”식의 재정계획은 계속되고 잇다. 경상성장율을 6.1%로, 국세탄성치를 1.1로 가정한 것부터가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성장률과 탄성치가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다. 경상성장율을 5%, 국세 탄성치를 0.7로 보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금년에도 큰 규모의 세수 부족이 발생하고, 국채로 메우게 될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 그러니 더욱 성장률 제고에 노력하자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주장에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최근에 갑자기 제기된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의 경우도 그렇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일자리 늘리기 정책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혜택을 받을 근로자들의 절반 정도가 5인 이하의 영세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내수 부진으로 지난 4년 동안 어려웠다. 영세기업들이 안고 있는 370조 규모의 부채도 어려운 경영 상황과 연관된 결과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험적 연구를 한 보고서의 결과를 봐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하물며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의 영세기업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하는 근로자들의 호주머니를 두툼하게 하여 소비를 늘린다는 생각은 근로자들의 수가 유지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의 수가 감소하면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임진왜란과 환란을 눈앞에 두고 애써 외면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던 악몽이 있었기에 그럴까? 춤추는 정책들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경제가 저성장, 양극화의 심화라는 늪으로 점점 깊이 빠져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한 어리석은 사람의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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