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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고조
미·중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지난 8월5일 중국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미국 트럼프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관계부처가 이에 관해 IMF와 협의토록 요청하는 한편 위안화의 절하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준도 즉각 정책금리를 내려 달러화의 약세를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트럼프대통령의 위안화환율조작 발언이후 위안화의 시장환율은 중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으로 약세속도가 일시적으로 꺾였으나 그 후 줄곧 7위안을 상회하였으며 8월21일 현재 달러당 7.06위안으로 7월말(6.884위안)대비 2.52%, 2018년 말(6.878위안)대비 2.61%가 각각 절하된 수준을 나타내었다.
미국정부와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위안화환율의 ’7위안 돌파‘는 미 트럼프대통령이 9월1일부터 추가적으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임을 발표한 데 따른 중국정부의 의도된 보복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최근 위안화의 빠른 약세현상은 미국의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조치가 중국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G2간의 무역·기술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것으로 판단하여 한때 세계 주요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트럼프대통령이 9월1일부로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대상품목들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품목들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거나 부과시점을 12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하였지만 위안화의 약세행진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제재의 시행여부 및 내용은 좀 더 지켜 볼 필요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법(1988)과 무역촉진법(2015)에 근거하여 주요 교역국의 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2회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현재 강화된 무역촉진법에 의하면 (i)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ii)GDP대비 경상수지흑자 2%이상 (iii)GDP대비 2%이상의 외환순매수(즉, 해당국통화의 약세화를 위한 시장개입)의 세 가지 요건 모두에 해당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그리고 상기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될 경우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는데 현재 금년 4월에 발간된 미 재무부 보고서에는 중국을 위시한 한국, 일본, 독일 등 9개국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것은 종합무역법(1988)에 근거한 (i)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ii)유의미한 수준의 대 미국 무역수지 흑자국 등의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미국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정부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이 되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해당국의 환율정책 시정을 요구한 뒤 시정되지 않을 경우 (i)해당국가에 대한 미국기업의 투자 및 진출 시 금융지원 금지 (ii)해당국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참여 금지 (iii)IMF를 통한 환율 압박 (iv)무역협정과 연계조치 시행 등의 제재를 가하게 된다.
미 트럼프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어떠한 제재를 받게 될지는 더 두고 보아야할 것 같다. 우선 그는 IMF로 하여금 중국의 환율운용 실태를 살펴보게 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IMF측으로부터는 중국의 환율운용에 별 문제가 없다는 논평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말은 향후 IMF측의 중국환율정책에 관한 공식적인 평가와 함께 오는 10월에 발간될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기다려 보아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당국의 환율정책, 중기적으로는 위안화 약세 저지에 역점을 두어 운용
중국 정부는 과거 2000년대 초까지 위안화 가치를 사실상 미 달러화에 거의 고정시키는 환율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였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들로부터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받게 됨에 따라 2005년7월 위안화의 환율을 주요통화로 이루어진 통화바스켓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산정된 환율을 토대로 위안화를 변동시키는 형태의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고 동 제도에 입각하여 2014년까지 위안화의 대미환율을 점진적으로 절상시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가 2015년 중반 상해증시의 폭락과 급격한 자본유출로 중국 외환시장에 큰 불안이 야기되면서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다소 큰 폭의 절하가 있었으며 그 후 미 달러화에 대해 완만한 약세추세를 지속해 왔다.
2015년10월 위안화가 SDR바스켓구성통화에 편입키로 결정된 후 중국정부는 2015년 12월에 새로운 통화바스켓제도인 ’중국 외환거래제도 지수‘(CFETS Index)를 도입하면서 환율제도를 개편하였다. 개편된 통화바스켓지수는 13개통화로 구성되며 중국정부는 각 통화별 가중치를 공개하는 등 환율결정의 투명성과 시장성을 제고하였다. 동 바스켓지수에 의해 결정된 환율을 토대로 인민은행이 익일 외환시장에 고시될 기준환율을 결정하면 이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상하 2% 범위 내에서 당일의 시장 환율이 움직이도록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중국 위안화는 2015년 이후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이 지속된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절하추세를 지속해 왔고 최근에는 “7위안 이상’의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전체 교역상대국통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절상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 점은 ‘환율조작국’이란 비난에 대해 중국정부가 강하게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국제결제은행(BIS)가 매분기 발표하는 국별 실질실효환율지수(REER Index: Real Effective Exchange Rate Index)의 추세를 통해 위안화의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들에 대한 가치변동 상황을 살펴보자. 동 지수는 특정국의 현재 통화가치가 해당국의 교역상대국 통화 전체에 대하여 상호간 물가변동을 감안했을 때 비교시점에 비해 얼마나 고평가(절상) 혹은 저평가(절하)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동 지수가 기준연도의 100보다 클 때는 해당국의 통화가 교역상대국들의 통화전체와 비교하여 고평가(절상)되어 있음을, 100보다 작을 때는 저평가(절하)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동 지수에 의하면 중국 위안화는 기준연도인 2010년과 비교하여 중국의 교역상대국 통화 전체에 대하여 금년 4월까지 대체로 평균 20% 내외로 고평가(절상)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미 달러화의 경우 같은 기간 중 교역상대국 통화들과 비교하여 대략 평균 15%내외의 절상을 보여 왔으며 한국 원화도 평균 10%내외 절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영국 파운드화는 같은 기간 중 평균적으로 기준시점과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유지한 반면 그동안 줄곧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해 온 유로지역의 유로화는 평균 6%, 일본 엔화는 25%내외의 저평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2015년 중 상해증시 폭락과 극심한 외자유출을 경험한 이후 중국 외환당국의 환율정책이 대체로 자본유출 억제를 위해 위안화의 가치를 떠받치는데 중점을 두어 온 데 주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환당국 최근의 위안화 약세 용인정책은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도모가 주요 목적
2010년 이후 중기적으로 가치 상승세를 이어 오던 위안화가 최근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가치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는 데에는 최근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인한 국내외 경기 둔화조짐과 더불어 부실기업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 지속 등의 요인들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면에서는 중국의 금년 1/4분기 및 2/4분기의 경제성장률 각각 6.4%, 6.2%로 둔화세를 보임에 따라 연간 정부 목표경제성장률(6~6.5%)달성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7월중 산업생산이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전년도월비 4.8%증가)을 보였고 소비, 투자 등도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5월 바오상은행이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인수관리에 들어 간 이후 진조은행, 헝펑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자본확충에 들어 간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부실 중소기업 및 지방은행들의 신용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본유출로 인한 위안화 약세를 우려하여 위안화 지지에 힘써 오던 중국정부가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나오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로,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위축효과로 말미암아 미 연준이 7월말 10년 만에 정책금리의 인하에 나선 것을 위시하여 다수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융완화국면에 들어섬으로써 여타 국들에게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중국으로서는 자본유출의 우려가 줄어 든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최근 7월초 중국정부가 발표한 국내 증권 및 생보사, 자산운용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조기 철폐 계획(2021년에서 2020년부터로 앞당김),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은행 간 채권거래 자격 부여 등과 같은 금융시장 개방조치들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외자 유입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점이다.
중국정부, 환율정책과 재정·금융정책을 병행하여 경기침체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
요약하면, 미·중간 무역·기술 분쟁의 예상외 장기화로 주요국을 위시한 세계경제 전체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중국경제의 목표경제성장률의 달성이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 하에서 중국정부는 그동안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해 오던 재정·금융완화정책에 병행하여 위안화의 절하를 용인하는 방향의 보다 적극적인 경제정책 운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완화정책 회귀기조와 중국 금융시장의 조기자유화 발표 등이 위안화의 약세화 용인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을 상당 정도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국내 경기부양 및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금융완화정책은 환율정책과 조화를 이루어 병행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위안화의 절하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적극적인 금리인하는 자칫 부동산투기나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중소기업 및 지방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춘 선별적 지급준비율(현행 대형은행 13.5%, 중형은행 11.5%, 소형은행 8%) 완화 등과 같은 선별적 유동성지원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8월17일 중국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대출기준금리(4.35%)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4.25%로 인하 고시한 조치는 금리인하를 주된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금리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 조치로 평가된다. 향후 금리인하조치는 경기둔화가 더 진전되고 미국 등 주요국들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있은 다음 단행하되 대출우대금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중국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통화바스켓에 기반을 둔 현행 환율제도의 개선을 계속 도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제도의 실제 운영이 보다 투명하고 시장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또한 하루 환율변동폭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환율제도의 개선에 힘을 기울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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