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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0월26일 21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37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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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

 

 2015년 10월 19일 부산 앞바다에서는 수십 척의 함정과 항공기가 참가하는 관함식이 펼쳐졌다. 해군은 건국 50주년을 맞은 1998년과 건국 60주년인 2008년에 관함식을 가졌는데, 이번 관함식은 광복 70주년 및 해군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해군의 세 번째 관함식이자 최대 행사였다. 기함인 최영함의 갑판에 마련된 사열대에는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해군작전사령관, 해군발전자문위원장 등이 앉았고, 뒷열에는 각군 장성, 해군 자문위원, 부산지역의 지도자 등이 자리를 잡았고, 갑판 위에는 초청된 수백 명의 부산시민도 있었다. 해군이 최영함을 기함으로 결정한 것은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한국선박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아덴만여명」 작전을 수행한 함정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후 2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가 울러 퍼지면서 최영함은 해상사열을 받기 위해 해군작전사령부를 떠나 오륙도와 광안대교 그리고 동백섬을 부산항 앞바다로 향했다.

  관함식의 선두는 수백 명의 시민을 태우고 등장한 독도함이었다. 순수 한국의 기술로 건조되어 2007년에 진수된 독도함은 길이가 200m에 이르는 14,000톤의 대형수송함으로 8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독도함 갑판에 도열한 수병들과 기함에 탑승한 지휘관들이 기립하여 거수경례를 교환할 때 지켜보는 시민들의 가슴은 벅차 올랐다. 이어서 율곡이이함, 왕건함, 양만춘함, 경기함, 천왕봉함, 태평양1호함, 원산함, 전남함 등이 차례로 나타났다. 율곡이이함은 한국이 건조한 3척의 이지스함 중의 하나로 7,600톤에 166m 길이를 가진 대형구축함이다. 율곡이이함의 최첨단 이지스 체계는 2012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확하게 추적했었다. 양만춘함은 헬기를 탑재한 DDH-1급 구축함으로 3,200톤급이다. 왕건함은 최영함과 마찬가지인 DDH-2급 구축함으로 4,400톤급이며, 함대함, 함대공, 함대잠 등 각종 무기체계들을 갖추고 있다. 한국해군은 현재 6척의 DDH-2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함정들은 교대로 청해부대를 태우고 소말리에 해역에 파견된다. 전남함과 경기함은 각각 1,500톤 및 2,500톤급 호위함인데, 전남함은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에 참가한 함정이다. 원산함은 기뢰부설함으로 유사시 아군의 항구를 보호하고 적 항구를 봉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천왕봉함은 4,900톤급의 대형 상륙함이며, 태평양1호함은 3,000톤급의 해경 함정으로 해군의 관함식에 동참했다.

  이이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유도탄고속함(PKG), 참수리급 고속정(PKM) 그리고 잠수함들이었다. 참수리 고속정은 130톤급의 소형 고속정으로 동해와 서해의 최북단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첨병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시 참수리급 고속정 357정은 북한군의 야비한 선제공격으로 침몰했고, 이 과정에서 윤영하 정장을 비롯한 6명의 해군장병들이 희생되었다. 참수리 고속정들이 돌격기동 시범을 보여주었을때 최영함 갑판에 운집한 시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유도탄고속정은 연평해전을 교훈삼아 해군이 참수리 고속정의 후속함으로 개발한 함정으로 400톤에 대함유도탄, 76mm 함포, 40mm 2연장포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속도가 시속 74km에 달한다. 유도탄고속정은 제2차 연평해전에서 희생된 장병들의 이름을 따서 윤영하함, 조천영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한상국함 등으로 명명되었으며, 지금까지 18척이 건조되어 동서남해에서 영해수호에 임하고 있다. 이어서 등장한 3척의 잠수함들이 물속에서 갑자기 솟구쳐 올라오는 ‘긴급부상’ 시범을 보여주었다. 한국해군은 현재 1200톤급 잠수함 9척과 1800톤급 6척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 순서는 대잠작전, 대함작전, 공중돌격, 그리고 상륙돌격 시범이었다. 왕건함에서 이륙한 링스(Lynx) 헬기가 디핑소나를 투하하고 이어서 대잠초계기 P-3C가 해저 300m까지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탐지장비를 투하하더니만 곧바로 적 잠수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다. 대함작전 시범도 펼쳐졌다. 링스 헬기가 사정거리 20km인 시스쿠아(Sea Skua) 대함유도탄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이 해면을 스치듯 날아가서 정확하게 적함에 명중하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일렬로 도열한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유도탄고속함 등 4척의 함정들이 적함을 향해 5인치포, 76mm 함포, 발칸포 등을 쏘아대자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해군헬기의 공중돌격 시범도 장관이었다. 하늘을 뒤덮은 헬기들이 굉음을 내면서 돌격하자 해상에서는 연막탄이 터졌고, 대형 상륙함들이 진격을 개시했다. 상륙함 후미에서 해병대원들을 태운 상륙정들이 연신 쏟아져 나올 때마다 시민들의 함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관함식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것은 해난구조 시범과 특수전 시범이었다. CH-47 치누크 헬기와 UH-60 블랙호크 헬기들이 등장했다. UH-60은 병력수송, 구조 등을 수행하는 다목적 헬기이며, 치누크는 전형적인 수송헬기이다. 구조요원들이 헬기에서 내려와 물위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시범을 보였다. 해군구조함인 통영함은 화재에 휩싸인 선박을 향해 물줄기를 쏟아냈고, 화재는 곧바로 진화되었다. 이어서 납치선박을 구조하는 특수전 시범이 펼쳐졌다. 바다에서는 고속단정이 피랍선박을 향해 돌진하고 하늘에서는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헬기들이 굉음을 울리면서 접근했다. 고속단정에서 내린 특수부대원들이 신속하게 피랍선박에 올랐고, 헬기에서 내려온 요원들도 합세했다. 이들은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납치범들을 제압했다. ‘아덴만여명’ 작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관함식 행사는 23일까지 계속되었다. 수십 척의 한국해군의 함정들에 더하여 미국의 핵추진항모 로날드 레이건호까지 합세한 정박사열이 실시되었고, F-15K를 위시한 공군기들도 동원되었다.

  관함식을 관람한 시민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자랑스럽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건조한 대형 함정들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갑판에 도열한 해군장병들의 늠름한 자태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린 시민들도 많았다. 그렇다. 일본이 항공모함을 만들어 태평양을 지배하던 시절 자전거도 만들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아니었던가. 그랬던 대한민국이 불과 수십년 만에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2차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OECD 회원국이자 다른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를 두고 ‘현대사의 기적’이라 함은 결코 과장이 아닐 터이다. 오늘날 한국은 무역, 전자, 자동차, 조선, 해운,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산업강국이며, 세계에서 열 번 째로 많은 국방비를 쓰는 나라다. 이제 대한민국이 스스로 거대한 함정들을 건조하여 대양해군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찌 대견스러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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