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Insight] 국민연금, 경기부양책 동원은 부당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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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에 국민연금기금을 재원으로 10조 원규모의 SOC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발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은 어딘가에 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여유자금이 많기 때문에 안정성 수익성 유동성만 담보된다면 얼마든지 어느 곳이든 투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러한 투자는 정해진 절차와 순서를 밟아 순리대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 이번과 같이 단기간의 경기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것처럼 급하게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가 임의로 밀어붙이는 것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어서 더욱 우려해야할 만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 내년 국민연금기금 10조 국내 SOC 투자계획 발표
지난 16일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국민연금기금 대체투자도 늘리겠다는 방안이 포함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발표에 의하면 내년에 기금에서 대체투자금액 10조 정도를 끌어와 SOC 등에 투자한다고 한다. 국내경기를 되살려보려는 대책이겠지만 절차와 순서를 무시한 무리한 처사다. 엄중한 경제사정을 어떻게든지 돌파해보려는 고심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투자AI Alternative Investment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을 대신하는 투자대상이다. 부동산, 도로 항만 등 SOC, 벤쳐, 기업구조조정투자, 사모투자, 헷지펀드 등이 해당된다. 2015년 9월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외 대체투자규모는 총 51조 10% 수준이다. 해외가 더 활발하여 30조 6% 수준이고, 국내는 20조 4% 수준이다. 그동안 대체투자의 연평균 운용수익률(기금설정 후 26년 평균)은 8%대로 주식 7% 채권 5%대보다 높다. 다양한 대체투자는 평균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정도로 중위험 중수익 투자대상으로 정의되지만 기금투자결과를 보면 기금은 그간 윗단의 고위험 고수익 투자대상을 추구해온 셈이다.
대체투자는 원래 시황과는 독립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헷지펀드, 부동산, 사모투자를 일컬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투자대상이 추가되었다. 대체투자는 주어진 위험 아래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주어진 수익 아래에서 낮은 위험을 추구하는 투자대상이다. 대체투자대상의 등장으로 연기금 포트폴리오의 분산 폭이 넓어지고 가속화되었다. 대체투자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인데 신자유주의의 발흥과 맞물려 크게 각광을 받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질주하다가 잠시 제동이 걸리는 듯싶더니 근년 들어 전통투자대상의 불확실성 때문인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경쟁격화로 다소 주춤거리고 있으나 아직은 활발한 편이다. 대체투자로 크게 재미를 본 사람은 예일대학교 기금운용CIO David Swensen이다. Lehman Brothers와 Salomon Brothers에서 근무하다 채용되어 기금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킨 전설적 인물이다. 월가 근무 시 신종금융기법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아마 그 때문에 대학기금에서 그를 주목하고 채용했던 것 같다. 전문가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성공스토리로 대체투자가 세계 각국의 연기금 포트폴리오의 주요편입대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현재 세계연기금 포트폴리오의 대체투자비중은 상당히 높다. 10-20% 사이다. 국민연금기금도 예외가 아니지만 다소 늦게 시작되었고 아직은 낮은 편이다. 2005년 말 필자가 부임할 때만 해도 5% 미만이었고 국내에서 대체투자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기금포트폴리오는 채권 90%정도로 위험투자비중이 매우 낮았는데 채권수익률로는 기금 자산가치보전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았다. 포트폴리오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절실했다. 위험이야말로 수익의 원천이라는 방향으로 투자위험에 대한 자세를 적극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위험투자에 따른 변동성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감당해야할 몫이었다. 큰 틀은 무위험자산을 줄이고 위험자산을 늘리는 것이었다. 대체투자도 적정비중 늘릴 필요가 있었다. 대체투자는 중위험 자산이므로 안정성 최우선인 기금으로서는 대체투자를 적절한 비중으로 늘려야 안정성과 수익성이 조화롭게 확보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이라는 울타리 안에 고여 있는 거대기금을 역동적인 산업현장에 투입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국가 전체적인 자금효율도 높아지고 기금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체투자, 경쟁격화로 기대수익률 떨어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기금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2007년이다. 기본 방향은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의 점진적인 변환이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당시 약 10년쯤이면 재편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필자가 구상했던 포트폴리오 재편완성 시 대체투자비중은 20%였다. 채권은 50% 주식은 30%로 구상하였고, 해외투자는 50%로 구상하였다. 기금은 가만 놔두어도 대체투자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통자산 기대수익률로는 전체적인 목표달성이 어렵기도 하지만 안정성확보가 필수인 기금으로서는 투자위험관리상 적절한 비중을 대체투자에 투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금규모도 급팽창해왔고 시황도 늘 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성 부족도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통자산군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대체투자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되자 너도나도 달려들게 되어 대체투자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방향을 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도 대체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상당한 우려를 표명해왔고 근년에는 투자비중도 줄이고 있다.
이러한 때 정부가 경기부양용으로 국민연금기금투입을 발표한 것은 미숙해 보인다. 사정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렇게 접근할 일이 아니다. 절차를 밟아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정부위원이므로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여 성사시키면 된다. 그렇잖아도 기금고갈이네 뭐네 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안이 큰데 이렇게 하면 좋은 의도도 의심받기 쉽다. 더구나 경쟁격화로 국내외 대체투자대상의 기대수익률도 예전 같지 못한 실정이다. 기금에서는 줄이고 있는 대체투자대상을 정부가 맘대로 가져다 투자하겠다니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지금은 다소 움츠러들고 있지만 당분간은 돌파구가 대체투자라는 점은 모두 알고 있다. 조만간 대체투자가 재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으로서야 운용원칙으로 공공성도 감안해야 하므로 안정성 수익성 유동성만 담보된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것이다. 이렇게 동네방네 시끄럽게 할 필요 없다. 뭣 하러 욕을 사서 먹으려고 하는가. 소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대체투자도 활성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우리경제에도 어쩌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는 방안이 있어 제안해본다. 기금최대규모 30년쯤 후 2043년 2500조를 상정하고 대체투자 20% 500조의 투자대상을 생각해본다. 지금 대체투자규모 50조의 10배다. 투자대상은 중국과 북한이다. 이들 두 나라는 인접국가로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될 나라들이다. 물론 정치사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중국 동북삼성의 인프라투자는 어떤가. 만주지역이다.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중국으로서는 개발이 절실한 곳이다. 우리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면 신천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성공단처럼 남북한이 함께 만나 부대끼면 점차 이질화되어가는 민족성도 돌려세워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북한은 천연자원의 보고라고 한다. 사정만 허락한다면 환상적인 투자대상이 아닐 수 없다. 초장기기금인 국민연금기금으로서는 안성맞춤이다. 세계연기금들도 아마 대환영일 것이다. 이러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무엇보다 대체투자가 활성화되어 기금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 칠천만 민족염원인 남북통일 나아가 동북아지역의 평화발전과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일석삼조의 방안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국민연금기금 투자, 절차와 순서를 지켜야 한다
전 국민의 노후를 대비해 적립해가는 기금을 절차와 순서를 무시하고 마치 단기간의 경기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할 것처럼 하니까 불안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그럴듯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금은 그렇게 정부에서 맘먹은 대로 가져다쓰는 돈이 아니다.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일이 왜 이렇게 진행되었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실수라고 생각하고 싶다. 당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불편해하고 있다. “기금운용은 가입자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의 논의와 의결을 토대로 이루어진다.”고 정부발표를 못마땅해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보건복지부는 무엇하고 있는가? 기금운용을 관할하는 부처로서는 마땅히 분개할 법도 한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이 없다. 원칙에 벗어나는 일을 뻔히 보고도 가만있으면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는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그러면 결국 정부만 싸잡아 욕먹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기금가입자의 대리인이다. 임시주인으로써 마땅히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것이 기금가입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아무리 임시주인이라지만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진짜주인이 가만있겠는가. 쫓겨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마하니 기획재정부 발표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국민연금기금사용을 언급한 부분은 적절치 못하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금관할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일을 되돌려놓기 바란다. 국민연금기금은 전 국민의 최후 피난처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감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절차와 순서를 밟아야 한다.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부어 반죽을 한 다음 서서히 열을 가해야 한다. 불에 물을 들이붓고 밀가루를 끼얹으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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