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명암을 해부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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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에 대한 상반된 평가>
미국경제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경제가 쇠락하고 있는지, 아니면 중흥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지를 살펴 보기 위해서 최근 Economist紙에 실린 그래프를 사용하여 정리해 보기로 한다.
<실물부문의 저하와 금융부문의 강화>
미국경제의 상대적 비중저하는 GDP규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시장가격으로 표시한 GDP에서 미국의 대세계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다. 2차대전이후의 40%대에 비해서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10년전과 비교하더라도 2-3%p 줄어들었다. 구매력으로 평가한 GDP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 GDP 규모의 상대적 비중저하를 초래한 대표적 국가는 2차대전이후의 일본, 최근의 중국이다. 일본은 1980년대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하였고 한때는 미국을 추월하기 일보직전까지 갔었으나 거품경제의 붕괴에 이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어 오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하였고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예상되어 왔으나 최근의 경제불안을 극복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지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분야별로 볼 때 미국의 비중은 대부분 하락하고 있지만 자산운용규모, 투자은행수익, 해외대출, 석유생산에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 석유생산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셰일가스의 본격적인 생산덕분임은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나머지 부문에서 미국이 약진하고 있는 점이 우리의 주의를 끈다. 즉 금융산업에서 미국은 세계속의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 월가이었고 그 중심에 있던 대형투자은행들은 도산하던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살아 남았다.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대형투자은행의 파생상품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은행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들은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산업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시장의 호황이다. 미국 주가는 금융위기직후의 폭락세에서 회복하면서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여 왔다. 물론 미국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시장펀드멘털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양적 완화를 통해서 풀려난 천문학적인 유동성효과도 크게 작용하였다. 앞으로 금리인상과 유동성축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고 이는 내년도 미국경제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 연준이 최초 금리인상이후의 인상속도를 결정할 때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산업구조>
미국이 아직도 세계의 5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벤쳐캐피털투자, 쇼셜미디어사용자, 클라우드사용, 세계외환보유고의 달러비중등이다. 외환보유고의 달러비중을 제외하면 모두 인터넷과 모바일경제의 핵심활동들이다. 세계벤쳐투자의 거의 70%가 미국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술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의 선두주자로 남아있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생계형창업이 주종을 이루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창업활동은 기술창업이 주종을 이루고 이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경제를 이끌어 가고 새로운 창업을 촉발하는 선순환생태계가 이루어 지고 있다. 바로 이점이 미국경제가 선진국중에서도 유독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발현하는 원동력이다.
첨단기술산업의 약진과는 대조적으로 전통산업이 중심이 되는 제조업생산의 대세계비중은 계속 하락하여 이제는 10%대 후반까지 감소하였다. 오바마정부가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서 종합적인 시책을 펴 나가고 있는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의 위축만 따로 떼어서 보면 미국경제의 앞날은 비관적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ICT 와 바이오등 신산업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국경제는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지출비중은 지난 10년동안에 40% 가까이에서 30% 언저리로 감소하였으나 그 주요 결과물인 특허는 20%를 약간 웃도는 선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두가지만 놓고 보면 연구개발투자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연구개발투자가 둔화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할 것이다.
미국의 대세계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한 부문은 설비투자인데 10년전의 30% 수준에서 20% 미만으로 하락하였다. 반면에 가계소비지출비중은 30%를 웃도는 선에서 소폭 후퇴하여 20% 후반으로 떨어졌다. 이는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이 소비지출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고 아직까지는 기업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바, 향후 미국경제의 본격적 회복은 설비투자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무역부문에서 수출의 대세계비중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수입비중은 감소하고 있어서 미국의 무여수지적자가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수출비중에서 서비스수출의 대세계비중이 상품수출의 대세계비중보다도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서비스산업의 강한 경쟁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막강한 금융력으로 세계경제의 주도권 유지>
미국경제는 실물부문의 대세계비중에 비해서 금융부문의 대세계비중이 훨씬 높다. 재화와 용역의 생산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개도국에게 이미 주도권을 내어 준 것이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절대적인 기축통화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월가는 세계 최대의 주식및 유가증권 거래시장이며, 대형투자은행들 역시 국제금융거래와 인수합병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이 GDP 규모에서는 세계의 20% 남짓 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계경제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천은 달러화의 기축통화지위와 막강한 금융의 힘인 것이다.
미국경제가 기침하면 세계경제가 독감에 걸린다는 경구는 적어도 실물경제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경제에서는 이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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