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금융개혁으로 세계 87위 벗어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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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빅뱅이라 일컬어질 금융개혁 방안을 발표하였다. 첫째, 거래소 회원권 취득 조건을 완화 외국 증권사에 완전 개방. 둘째,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하여 증권거래 수수료를 완전 자율화. 셋째, 은행, 증권, 보험의 상호 업무진입을 허용, 다양한 업종의 금융자회사 거느린 금융그룹 탄생 가능. 넷째, 금융기관의 지급능력보강, 사기방지, 투자자 보호규정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 결과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이 런던에 국제투자업무 거점을 구축하여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되었고, 증권거래 비용이 감소하여 중개의 효율성이 증대됨으로서 외국에서 거래된 자국 주식의 거래가 다시 국내로 회귀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증권사로 발돋움 하였다. 대형화 겸업화를 추진한 은행들은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갖게 되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였다.
우리의 얘기가 아니라 1986년 영국의 대처정부가 잃어가는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취한 영국의 금융 빅뱅 내용이다. 그 이후 비록 영국 증권회사 90% 이상의 소유권이 외국 증권사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영국은 완전히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을 회복하여 수십만 명에 이르는 새로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 27일 정부 여당은 금융개혁 1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된 10대 과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대상과 비과세 대상 확대 *10% 대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 *보이스피싱과 불법 사금융 근절, *보험사기 처벌 강화, *창업 3~7년차 벤처기업 지원 강화,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구축,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한도 확대 등이다.
정부 여당이 발표한 금융개혁 10대 과제에 대해 함량미달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인 것 같다. 이 정도 가지고 세계87위라 조롱받고 있는 국내 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 미시적 조정으로 결코 금융의 경쟁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나라 금융개혁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금융개혁의 목표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국은 잃어가고 있는 자국의 금융 경쟁력을 회복하여 금융을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였다면, 우리의 경우 아직도 금융은 실물경제를 성장시키는데 보조적 역할이나 잘 하라는 취지의 개혁 조치인 것 같다. 정부 여당에서 나온 금융개혁의 과제로 ‘보신주의 타파’, 내지 ‘영업시간 4시 이후 연장’ 등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금융개혁의 목표가 보인다.
박 근혜 대통령은 “금융은 우리 경제에 있어서 혈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금융개혁은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우리 몸의 피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으면 고혈압 등 각종 질병으로 신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 하듯이, 경제에서 금융이 역할을 잘 못하면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매우 적절한 지적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 금융은 실물경제 성장의 보조 역할을 넘어 금융 스스로가 국부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전략산업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우리 경제 발전 단계가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지도자들의 금융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70, 80년 대 개발경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금융이 지금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처지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
튼튼한 수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가 중국의 부상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제조업 자체는 자동화와 IT기술의 발달로 고용 없는 성장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새로운 양질의 청년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어야 할까. 제조업 기반을 튼튼히 한 가운데 서비스업을 성장 시키는 것이 우리의 해법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서비스업으로서 금융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금융은 자율과 창의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온갖 규제의 틀에 갇혀 있는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한 수준이라 평가받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박 근혜정부가 임기 중반을 넘어 과감한 개혁을 하기에 시기상 어려울지 모르나 정권 차원을 떠나 보다 긴 시계로 차분히 개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금융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금융감독체계부터 바꾸어야 한다.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금융위원회에서 수립 집행하고 있으니 산업정책에 의해 감독정책이 포획될 위험이 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산업정책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을 묶어 금융부를 신설하던지 금융위 산업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즈음처럼 세계화 된 시대에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을 분리하여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데서 오는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금융통화위원회처럼)로 만들어 금융감독정책을 수립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에 금융감독원을 둔다. 금융감독위원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한 조직에서 관장하면 소비자 보호가 희생될 위험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어떤 형태로든지 분리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 경영과 금융상품 가격 결정에 더 이상 정부나 정치권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 카드수수료는 카드업의 본질인 가격이다. 아직도 정치권은 카드 수수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손질하고 있다. 금융관련법을 하나로 통합하고 법체계를 완전히 포괄주의(negative listing system)를 도입해야 한다. 법이 많을수록 규제가 많게 되어 있다. 2000년 대 초반 본인이 금융학회장으로 있을 때 금융통합법을 추진해 본 적이 있다. 그 때 금융관련법이 43개였다. 지금은 아마 그 수자가 더 많을 것이다.
금융이란 남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산업이다. 그럼으로 금융인은 기본적으로 윤리의식과 도덕성으로 무장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 금융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금융인이 되기 위해 철저한 적격성 심사제도(fit & proper test)를 도입하여야 한다. 한번 금융회사에서 사고를 치면 영원히 금융에서 추방해야 한다.
요즈음 커피점에 가보면 시장이 얼마나 현명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격 표시가 대부분,4,500원을 4.5 또는 5,000원을 5.0과 같은 방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미 우리 화폐단위는 개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기입 국 중 1달러 대비 1,000이상 되는 화폐단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 국격에도 맞지 않고 머지않아 경 단위가 일반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화폐단위를 100대 1 내지 1000대 1정도로 변경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반대하나, 세계경제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화폐단위 변경을 할 적기인 것 같다.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금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인구의 과반수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상장기업 대부분의 본점이 수도권에 있다. 이는 금융의 주 이용자가 수도권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 있다. 금융은 아니다. 정치적이고 인위적으로 금융중심지를 둘로 나누어 힘을 분산시킴으로서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임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도록 정책을 과감히 수정하여야 한다. 부산은 해양금융 중심지로 육성하여 서울도 살고 부산도 살며 한국의 경제도 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금융회사나 금융업에 종사하는 금융인들도 정부나 정치권만 탓하지 말고 고객중심의 사고로 전환하여 영업시간도 융통성 있게 조정하여야 한다. 임금체계도 호봉제 같은 구태에서 탈피하여 성과급, 능력급 체계로 개편하여 능력 있는 자가 우대받는 풍토를 스스로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계의 소극성과 패배주의 타파가 금융개혁의 주 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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