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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제통화의 반열에 오르게 된 위안화
지난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는 중국 위안화를 2016년 10월1일부터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의 바스켓 구성통화 (현재 미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및 엔화 4개 통화)에 추가하여 편입키로 결정하였다.
SDR은 국제통화기금이 회원국들의 공적대외준비자산을 보완해 주기 위해 1969년에 인공적으로 만든 대외준비수단이다. 이 SDR 한 단위의 가치는 각 바스켓구성통화의 가치에 가중치를 곱하여 합한 값으로 표시되는데 위안화의 추가편입으로 바스켓내 통화별 가중치는 내년 10월부터 미 달러화 41.73%, 유로화 30.93%, 위안화 10.92% ,엔화 8.33% 및 파운드화 8.09%로 결정되었다. 국제통화기금은 SDR을 필요할 때마다 추가로 창출하여 회원국들에게 그들의 IMF내 지분(쿼터)에 비례하여 배분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IMF가 창출하여 배분해 준 SDR은 총 2,041억SDR에 달한다. SDR을 배분받은 회원국들은 국제수지의 악화 등으로 자국의 외화유동성 보충이 필요하게 될 경우 보유한 SDR을 여타 회원국가들과의 거래를 통해 달러화 등 바스켓구성통화인 주요 국제통화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 그밖에 SDR은 IMF의 회원국들간 금융협정 등에서의 계산단위로 사용되고 있다.
IMF가 5년마다 SDR의 바스켓구성통화가 적합한지를 검토해오고 있는데 이번 검토에는 해당국(또는 통화동맹)의 ‘수출규모가 충분히 큰지 ’ 또한 국제거래에 있어서 해당통화의 ‘사용이 자유로운지’(freely usable)가 주요 평가기준이었다.
위안화는 전자의 기준은 충족하고도 남지만 후자의 기준에 의하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다극화로 정착되어 가는 국제통화체제
1971년 미국 닉슨대통령의 달러화의 금태환정지 발표로 미 달러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하던 브레튼우즈체제가 종말을 고하고 1970년대초 이후 주요국이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한 이후 진정한 의미의 기축통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옳다. 다만 미 달러화만 전관의 예우로 기축통화의 대우를 받고 있을 뿐이다. 브레튼우즈체제의 종식후 세계 각국은 어떠한 환율제도에 의지해야 하는지, 국가간 국제수지불균형은 어떠한 메카니즘에 의해 조정되어야하는지, 급증하는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등에 관해 해답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국제통화제도를 창안해내지 못하고 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연이은 유럽지역의 재정위기로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그나마 과거 기축통화로 국제중심통화의 역할을 담담해 오던 미 달러화를 위시한 기타 주요국 통화들에 대한 신인마저 크게 흔들리면서 불안은 커져 갔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G-20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국제통화제도의 개편문제가 한때 활발히 논의되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였으며 그뒤 지속되는 세계경기침체에 대한 대응문제가 부각되면서 논의의 밖으로 밀려나버린 형국이 되었다. 그리고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은 다시 경쟁적인 자국통화의 환율 절하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국제외환시장 및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의 양적완화에 나섰던 선진국들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이제야 완만한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최근 양적 완화정책을 2017년3월까지 연장키로 결정하는 등 아직 유로경제는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경제도 아베노믹스에 의한 해결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국제통화로서 미흡한 면이 적지 않은 위안화가 이번에 SDR의 3대 구성통화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은 역사의 긴 흐름에서 판단한다면 과거 일부 선진국통화중심으로 운영되던 국제통화제도가 내부의 문제로 인해 점차 중심통화의 다원화 내지는 다극화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향후 국제통화제도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어쩌면 미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파운드화, 엔화, 기타 새로이 떠 오르는 유망국통화 등으로 더욱 다극화하고 크게는 미 달러화, 유로화 및 위안화로 3극화를 이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3국통화중심의 다극화의 진전은 미주권, 유로권 및 아시아권으로 구분되는 지역주의를 배경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요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현주소와 전망
통상 주요 국제통화가 갖추어 할 요건으로는 지급결제수단, 계산단위 및 가치저장수단의 세 가지 기능을 꼽는다. 위안화는 그동안 중국경제의 G2 부상과 중국정부가 취해 온 자본자유화, 금리자유화, 환율제도 개혁 등의 조치에 힘입어 2014년12월현재 세계 2번째 무역금융통화, 5번째 결제통화, 6번째 외환시장 거래통화로 부상하였다(인민은행 발표자료 근거).
이번 위안화의 SDR 구성통화 편입결정으로 세계 제1무역대국통화인 위안화는 특히 지급결제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확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제무역에 있어 위안화에 의한 결제는 지금까지 홍콩과의 거래가 절반이상을 점해 왔으나 앞으로는 여타 지역과의 거래비중이 늘어나고 그 대상도 일반 상품외에 원유, 기타 서비스, 중국의 대외직접투자 및 공적개발원조 등의 결제비중이 크게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의 결정으로 필자의 생각으로는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는 그동안 1%미만에 그친 위안화의 비중이 머지않아 SDR바스켓내 위안화의 비중인 10%선으로 늘어 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2013년현재 전세계 외환보유액중에서 점하는 통화별 비중이 미 달러화 61%, 유로화 25%, 엔화 및 파운드화 각각 4%인 점을 감안할 때 위안화가 3대 외환준비 대상통화로의 부상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계산단위로서의 기능, 특히 금융거래 표시통화 및 국제외환시장에서외 기준통화로서의 기능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미흡 및 현존하는 자본거래 규제로 단기간내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거래에 있어서 실물거래에 비해 금융거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하에서 위안화가 진정한 주요 국제통화로서의 활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자유화, 국내 금융·자본시장의 개방, 환율제도 개혁등 자유화조치의 지속적인 추진과 회계, 공시제도, 신용평가제도 등 금융관련 각종 제도들의 선진화 등 적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례로 국가간 위안화표시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거래자체에 대한 양적규제의 완화도 필수적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위안화표시금융상품의 가격이 자유시장기능에 의해 합당한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내 금리자유화가 완결되어 기간물들의 금리가 기간에 따라 정상적으로 차별되면서 시장상황을 반영하여 자유롭게 결정되는 환율과 연계되어 이론적으로 합당한 대외거래가격조건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금융시장여건은 아직은 이러한 조건을 형성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동안 중국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긴 안목에서 중국 특유의 전략을 추진해 왔다. 본토와의 자본거래에는 규제를 유지하면서 역외시장과의 거래는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자유화 및 환율제도 개혁 등 금융자유화정책의 진전상황에 맞추어 점진적 개방정책을 펴 오고 있다.
역외시장의 범위도 개방초기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자유시장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홍콩에 국한되었으나 이후 점차 싱가폴, 동경, 런던, 프랑크푸르트, 한국 등 전세계시장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위안화에 의한 대외무역결제 등 위안화의 대외활용도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29개국가와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하였으며 15개국가에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엔화, 유로화, 싱가폴달러, 원화 등과의 직거래시장이 역외에 개설되어 있고 상해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와의 직거래통화도 11개(2015.3월말현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은 주로 무역결제위주이며 본토의 증시 및 채권시장에 대한 자본거래는 미흡한 수준이다. 2014년11월부터 상해·홍콩주식시장간상호투자(이른바 ‘후강통’)가 허용되고 향후 심천·홍콩주식시장간상호투자(‘선강퉁’)도 계획되어 있어 앞으로는 시장개방폭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의 경우도 금년 9월 최초로 외국 금융기관(HSBC 및 중국은행 홍콩지점)에 의한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이 본토에서 이루어졌으며 10월에는 처음으로 역외(런던)에서 위안화표시채권이 발행되었다.
본토 자본거래 개방과 관련한 중국의 전략중 주목되는 것은 2013년 개장된 상해자유무역지대를 통한 점진적 자본규제 완화정책이다. 즉 동 지대에 진출한 기업이나 금융기관드에 대해서 역외와의 자유로운 외화 입출, 상해지역의 증권 및 선물거래소 거래, 기타 외환·무역결제의 규제완화 등을 허용해 주되 점차 이러한 자유무역지대를 광동, 천진, 복건성 등으로 확대해가는 전략이다.
현재 중국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내년이후 추진될 ‘신실크로드’구축전략은 향후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가 이 계획과 연계된 이웃 국가들과의 금융거래의 확대 및 나아가 관련지역간 금융통합의 촉진을 겨냥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의 발표자료(2015.3.28.)에 의하면 중국정부는 동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관련국들과의 통화스왑 및 지급결제 규모의 확대, 아시아채권시장의 발전 도모, 관련국들의 기업 및 금융기관들에 의한 위안화 채권발행 증대 등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적극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국의 제13차5개년계획(2016~20)에서도 중국정부는‘높은 수준의 개방형경제로의 발전’을 주요 정책목표의 하나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지금까지와 같은 중국식방식에 의한 위안화 국제화정책을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국제화 진전과 한국의 과제
위안화의 국제화 진전과 관련하여 한국경제가 직면하게 될 몇 가지 과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위안화 국제화 진전은 특히 동아시아권내 국가들의 중국경제와의 동조화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경제 및 금융시장의 상황급변이 가져 올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방책의 강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동조화현상의 심화는 정책운용의 동조화 필요성 증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여타국들과의 위안화 역외금융센터 구축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다. 현재 동 경쟁에서 한국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위치한 홍콩, 싱가폴, 대만 등과 비교하여 한국은 금융환경면에서 결코 유리할 수 없지만 경쟁에 유리할 수 있는 차별화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이에는 한-중 FTA 발효이후의 무역증대와 양국 문화 및 서비스산업면의 협력분야, 급증하는 중국관광객과 국내거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하는 신금융상품의 개발, 위안화관련 파생상품시장 개발, 신실크로드 구축사업에의 적극 참여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위안화관련 비즈니스 기회의 확대를 창의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에 연계하여 원화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화의 국제적활용이 증대되지 않으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은 물론 지역내 금융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이를 위해 향후 상해에 개설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의 개설을 계기로 비거주자의 원화사용에 관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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