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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이제 전문경영인체제로 가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2월01일 19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02분

작성자

  • 최정표
  • 건국대학교 교수, (전)경실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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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이제 전문경영인체제로 가야

 

   재벌은 돈이 넘친다. 30대 재벌이 7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반면에 가계는 빚이 계속 늘어간다. 이미 1,100조 원이 넘었다고 한다. 정부 부채도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돈이 나올 곳은 재벌뿐이다.

   그렇지만 재벌은 돈을 풀지 않는다. 가득 찬 저수지 물이 흘러 나와야 풍년이 될 텐데 재벌은 물을 가둬만 두고 있다. 돈놀이만 한다. 어떤 유인책을 써도 투자로 나오지 않는다. 

   재벌이 돈을 풀지 않는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오너경영체제와 무능한 세습경영 때문이다. 오너는 회사 돈이 자기 돈이라 생각하고, 무능한 세습경영자는 투자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세습오너들은 쌓아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재벌의 운영자는 창업총수 시대에서 세습총수 시대가 되었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이었던 창업총수에 비해 세습총수는 이를 물려받은 피상속인에 불과하다. 세습총수는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채 혈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경제의 중요 부문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창업총수들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훌륭한 전문경영인이었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도성장도 가능했고 후진국 탈출도 가능했다. 그렇지만 나라경제의 중요부문이 모두 세습경영인에게 넘어간 지금, 국가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고용도 줄고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창업총수들은 기업가정신이 넘치고 도전정신과 더불어 새로운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국가경제는 역동적이었다. 반면에 세습총수들은 모험을 꺼려하고 쉽게 돈 버는 일만 찾고 투자 대신 돈을 쌓아두기만 한다. 국가경제는 활기를 잃고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이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일에 재벌을 앞장세우고 있다. 재벌이 돈을 풀어 투자도 늘리고 고용도 증대시켜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재벌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면서 사정하고 있다. 

     MB는 법인세도 낮추어 주고 규제도 풀어 주었다.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재벌은 혜택만 날름날름  받아먹고 투자는커녕 돈만 더 벌어 챙겼다. 그리고 그 돈을 회사에 쌓아 두기만 한다. 

     박근혜 정부도 똑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쉬운 해고제도나 임금피크제로 노동비용을 절약시켜주면 그 돈으로 청년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처럼 재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재벌이 구세주라고 생각한다. 재벌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줄 것이라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기업은 돈을 쫒는 조직이지 자선기관이 아니다. 돈벌이에 필요해야 고용을 늘리지 정부가 혜택을 준다고 고용을 늘릴까. 그리고 세습경영자들에게 과연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재벌의 효용성은 이제 끝났다. 창업자시대에서 그 임무는 끝났다. 세습경영인은 창의적이지도 않고 진취적이지도 않다. 국가경제를 이들의 손에 맡겨서는 희망이 없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전문경영인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고도성장도 창업총수라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한국은 인적자원이 넘치는 나라이다. 유능한 경영인이 끝없이 양성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세습경영인의 황제식 전횡에 하수인 노릇이나 하면서 그 능력을 썩히고 있다. 훌륭한 인적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문경영인이 나라를 다시 일으킬 시대이다. 이들이 자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 그런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어린 세습총수에게 영합하고 아부하는데 그 능력을 허비한다면 그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선진국은 전문경영인의 나라이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유능한 전문경영인들이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아무리 능력 있는 경영인이라도 세습총수의 하수인 이상은 될 수 없다. 기업제도가 그렇고, 기업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런 질곡에서 벗어나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기업제도와 기업문화를 모두 바꾸어 세습총수의 황제경영을 근절시키고, 전문경영인시대를 열어야 한다. 전문경영인시대로 바뀌면 재벌의 각 계열기업은 독립경영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재벌 대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대기업이 국가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결코 황제가 될 수 없고 황제경영을 꿈꿀 수도 없다. 경영권이 영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내부에 견제시스템이 작동한다. 경영이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책임경영이 자리 잡을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경영권을 세습할 수 없기 때문에  편법적인 승계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없고 이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할 필요도 없다. 

   전문경영인은 각기 독립적인 경영자이기 때문에 계열기업을 도울 이유도 없다. 몰아주기 내부거래를 할 이유도 없다. 계열기업보다 자기의 하청중소기업이 더 중요하다. 하청중소기업이 튼튼해야 좋은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의 영원한 을이었던 중소기업은 이제 전문대기업의 동반자로 탈바꿈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동반자로서 나라경제의 튼튼한 뿌리가 된다. 중소기업시대가 활짝 열릴 수 있다.

    선진국이 바로 이런 경제이다. 대기업은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지배하고 중소기업은 그런 대기업의 성실한 동반자인 것이다. 중소기업은 자금력도 좋아지고 기술력도 탄탄해진다. 이런 중소기업이 뒷받침하는 대기업은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이런 경제를 만들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한국경제도 이런 경제로 바뀌어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면 재벌의 돈은 더 이상 오너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으로도 흘러가고 중소기업으로도 흘러간다. 중소기업은 고용도 늘리고 임금도 늘리고 투자도 늘린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임금이 증가하면 소비가 촉진될 것이다. 그리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은 열심히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낼 것이다. 경제는 다시 활기를 띨 것이 틀림없다. 세습경영에서 전문경영 기업으로 바꾸는 것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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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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