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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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동안 마음이 늘 불편했다. 양당이 연일 앞다투어 쏟아내는 선심성 공약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압권은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25만원 나누어주자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이 이해하기 가장 힘든 것이란 생각은 단순히 13조원이라는 재원규모의 이유 만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그 타당성 때문이다. 25만원씩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하자는 공약을 내세운 것은 아마도 2020년 5월에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이 전통시장 등에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1차 재난지원금에 따른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증가분을 약 4조원으로 추정했고, 이로 인해 소공상인의 매출이 일시적으로나마 증가했다고 하였다.
25만원씩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하자는 공약은 장사가 안되는 소상공인의 소득을 일시적으로나마 올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분명 편익이 있긴하다. 그러나 한 정책의 타당성은 그로 인한 편익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도 편익만큼 중요하다. 25만원씩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하자는 공약의 타당성을 논하자면 그로 인한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의 비용은 무엇일까?
첫째는 물가상승이다. 2020년 5월부터 이루어진 재난지원금으로 2022년 소비자 물가상승율은 5.1%로 2020년 0.5%, 2021년 2.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높은 물가상율은 실질임금은 줄이고 이자율, 주식 가격, 부동산 가격은 높여 근로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난한 가구의 소득은 더욱 낮추고 부자 가구의 소득은 더 높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은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일시적으로나마 올려주자는 것인데 오히려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더 낮추는 아이러니(irony)를 발생시킨다.
둘째는 국가채무 증가이다. 2016~2018년 600조원 대에 머물던 국가부채는 2023년 1,126조원으로 급증했다. 4월 17일 발표된 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GDP 대비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에는56.6%에 이르고 2029년에는 60.0%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51.9%이고 OECD 국가들의 평균도 100%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아직은 매우 낮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재정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그건 그렇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로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고령화저출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낮은 이유는 정부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복지 지출이 OECD 국가들보다 낮기 때문이다.
급격한 고령화를 감안한다면 사회복지지출은 향후 가파르게 중가할 것인 반면 저출산은 세수를 빠르게 줄어들게 하기 때문에 세금을 이에 상응해서 올리지 않으면 국가채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든 증세를 하든 이는 결국 후손들에게 빚을 물려주는 것이 된다. 2055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국민연금이 지속되려면 후손들이 내어야할 보험요율이 30% 수준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현세대의 일시적 소득 증가를 위해 빚까지 넘기는 것은 후손들을 위해 부모 세대가 해야할 일은 아니지 싶다.
셋째, 재정지출의 효과성이다. 재정지출의 효과성은 흔히 재정지출 승수의 크기로 측정할 수 있는데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정지출 승수 크기는 1보다 작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재정지출 승수는 0.15라고 추정한 연구도 있다. 재정지출 승수가 0.15이면 정부가 13조의 재정지출을 할 때 국민소득은 겨우 1.95조 증가한다. 재정지출의 경기 진작을 위한 마중물 역할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거시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한 나라의 개방도가 높을수록 재정지출 승수는 작아진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은 소상공인의 소득을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효과는 있으나 그것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의 소득을 증가시킬 목적이라면 구태여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을 쓸 필요가 있는가? 그것이 목적이라면 소상공인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Chat GPT에 따르면 포퓰리즘 정책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가 합리성 부족이라 한다. 합리성 부족이라 함은 정책이 객관적인 사실이나 데이터에 근거하기 보다는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은 분명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래서 나는 반대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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