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운용, 개발대상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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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중심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규제개혁 대상 지역은 울산, 광주, 대구 등 총 6개권역으로 여의도 면적 837배에 해당하는 2.9㎢라고 한다. 심지어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그간 불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도 해제를 허락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산업개발과 부동산 개발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난개발에 따른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의 가속화에 역주행한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의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지역과 전국 14 도시권 5371㎢가 지정되었다. 즉, 지난 50여년 동안 그린벨트로 지정된 곳은 비교적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에 민감해진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의 숲과 녹지는 지난 50년 동안 전용과 개발을 피해 보전됨으로서 대기 중 탄소의 흡수하여 저장하였다. 그리고 폭염의 한여름에는 증산작용을 하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춰 도시민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었고, 바람에 의해 탁한 도시의 대기를 순환시켜 주었다. 물론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양재천의 나무와 정원 그리고 하천 생태계가 복원되지 못했다면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주변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린벨트는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심산유곡(深山幽谷)이라 생각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다와 산과 강이 만난다거나 농지와 숲, 도시와 숲이 만나는 가장자리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크다. 그린벨트는 다양한 동식물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의 증진, 시민들의 삶의질, 지역산업의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린벨트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의 관점에서 그린벨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환경수도라고 불리는 프라이부르크(Feiburg)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도심 하천 살리기,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시교통정책 그리고 총 도시면적의 43%를 숲과 공원으로 유지하는 녹지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녹지총량제란 시민들이 합의한 일정 수준 이하로 녹지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것으로, 산림을 전용하여 공장을 세우려면 그것의 3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을 조성해야 한다.
행복을 국가 가치로 추구하는 부탄도 헌법에 산림이 차지하는 국토면적이 60% 이하로 감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와 주변 지역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비너발트 생물권보전지역(Wienerwald Biosphere Reserves) 으로 등재하여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전체면적은 약1.000㎢이고 그중 산림이 670㎢이며, 그중 82%는 사유림이다. 여기에는 인구 약855,000명이 살고 있다. 이곳을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구분하고 보존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비너발트 생물권보전지역에는 하이킹 루트 30개, 산악자전거 길 1,350㎞가 개설되어 연간 1,000~5,000만명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물론 자연환경을 이용하는데 있어서는 그 방법에 따라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산악자전거의 경우 토지소유자의 동의 및 공식적으로 인정된 길 이용, 헬멧 착용 및 해당 도로교통 규정 준수, 허용된 시간에만 이용 등이다. 이제는 지도를 펴놓고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아닌 그린벨트 안에 들어가 그간 우리에게 어떤 역할과 기능을 주었고, 미래세대에게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일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는 그곳의 자연생태계와 이용하는 사람은 없고 토지 가치만 바라보는 탐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50여년간 유지해온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가 추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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