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갈등, 참으로 답답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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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간의 대치 상황은 우려를 넘어 위기감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문제 해결 능력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는 의사단체에 대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환자들을 볼모로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사생결단식(死生決斷式)의 충돌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우선 양쪽의 주장을 보면 일반인의 눈에도 허술하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의사단체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이고, 정부에서는 이번에는 밀리지 않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한다. 양측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증진시키는 방안에 대하여 더 세심하게 살펴 토론하고 국민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설득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계를 아전인수식이 아니라 더 면밀하게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다양하고 종합적인 방안으로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의대 정원을 2,000명씩이나 한 번에 늘리는 것이 왜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되지는 않는다.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해 인구수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 좋아하는 빅데이터를 통해서라도 의료과목별, 위급상황별, 연령별, 지역별 의료 수요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OECD와의 비교도 그렇다. 단순 인구수 대비가 아니라 국가 특수 상황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의사 대비 20% 정도의 한의사가 있으며, 엄격한 의약분업으로 단순한 조제도 모두 의사의 처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완전 의료보험제도의 왜곡으로 단순 의료 수요가 과잉인 상태이며, 의사 수는 적다고 하지만 병상 수는 OECD평균보다 2배에 달하고 있다. 긴급하고 치명적인 환자에 집중하지 못하고 등급을 낮춰도 되는 환자가 병상을 오래 차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필수긴급 의료를 담당할 의사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크니 의사들은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인구수 대비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국토의 크기가 작고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국토에서 산악을 제외한 거주가능지역 면적대비 의사 수를 따지면 의사밀도는 가장 높을 것이다. 도로와 교통은 발달해 있는데 반해 지방의 정주환경이 좋지 않으니 의사들은 지방을 기피하고 반대로 환자들은 서울의 빅5 병원만 찾는 현실이다.
혁신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면서 왜 평상시에는 허용하지 못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의료정보를 클라우드로 공유하면 의료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의료 분야에 드리워져 있는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의사 수를 논하기 전에 국가 의료서비스 체계의 재편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노인 인구가 늘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정도의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년층의 요양에 집중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지역별로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는 권역별로 공적인 응급체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빅5 병원의 역할을 중병 위주로 특화(4차병원?)시키면서 현재의 3차 병원 역할을 중견병원으로 낮추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척추병원, 암병원, 요양병원 등과 같이 중견급으로 특화된 병원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지. 의사가 일찍 은퇴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70대 은퇴 의사들을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첨단 IT 기술 과감히 도입해 환자의 자가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제도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정부의 성명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의료보험 수가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의료 현장의 왜곡과 의사의 비급여분야 진료 선호 현상을 막아야 한다.
직원을 더 늘리지 않고 현장의 철저한 분석과 혁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기업의 경영 혁신과 같은 조치를 원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일을 혁신하지 않고 인적 자원 만 투입하는 것은 가장 무능한 경영이다. 국가의 경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가장 수재급 인재들이 모여 있는 의사 단체에서도 환자를 버리고 투쟁 일변도로 나갈 것이 아니라 현장의 경험과 데이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의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아니면 국민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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