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지금, ‘암흑 터널 벗어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새해 벽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확전, 이-HAMAS 분쟁 장기화 등 전쟁 소식이나 주요국 선거 이슈가 관심을 끌다 보니, 아직도 극도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 경제 사정에는 국제 사회의 이목이 좀 뜸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세계경제 보고서들은 글로벌 경제가 완만하나마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유독,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깊은 회의(懷疑)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중국 경제는 이제 그야말로 비상한 반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임계(臨界)’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이런 우려는 Covid-19 사태 발발 직후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지역 봉쇄로 경제 활동이 완전히 동결됐던 데 기인하는 바 크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십 수년 간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뿌리내리고 있는 ‘국가통제주의(statism)’에 입각한 퇴행적 국가 경영 패턴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아래에 지금 중국 경제가 처한 곤궁한 현실과 당면 과제들을 전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최근 보도들을 살펴본다.
■ “작년 GDP 성장률 5.2%, 목표는 달성(?)했으나 앞날은 첩첩산중”
중국 국가통계국(NSB)은 지난 달 17일,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5.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내건 ‘5% 전후’라는 경제 성장률 목표는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수치 상 성과일 뿐이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민들의 경제 활동이 엄격히 제한되어 실적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던 2022년(3.0%)에서 반등한 ‘기저(基底)’ 효과가 큰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실감이 큰 명목 GDP 성장률은 4.6%에 그쳐서, 2022년의 동 4.8%에서 다소 둔화한 것은 물론, 8년 만에 처음으로 ‘명목’ GDP 성장률이 ‘실질’ GDP 성장률을 하회하는 희귀한 상황이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인 부동산 부문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내수(內需)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중국 경제는 지금 ‘디플레’ 압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2023년 경제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EV 생산 급증에 힘입어 4.6% 증가했다. 고정자산 투자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5.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0% 증가에 그쳤다. 한편, 정부 주도의 ‘반도체 국산화’ 정책 추진으로 제조업 설비 투자는 6.5%나 늘었음에도 민간 기업 투자는 0.4% 감소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 투자는 9.6%나 감소해서, 2년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재고가 축적되자 기업들이 신규 개발에 신중한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2024년 성장률은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해서 종전 예상보다는 다소 상향한 4.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치도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및 외수(外需) 부진 등을 감안해서 2023년보다는 감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반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 부동산 침체가 시장이 상정하는 것보다 길어지는 경우에는 민간 수요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고, 지방 정부들 재정난도 가중되고, 물가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조업 경기, 수 개월 연속 둔화, 금융 완화 정책 효과도 미지수”
중국 경제의 회복을 억누르고 있는 또 핵심적인 요인으로 기업 및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1월 제조업구매담당자경기지수(PMI)는 49.2로 나타나, 4개월 연속 경기 호황/불황의 기준점인 ‘50’선을 하회한 것이다. 동 지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규 수주’ 항목은 49.0으로, 응답한 조사 대상 중 60% 가까운 기업이 ‘수요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PMI ‘종업원’ 지수도 47.6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 철폐로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고 경제 활동이 정체됐던 202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로 부동산 부문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 소비자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당분간 수요가 회생하지 않으면 생산 부진도 장기화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증거인 셈이다. 실적 개선이 지체되는 기업들이 고용 및 투자에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기업들의 고용 회복이 지체되자 개인 소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뒤덮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소비자 물가 관련 지표들은 소비자 신뢰 하락 및 부동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악화 일로에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3년 12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하락했고, 근원(core) CPI는 0%대를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태가 일상화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리스크까지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Bloomberg 통신이 중국 정부가 발표한 명목 및 실질 GDP 자료에 근거해 추산한 2023년 Q4 GDP Deflator는 1.5% 하락했다. 3 사분기 연속 하락이고, 1999년 이후 가장 긴 기간 하락이다. 이 지표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광범한 물가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이나 중국 정부는 이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중국의 2023년 GDP 실적에 대해, 중국 경제가 공식 목표치는 달성했으나, 주택 가격이나 부동산 관련 소비 지출은 실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역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부문 침체의 장기화다. 종전에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부동산 부문, 특히, 주택 판매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구정 휴가 동안 신축 부동산 물건의 하루 판매 면적은 전년동기 대비 26%나 감소했다. 특히, 중소 도시 지역에서는 판매 실적이 절반에 그쳤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가장 핵심적인 당면 과제인 국내 수요 위축, 기업 등 민간 주체들의 신뢰 추락, 그리고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인민은행(PBoC)은 금융 정책에 소극적, 과감한 발상의 전환 필요”
이렇게 심각한 경기 정체 및 지속적인 물가 하락 상황에서 시장에는 중국인민은행(PBoC)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가고 있으나, 실제로 PBoC는 정책금리 격인 최우대대출금리(LPR; Loan Prime Rate)를 2023년 8월에 1년물 금리를 인하한 뒤 최근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 수익성을 압박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 금리차는 2023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갱신하고 있고, 2023년부터 은행들이 설정한 경계 수준인 1.8%를 계속 하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무문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에 대한 융자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 수단보다는 ‘지준예치금’ 비율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 드디어, 지난 20일 발표된 2024년 2월 LPR을 5년 초과 물 융자 기준으로 0.25% 인하해서 3.95%로 낮췄다. 주택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나, 이렇게 금리를 낮추거나 은행들 융자 여력을 확충해주는 조치들이 취해져도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차입을 통한 투자 및 소비 확대로 나서지 않는 한, 풀린 자금이 은행 시스템 내에 그대로 쌓일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다.
Bloomberg Economics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2024년 중에도 경제 회복이 ‘완만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1조위안 규모의 경기 대책을 고려하는 등, 재정 부문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통화 정책 측면에서도 중국인민은행(PBoC)은 부동산 부문 경기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융자 확대 프로그램을 고려 중이나, 금리 인하로 돌입하는 데에는 여전히 대단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 Financial Times도 중국 경제가 금년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대한’ 시기에 당도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부문 침체가 이미 3년이나 지속되고 있고, 수출도 둔화되고 있어, 97/8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Morgan Stanley 중국 담당 Robin Xing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악순환으로 들어갔다는 의미에서 금년이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비상한 수단을 동원하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국 기업들 이탈 가속, 외국직접투자(FDI) 純유입 30년만에 최저”
이제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국가외환관리국이 18일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 순유입은 330억달러로, 30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아직은 신규 투자가 자본 회수분을 상회하고 있으나, 전년 대비 80%나 급감한 것이고, 2년 연속 감소한 셈이다. 최고 기록인 2021년 3,440억달러의 10% 수준에 그친다.
중국 경제 침체의 장기화로, 이들 외국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위축되는 한편, 기존 사업 규모도 축소,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현지 진출 기업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EV 자동차 등 주요 분야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런 경제 침체 우려에 더해서 당국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간첩 행위 적발 우려 및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로 중국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특히, 시장 분석 서비스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심지어 외국기업 종사자들이 당국에 구속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의 우려는 주로 안전 보장을 둘러싼 불투명한 정책 운영 및 경제 성장 감속 우려 등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가 대외 개방 정책에서 외국 자본을 얼마만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이런 구조적으로 불리한 요인들이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에 달려있다.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들은 아직 이점을 확실히 예상하기 어렵고, 여전히 불확실한 점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중국은 1980년대 말 전후 덩샤오핑(鄧小平) 지도자가 주도한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해외 투자 및 인재, 기술 등을 유치해서 미증유의 경제 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후,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개혁/개방 노선을 재천명한 직후부터 해외 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가 본격화된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 2023년의 대 중국 직접투자(FDI) 순유입 규모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제 중국 경제의 성장 모델은 중대 기로에 서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국제기구들은 더욱 엄중한 시각, ‘5.2% 목표 달성’ 발표에도 의문”
IMF는 최근 발표한 중국 경제 연차 보고서에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정리, 구조조정 등,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더 이상 지체하는 경우에는 2024~25년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4%도 밑돌아 2024년부터 3%대 성장이 정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세대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있어, 향후 10년 동안에 신축 주택 매입 수요가 35~55% 감소할 것이라는 시산도 내놓고 있다.
사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3년 GDP 성장률 5.2% 달성에 대해, 고정자산 투자 등을 과대 계상했다는 의문을 제기하며 실제로는 ‘1.5% 정도’ 성장에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미 Rhodium Group). 특히, 주택 건설 및 기업 설비투자가 계속 감속해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Bloomberg 통신도 중국 경제가 5.2% 성장했다는 것에는 모든 이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과거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 시절부터 정부의 공식 통계에 더해 실제적인 경기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전기 소비량’, ‘철도 화물 운송량’ 등을 대체(代替)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도 최근 공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에 글로벌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홍해(紅海) 분쟁 등 중동 위기를 지적하면서도 작년 말 전망치 2.7%에서 다소 상향한 것이다. 2025년에는 3.0%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OECD는 미국 경제 성장률을 2024년에는 2.1%, 2025년에는 1.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회 보고서의 1.5%에서 상향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2024년에는 4.7% 성장에 그칠 것이고, 2025년에는 성장률이 4.2%로 더욱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주택 시장 침체 문제, 금융시장 리스크 증가, 수요 부진 장기화 등을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 IMF “부동산 부문 리스크 고조되고 있으나, 경제 파탄은 면할 것”
IMF는 작년 12월 발표한 중국 경제 보고서(‘China’s Bumpy Path’, 작성자; Eswar Prasad)에서 중국 경제가 지난 30여년 간 경이적인 고성장을 이어온 끝에 이제는 중 · 상위 소득 국가로 부상했고, GDP 규모도 1990년에는 미국의 7%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이미 73%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5년 간 중국은 글로벌 경제 성장의 35%를 차지해 가장 큰 견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와,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 및 제도적 구도, 시장 위주 경제, 민주적인 정부 시스템 등, 종전의 핵심적인 성장 기여 요인들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불균형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정부 주도의 금융 시스템은 효율이 낮은 ‘부동산’ 부문에 과도한 투자를 유발했고, 노동력은 위축되고, 결국,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는 특징적으로 부동산 부문 불황 장기화 등으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어, 일부 대도시에서는 고가 주택이 판매되는 반면, 지방 도시에서는 재고 과잉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 도시 지역에 기반을 둔 비꾸이웬(碧桂園) 등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판매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4년 중에도 이런 형태의 불황은 이어질 전망이어서 앞으로도 중국의 부동산 부문의 곤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관련 싱크탱크 易居연구원 조사 결과, 주택 재고 면적을 최근 계약된 면적으로 나눈 ‘소화(消化) 월 수’ 지표는 2023년 말에 3급 및 4급 지방도시 지역은 평균 30개월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최장 131개월이 걸려, 판매 부진이 더욱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北京, 上海 등 1급 대도시 지역에서는 동 지표가 17개월로 나타나 지역별 편차가 대단히 크다. 전국 100개 도시 평균은 약 22개월로 나타나, 적정 기간인 12~14개월을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경영 파탄에 빠져 있는 헝다(恒大), 비꾸이웬(碧桂園) 등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경영 재건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경영 난관이 다른 민간 기업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 년 내에 대규모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해당 기업들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가 초점이다. 중국 경제에 부동산 부문 침체 문제가 부상된 지 이미 오래됐으나, 혼미(昏迷) 상황은 날로 깊어져만 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IMF 보고서는 향후 전개될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생산 인구 감소, 생산성 향상 난관, 정책적 상충 등,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엄중한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종전에도 숱한 금융 위기, 통화가치 급락, 주택시장 붕괴, 경제적 붕괴 등을 특유의 과감한 대응 방법으로 견뎌 온 것을 지적하며, 현재 당면하는 위기 상황을 ‘근접 기동(near miss)’ 형태로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부채 누적, 외환보유고 손실 등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상호 모순적인 부작용을 낳을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정권이 비록 당면한 위기를 타성적인 수법으로 이겨낸다고 해도, 중국 사회 내부에는 여전히 커다란 혼란과 불확실성이 계속 내재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는 모순적 상황이 반복”
IMF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비효율적 금융 시스템에 의한 투자 확대에 의존한 성장 패턴 상습화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09-10년 동안 GDP 성장의 2/3 이상이 ‘투자’ 확대에 의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이런 성장 모델의 비효율성을 인식하고 가계소비 증대, 서비스 부문 촉진, 물리적 자본 위주 성장 노선 개선 등의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가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하려면 미국 등 서방국들의 첨단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나, 지금처럼 미국과의 분쟁 및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첨단기술의 도입도, 첨단 제품의 시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권이 기술, 교육, 보건 분야 등 민간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기업들의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종전에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적되어 온 총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GDP 규모에 대비해 보면 아직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의 과거 사례처럼 위험 수준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공적 채무 규모는 GDP 대비 비율로 보면 다른 주요국들보다 낮고, 기업 부채가 GDP의 131% 수준으로 높으나, 이들 대부분이 중국 은행 등 국내 투자자들이 위안화 표시로 보유한 것이어서 해외 채권자들에 의한 외화표시 채권보다 위협이 낮은 편이다.
사실, 중국의 총 대외 채무는 GDP의 약 16% 수준이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외화표시 채무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대외 관계에서 리스크가 거론되는 것은 오히려 국내 경제, 정치 불안정으로 해외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경우에 위안화 가치가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모든 은행 시스템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상황에서 자금 대량 유출에 직접 개입해서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종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자유와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력히 개입 통제한다’는 두 가지 상충되는 수단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반복됨으로 인해, 보다 내부적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은 오히려 금융, 경제 변동성을 키우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역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정부가 이런 모순적 상황을 해소할 충분한 수단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불가피하게 ‘시장 경쟁 위주의 사회주의 경제’가 가지는 모순과 딜레마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 “中 경제의 최대 문제는 시장 주도(market-led) 모델을 벗어난 것”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24년 1월 1일 신년 메시지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경제가 고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시 주석이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언급한 것은 2013년에 권력을 장악한 뒤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런 이례적인 발언은 GDP의 27%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심의 글로벌 G2 경제대국인 중국이 지금 ‘수요 부족’,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실업 증가’ 및 기업 ‘신뢰 추락’ 등으로 구조적인 침체와 싸우고 있는 중대한 시점에 나온 것이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은 최근 들어 줄곧 취약함을 드러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각종 정책 수단을 쏟아내고 있고, 2024년에도 이러한 재정 및 금융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 정권은 민간부문을 희생하면서도 공산당 정권의 강고한 국가주의적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가들을 지속적으로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시 정권의 국가 안보를 앞세운 기업들에 대한 탄압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협을 느끼고 중국을 떠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형적으로, Alibaba, Ant Group 등을 창업한 Jack Ma 기업주에 대한 소유권 통제를 들 수 있다. 이를 포함해서, 지금 시 정권은 자신들의 눈에 ‘과도하게’ 세력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이는 첨단기술 기업들을 향해 전례 없이 강력한 통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 연준 Jerome Powell 의장은 CBS ‘60 Minutes’ 대담에서, 지금 중국 경제가 실속(失速)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시장 주도 경제 모델을 벗어난 것’을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경제의 과도한 국영기업 비중과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점을 들었다. Powell 의장의 진단처럼, 지금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는 바로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신뢰 상실’ 문제이고, 이는 단지 금융 혹은 재정의 행정적 정책 차원을 넘어서 그보다 상위 정치 이념의 모순적 충돌을 노정하는 것이다. 시 주석이 혹시 과거 마오(毛) 시대 향수에 젖어 꿈꾸고 있을 시진핑 고유 브랜드의 ‘현대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완선(完善)’ 계략의 모순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하는 감도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 경제 회생의 결정적 전환(pivot)은 시 주석 자신이 지금 추구하는 ‘국가주의’ 지향의 통치 이념을 훼손하는 모종의 굴욕(?)을 인내하면서도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이 주창했던 ‘자유 시장’ 중심의 실용적 노선으로 회귀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대전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불가피하게 현 공산당 정권이 그토록 꺼리는 민간 세력 확대를 허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 주석이 행마할 다음 한 수(手)에 온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