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과 일본의 선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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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저금리정책과 엔화약세를 통해 과거로부터 고수해 온 모노즈쿠리(제조업) 경제, 무역입국으로 회귀하는 것임.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을 혁신을 이루는 데에 활용하지 못할 경우 이와 같은 과거 회귀는 일본경제 장기침체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 장기침체는 국가의 정책선택 자유를 제한하여 경제체질을 개선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음.
► 최근 글로벌 시장의 일각에서는 50년만의 인플레이션, 40년만의 급속한 금리인상 등으로 저금리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
► 하지만 일본은 2013년 이후 과감한 양적․질적 금융완화로 초저금리 및 과잉유동성 상황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금리정책을 고수하고 있음.
- 일본은 ‘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장기침체 기간이 ‘잃어버린 30년’에서,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잃어버릴지도 모를 40년’으로 늘어나고 있음.
- 최근 일본의 주식시장은 지속적 금융완화의 영향으로 ‘레이와(令和) 버블’을 연출하고 있지만 수출, 소비, 투자를 비롯한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
*레이와는 2019년 5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새로운 연호임.
*참고로 2023년 2분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전분기 대비 0.6%, 0.3% 감소하며 저성장 기조를지속하고 있음. 다만, 수출의 경우 전분기 대비 3.1% 증가하였는데 이는 서비스수출로 집계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소비 등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임.
- 이러한 상황에서 IMF까지 최근의 글로벌 금리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어 당분간 일본이 자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 최근 IMF는 세계경제전망(2023. 4)에서 장기적으로 자연이자율을 낮춰왔던 제반요인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를 실시하여 실질금리가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 발표함.
► 이와 같은 일본의 정책선택 배경에는 ‘80년대까지만 해도 4%대였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2023년 0.25%까지 저하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음.
► 잠재성장률 하락 배경에는 TFP(총요소생산성) 상승률 저하,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 구 감소 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이 존재함.1)
- 특히 TFP 상승률 저하는 고용유지 · 확대를 위해 생산성이 낮은 건설업을 지원하고 기업연명을 위한 대출(追い貸し)로 좀비기업이 늘어나며 혁신이 지연된 데에 크게 기인함.
- TFP 상승률 저하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는데, 그 배경으로는 비제조업의 저조한 ICT자본 이용,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압박 및 과잉채무로 인한 신규설 비투자 및 연구개발 곤란 등이 지적됨.
- 또한 TFP 상승률이 저하하게 된 배경으로 경직된 고용시스템이나 간접금융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지적하는 연구도 다수 존재함.
* 예컨대 종신고용 · 연공서열제에 기반을 둔 전통적 고용시스템은 일본의 경영자나 노동자로 하여금 혁신을 유발하거나 혁신에 대응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일본경제를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함.
► 일본경제 장기침체의 배경에는 ‘90년대 버블붕괴 이후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강세,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로 수출마저 둔화하는 등의 수요측 요인도 존재함.2)
- 버블붕괴 이후 위축된 기업투자, 가처분소득 감소 및 미래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가계소비 감 소 등은 장기침체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함.
* 예컨대 ‘93~’95, ‘98~’05, ‘08~’12년에는 디플레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80~’90년 동안 20%대를 유지했던 기업의 GDP 대비 설비투자비율은 ‘90년 이후 10%대로 줄곧 하락하다 ’23년 1분기 현재 5.6%(전년동기대비)를 기록함.
-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를 나타내는 해외 생산비율 및 고용비율은 2018년의 경우 각각 38.2%, 61.9%에 달하여 미국의 30.8%, 42.5%보다 높았으며, 특히 수송기계의 해외 생산비율 및 고용비율은 각각 53.0%, 70.6% 정도로 대단히 높음.3)
►기존의 연구들은 대체로 장기침체의 원인이 수요측에 있을 경우에는 총수요 진작을 위한 완화적 거시경제정책을, 공급측에 있을 경우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을 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있음.
- 크루그먼, 버냉키 등은 명목성장률이 침체해 있거나 유동성함정에 빠져있을 경우에는 양적 · 질적 금융완화정책 등을 통해 총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함.
- 기카와(橘川) 등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자연성장률을 제고하거나 비제조업 · 비교역재의 생산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혁신(이노베이션), 신산업 개발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함.
* 기카와에 따르면 일본은 점진적 혁신(내지 개량)을 통해 후발자 이익을 추구해 왔으나, ICT혁명을 통해 “선발자 우위” 시대를 연 획기적 혁신이나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함.
* 또한 하야시, 포터 등은 특히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적자원을 쇠퇴부문에서 성장부문으로 원활히 이동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함.
► 결국 일본이 저금리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공급측 요인이나 수요측 요인 모두 일본경제 장기 침체 탈출의 처방전으로 금리인하를 지목하고 있는 데에 크게 기인함.
- 수요측 요인을 지지하는 연구들은 애초에 장기침체 탈출의 해법으로 제로금리를 포함한 양적 · 질적 금융완화정책을 제안해왔음.
- 공급측 요인을 지지하는 연구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의 관점에서도 금리인하가 바람직할 수 있음을 시사함.
* 예컨대 임금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총수요를 억제하는 것보다는 혁신, 신규투자를 통해 생산성과 공급 능력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는바, 적어도 고금리정책은 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음.
- 특히 잃어버린 30년으로부터의 탈출구로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최근의 인플레는 일시적이고 ICT혁신과 같은 신산업혁명은 지속되고 있는바, 인플레이션 · 고금 리시대의 도래를 상정한 투자포지션은 시정되어야 함.4)
* 대개 저금리시대는 벤처기업과 같은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에 우호적인 반면, 인플레이션 · 고금리시대에는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가 일반적이라고 평가됨.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기간 엔화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모노즈쿠리’(제조업) 경제는 몰락의 위기를, 자본시장은 발전의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었음.
- 사카키바라(榊原)는 20세기가 엔화약세에 의한 수출버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천연자원 의 시대로, 엔화강세는 일본경제를 ‘파는 시스템’에서 ‘사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기존의 모 노즈쿠리 경제를 벗어나게 하여 일본경제 체질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함.5)
- 이케오(池尾), 노구치(野口) 역시 일본경제가 더 이상 수출의존형 성장, 은행중심 금융시스템 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한 리스크 테이킹을 용이하게 하는 자본시장 발전이 긴요하다고 주장함.
► 하지만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저금리정책과 엔화약세를 통해 과거로부터 고수해 온 모노즈쿠리 경제, 무역입국(貿易立國)으로 회귀하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임.
- 일본이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을 획기적 혁신이나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데에 활용하지 못할 경우 모노즈쿠리 경제, 무역입국으로의 회귀는 일본경제를 장기침체에서 탈출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됨.
► 결국 장기침체는 국가의 정책선택 자유를 제한하여 경제체질을 개선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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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급측 요인에 관한 대표적 문헌으로는 Hayashi, F. and E.C. Prescott, The 1990s in Japan: A Lost Decade, Review of Economic Dynamics, vol.5, no.1, 2002; Porter, M.E., and Sakakibara, M., Competition in Japa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8(1), 2004; Hoshi, T. and A.K. Kashyap, Japan's financial crisis and economic stagnatio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8(1), 2004; 宮川 努 , “失われた10年と産業構造の転換”, 岩田規久男․宮川努編, 「失われた10年の心因は何か」 東洋経済新報社, 2003; 橘川武郎 “日 本の経済発展とイノベーション”, 成蹊大学経済研究所年報, 第35号 2022 등이 있음.
2) 수요측 요인에 관한 대표적 문헌으로는 Krugman, P.R., Dominquez, K.M., and Rogoff, K.,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1998; Bernanke, B.S., Japanese monetary policy: a case of self-induced paralysis?, edited by A.S. Posen and Ryoichi M., Japan’s financial crisis and its parallels to US experience, PIIE, 2000; Kuttner, K.N., and Posen, A.S., The great recession: Lessons for macroeconomic policy from Japan,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2001; 岡田靖·飯田泰之, “金融政策の失敗が招いた長期停滞”, 浜田宏一·堀内昭義, 内閣府経済社会総合研究所編, 「論争日本の経済危機」, 日本経済新聞社, 2004; 野口悠紀雄, 「未曾有の経済危機, 克服の処方箋」 ダイヤモンド社, 2009; 池尾和人·池田信夫, 「な ぜ世界は不況に陥ったのか」, 日経BP, 2009; 深尾京司, 「失われた20年と日本経済」 日本経済新聞社, 2012 등이 있음.
3) 高橋俊樹 , いま日本の貿易に何が起こっているのか~輸出主導型の脱空洞化戦略で債権取崩国への転落を防げ~, 国際貿易投資 研究所(ITI) コラム No.109, 2023. 3.
4) 武者陵司, 低金利時代は終わっていない, 月刊 資本市場, No. 455, 2023. 7.
5) 榊原英資, 「強い円は日本の国益」 東洋経済新報社,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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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하는 [금융브리프 32권 18호] (2023.9.23.)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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