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3대 뉴노멀진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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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불평등, 다극화>
위기가 극복된다고 해서 위기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다. 위기는 구질서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낳는다. 1998년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는 고성장시대의 종말을 고하였고 소득의 불평등을 확대시켰다. 나아가서 한국경제는 정부주도의 성장질서에서 시장주도의 성장 질서로 전환하였다.
2008년 세계경제를 엄습한 금융경제위기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성장률의 저하, 양극화의 심화, 미국과 중국의 2극체제 등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성장시대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세계경제가 위기이전의 호황세를 결코 이어 갈 수 없다는 저성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의 근거를 살펴 보면 수요부족론과 공급침체론이 있다. 수요부족론은 교역,투자,소비가 모두 약화된다는 것이다.
세계교역증가율은 위기이전에는 세계경제성장률을 웃돌았으나 위기이후에는 계속해서 하회하고 있다. 국제분업의 전 지구적 확산을 가져왔던 가치사슬 내지는 공급망의 역외분산이 한계점에 이르렀고 음성적인 보호무역조치의 강화 등이 그 원인으로서 지목되고 있다.
투자는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고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기회복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중첩되면서 투자의욕이 감퇴하고 있다
소비 또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계소득의 정체가 가장 큰 원인인데 그 배경에는 일자리의 부족, 일자리의 질 저하, 일자리의 불안정 등 고용시장의 악화가 있다.고령화와 노후대책의 미비 또한 노령층의 주머니를 닫게 하고 있다.
공급침체론은 기술혁신의 포화와 인구감소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바일, 바이오, 신에너지 등 새로운 기술이 계속 출현하고 있지만 수요부족과 인구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세계인구는 과거 50년 동안 연평균 1.7% 증가하였으나 향후 50년은 0.3% 증가에 그쳐서 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저성장론은 틀린 예측이다. 2008년 위기이전의 5년과 비교하면 앞으로의 성장률이 낮아 질 것이나 그 5년은 비정상적으로 성장률이 높았던 기간이었다. 즉 세계경제의 장기적 추세선에서 이탈한 기간이었다. 그 5년 동안에 중국의 부동산과 실물투자거품, 미국의 주택과 파생금융상품거품, 자원생산국의 자원가격거품이 세계경제의 과열을 초래하였고 필연적으로 거품붕괴에 이은 위기를 불러왔던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위기이전의 일시적인 고성장으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그 이전의 장기적인 추세선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저성장은 뉴 노멀이 아니고 올드 노멀로의 복귀라고 보아야 한다.
주: 적색은 신흥개도국, 녹색은 선진국, 흑색은 세계평균 경제성장률임.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다>
자본소득, 숙련근로자, 전문지식근로자의 소득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은 세계경제위기이전부터 지속되어 왔으나 위기이후에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의 근본원인은 세계화, 노동대체적 기술발전, 지식기반경제의 확대이다.
세계화는 자본과 재화의 국경 없는 이동을 가져왔다. 자본은 높은 이윤이 발생하는 곳이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침투한다. 글로벌 이윤기회를 부여잡는 자본과 그렇치 못하는 자본 간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확대가 이를 대변한다.
재화의 이동은 노동의 간접적 이동과 같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의 노동자들은 간접적으로 중국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그 임금은 억제된다. 이민의 대량유입 역시 단순노동의 임금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지식기반경제에로의 이행은 전문가와 비전문가간의 임금격차를 벌리고 있다. 희소성을 가진 전문가들은 지구적 채용경쟁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평범한 일반근로자들은 공급과잉상태에 있다.
산업혁명이후의 기계는 근육노동을 대체하였다. 삽질에서 해방된 근로자들은 기계공장에 취직하여 더욱 높은 임금을 받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없어지는 일자리를 능가하고도 남았다. IT 기술은 단순두뇌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은행창구직원의 단순한 두뇌노동은 창구 앞에 있는 현금출납기가 대체하였다.
인공지능기술은 점차 복잡한 두뇌노동까지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CT촬영의 해독을 인공지능이 전문의사보다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일자리는 없어지고 인공지능을 통제하고 활용하는 일자리는 늘어 날 것이다.
세계화와 기술진보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 한 양극화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다만 국가별로 양극화의 단계적 위치, 구체적 원인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국가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대책으로 양극화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구축할 것인가?>
2차 세계대전이후에 세계경제질서는 미국의 독무대이었다. 미국이 표방하는 자유경쟁과 창의성은 그 자체로서 명분과 흡인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유일한 경제대국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무시하기 힘들었다. 미국은 또한 후진국에 대해서도 시장과 원조를 제공하고 어려운 사정을 배려하는 여유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GATT의 설립을 주도하여 후진국 경제개발, 국제통화시장 안정, 자유무역의 확대로 대표되는 전후 국제경제 질서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미국의 상대적 국력이 약화되면서 미국이 독점하던 세계경제질서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그 틈을 비집고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중국이 주도해서 설립되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과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그 시작이다. 중국이 입으로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국제기구의 지배구조를 투명성, 공정성, 정당성의 기준에 입각해서 호혜평등의 정신이 실현되도록 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말과는 반대로 자국이익과 주도권을 우선하는 패도의 길을 갈 수도 있다.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해서 국제경제 질서가 더욱 투명, 공정해 지는 것이다.
<New Mediocre 의 시대>
세계경제는 앞으로 새로운 평범(New Mediocre)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종래에 있었던 경기과열 내지는 대호황의 시대는 이제 세계경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대호황은 항상 거품을 동반하는 것이고 크고 작은 위기를 불러온다. 경제위기는 그 치유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양극화 확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러니 거품과 위기가 없는 안정성장이 바람직하다. 2008년 세계금융경제위기이후에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핵심은 탐욕의 억제와 위기의 예방이다.
앞으로 두 자리 숫자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신흥개도국이 출현할 가능성은 낮다. 2차 대전 이후에 일본, 한국 등 작은 용 4마리, 중국이 연이어서 두 자리 수의 성장을 하면서 세계경제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을 후속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도의 성장률이 금년에 중국을 앞질러서 7.5%를 보일 것으로 IMF는 전망하지만 10%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각국은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수확대를 통해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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