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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 자동차산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6월18일 19시18분
  • 최종수정 2017년12월14일 11시03분

작성자

  • 박홍재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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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대표산업으로서 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고, 일자리 창출과 수출 확대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내 자동차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 동안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2014년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은 756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616억 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 471.5억 달러보다 큰 규모였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고용을 확대하는 등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에서도 국내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수출과 생산이 감소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은 2012년 317.1만 대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했으며, 올해도 5월까지 전년비 5.9% 감소하면서 3년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생산도 2011년 465.7만 대를 기록한 이후 2014년에 452.5만 대로 감소했으며 올해 5월까지 3.3%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초엔저의 지속, 신흥시장 및 소형차 등 수출 주력시장의 부진과 국내 제조원가 상승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국내 업체에게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본격화 되면서 2013년 초 80엔대 초반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120엔대 중반까지 50% 이상 빠르게 상승하였다. 과거 2005년 엔저 시기와 비교하여서도 환율 상승폭이 2배 이상 크며 기간도 장기화되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일본업체 대비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업체 모델 가격이 동급의 일본업체 모델보다 높아지는 현상마저 발생하였다. 예컨대 미국에서 엘란트라 최저가격은 17,250달러이지만 경쟁차종인 도요타 코롤라 최저 가격은 16,950 달러로 300달러나 저렴한 상황이다. 또한 초엔저 상황이 지속되면서 통상 90엔대 중반이 BEP 환율이라고 알려진 일본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고 이를 활용한 인센티브 확대, 72개월 무이자할부 등 판촉이 강화되면서 국내 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한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등을 포함한 R&D 투자를 사상 최대로 확대하고 있어 향후 국내업체와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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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의 수출 주력시장인 신흥시장의 상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어 온 러시아와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부진은 올해에도 20% 이상 감소하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의 1~4월 동유럽 수출과 중남미 수출은 각각 66%, 24%나 급감했다. 더욱이 자동차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지역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13%나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면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진 소형차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대신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중대형 SUV와 픽업트럭 등 국내업체가 취약한 차급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엔저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의 제조원가 상승도 세계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대비 2013년 국내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 상승폭은 13.3%로 일본의 2.2%, 미국의 3.7%에 비해 크게 높았다. 자동차업체의 영업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0년 11.4%에서 2013년 13.2%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83.4%에서 84.7%로 상승하였다. 더욱이 최근 통상임금 등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미흡으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시에는 인건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면서 원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출 부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내수판매는 2014년에 166만 대가 판매되면서 1996년 165만 대를 18년 만에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5월 판매도 4.5%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누어 살펴보면 상황이 매우 다르다. 올해 수입차 판매는 31.4% 증가했지만 국산차 판매는 0.8% 증가에 그치면서 증가분의 대부분이 수입차에서 나온 것이었다. 수입차는 FTA 확산과 원화 강세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고, 상품 라인업이 고급차에서 양산차 중심으로 크게 확대하면서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과제들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초엔저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엔저 유지 의지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경기회복 등을 감안할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중동지역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도 수요부진과 공급확대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현재의 수준이 장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내수시장도 수입차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국산차 판매 정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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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체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우선 원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엔화 약세의 영향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원/엔 환율 수준을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해 나가야 한다. 한편 원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업체의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자동차 수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의 거센 도전에 대비하여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행기술 확대 등 R&D 투자 강화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야 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 및 원가 절감 활동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갈수록 원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에 합리적 임금 수준에 대한 합의와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각종 인프라 구축과 타 산업에서의 기반기술 마련 등 완성차 업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많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부문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전략 수립과 정책적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신흥시장의 성장과 부진,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 신흥국에서의 보호주의 확산과 수출 산업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면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은 새롭게 직면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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