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성장판 3.0 구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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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신종 호흡기 전염병 “메르스”의 공포 때문에 불안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까지 일어 버린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럴 때 일수록 차분히 뒤를 돌아다보며, 앞날을 계획할 때라 생각된다. 우리는 지금 변화의 시대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한 시대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1960년대 자급자족도 어려웠던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은 선진국 따라잡기(Catching up) 전략을 통해 반세기만에 국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성장판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국가기간산업의 기획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의 보급에 이르기까지 초창기 과학기술의 성장판의 성과는 한국형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우리 민족이 가진 근면성과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도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천연자원도 자본도 부족했던 세계 하위 5%에 속한 경제약소국이 가진 것은 타고난 근면함과 의지, 그리고 우수한 인적 자원뿐이었다. 우리가 가진 밑천을 한데 꿰는 데는 뛰어난 전략이 중요한 몫을 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경제개발계획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강점이었던 인적 자원의 고갈은 이제 우리가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위협이 되고 있다.
새로운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설정하기에 앞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 과학기술은 반드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Nature, Science, Cell지(誌)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 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적 연구 성과의 편수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고령화, 자원 고갈 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는 과제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미지의 영역을 탐구함은 새로운 것(novelty)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이 달 탐사 프로젝트,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 당시 인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분야에 대한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 동향, 세계가 당면한 지구적 아젠다의 해결, 안전/건강/환경/복지 등 국민 생활과 밀착된 이슈 등을 고려한 미래 예측이 바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이라는 과학기술의 부산물로 인해 이제는 모든 사회 변화가 IT의 변화와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과학연구에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적 변화는 그 자체로 기술 변화의 방향을 암시할 수 있어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향후 사회가 필요로 하고, 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예측함으로써 융합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었다면, 이제 창의성이 활약할 차례다. 기초과학분야의 R&D 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융합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창의성, 다양성, 개방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미래기술이 산업화되고 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일련의 가치사슬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면, 새로운 성장판 3.0을 모색할 때이다. 또한, 미래를 위한 준비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미래 사회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world)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을 연구하는 학교와 연구원의 구조가 가장 먼저 이에 대비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언론지상에서 논의가 활발한 판국에 정작 이를 다루고 연구해야 할 현장은 어떠한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발전의 성장판으로서 과학기술의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인력도, 인재도, 창의성도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50년 전의 과학기술 성장판 1.0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연구개발체제를 과거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모방하던 추격형에서 탈피하여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창조형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세계 5-6위권 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자와 연구자 고용 규모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과제를 제안할 것이 아니라, 제안된 과제의 지속성을 유지하여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테마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앞으로 다가올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World)를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역할과 지배구조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둘째, 여러 개별 부처 산하의 연구 기획‧관리 전문기관의 전문성을 키워주고 이들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걷어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과학기술에 대해 젊은이들이 경시하는 사회 풍조를 타개하기 위하여 과학기술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수단임을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국가적 차원에서 지식재산권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고급연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미래를 대비하여 해외의 우수인력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연구기반시설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한 국격 제고의 효과와 함께 부족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 투자이다.
이제 적당히 괜찮은 것만으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연구목표는 최고를 지향하고 연구결과는 시대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국가발전의 성장판이 될 새로운 과학기술시스템을 위해 도전해야 할 때이다. 도전(Challenge)해야 변화(Change)가 생기며, 변화가 기회(Chance)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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