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성공의 경험 축적이 중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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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과 경제가 핀테크(Finance와 ICT 테크놀로지의 결합)열풍으로 뜨겁다. 2014년 미국 CNBC가 선정한 50개 혁신기업 중 25%가 핀테크 관련기업이었고 글로벌 핀테크 투자규모는 지난해 122억 달러로 1년 만에 무려 세배가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핀테크 지급결제 및 송금, 자산운용 분야에서 알리 페이의 돌풍이 태풍수준으로 커지고 있고 영국과 아일랜드의 지난해 핀테크 벤처투자 규모는 총 7억 8,100만 달러로 일 년 만에 무려 600% 이상의 경이적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역시 정부주도하에 핀테크 산업 활성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립하는가 하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를 막는 각종 금융 규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핀테크 은행이나 금융사를 만들 수 있도록 각종 금융실명제법과 개인정보 및 보안 관련법, 금산분리 법 등을 개정 하겠다고도 밝히고 있다. 1차와 2차에 걸쳐 핀테크 데모데이(Demo Day)를 개최하고 영국의 성공적인 핀테크 투자지원 기관인 ‘레벨39’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은 이같은 움직임이 미국이나 중국 같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는 인상이다. 정부는 열심인데 정작 민간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시장은 정부의 뜨겁고 집요한 구애(?)에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한국 금융시장의 독특한 생태계에 있다. 핀테크에 성공한 나라의 경험을 보면 해당 국가의 금융인프라 및 금융의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에서 성공한 핀테크는 주로 송금과 결제기능이다. 넓은 땅에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수가 극히 적고 신용 결제기능이 후진적이기 때문에 통신을 통한 송금과 결제 핀테크가 단숨에 기존의 열악한 금융인프라를 뛰어넘는 기능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의 핀테크는 미국 특유의 은행간 송금지연 및 높은 송금 수수료를 우회하는 쪽으로 발달했다. 미국은 수많은 로컬 은행들이 존재하고 있어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송금을 하면 이를 찾는데 며칠이 걸릴 뿐만 아니라 송금수수료가 높다. 이 같은 기존의 제도나 수수료의 벽을 넘는 핀테크가 발전하여 당일송금 당일 수취 기능이라든가 낮은 수수료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외환 핀테크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해외에 나가있는 국민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외환액수가 전체 외환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외환 송금수수료나 환전 수수료가 높은 나라를 대상으로 발달하고 있다.
이 같은 각 나라의 성공경험을 보면 해당 국가만의 독특한 금융환경이나 규제, 수수료 등을 돌파하여 성공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서 핀테크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온라인 송금이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분야는 새로운 핀테크 기술이 침투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 또 ‘환치기’ 성격에 가까운 외환송금 관련 핀테크는 외환관리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적절치 않고 P2P 대출 분야 핀테크 역시 각종 금융법에 따른 규제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이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점은 시장의 크기이다. 핀테크 관련하여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들 이를 사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수가 한국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그 자체가 거대한 단일 시장이거나 영국처럼 개발하면 유럽 전체에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핀테크가 성공하려면 잘나가는 외국 모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보안이나 인증분야, 신용평가 분야등 기존의 금융기관의 역할을 보완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면서도 금융기관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로 몇 가지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뜬 구름 잡는 팬시(fancy)한 기술개발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공의 경험 축적이 핀테크 활성화에 훨씬 더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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