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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과 이윤주도성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6월16일 20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16분

작성자

  • 표학길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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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득주도성장과 이윤주도성장

 

 소득-부의 불평등화 경향

지난 5월 21자로 발표된 OECD자료 (“In It Together: Why Less Inequality Benefits All”)에 의하면 2013년 미국의 최상위 1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은 최하위 10% 소득계층의 19배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이 배수가 11배였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12.5배 정도였다. OECD 국가들의 평균소득배수는 9.6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2013년도 평균소득배수는 10.1로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의 2011년도 평균소득배수(10.7)와 더불어 OECD 34개국 중에서 두 나라는 중위권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2013년의 지니 계수를 보면 소득불평등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0.249)와 노르웨이(0.253)로, 가장 높은 나라는 멕시코(0.482)와 미국(0.401)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0.302), 일본(2011년: 0.336)은 중위권에 포진되어 있다. 

한편 전체가구소득 중 중위소득의 1/2 수준 이하의 소득계층을 보통 빈곤계층이라고 정의한다. OECD가 발표한 빈곤율 통계를 보면 2013년의 경우 멕시코(21.4%), 미국(17.6%)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한국(14.6%)과 일본(2011년: 16.0%)도 OECD 평균(11.2%) 보다는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OECD보고서는 이에 덧붙여 부의 불평등도가 소득불평등도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최상위 10%의 소득자들이 전체소득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최상위 10% 계층의 부자들이 전체 순자산의 76%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OECD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2008-2013년의 기간 동안 평균실질가계소득의 증가율은 2.5%였는데 소득최하위 계층의 평균실질소득은 3.2% 감소한 것에 반해 최상위 10%의 평균실질소득은 10.6% 증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낙년•김종일(2013)은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집중도가 1996년에는 전체소득의 7% 수준이었으나 2010년에는 전체소득의 12% 수준으로 급상승한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강신욱(2013)에 의하면 도시가구의 소득지니계수가 시장소득기준으로 1990년(0.266)에서 2012년(0.310)으로 악화된 것으로 추계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노인빈곤율(45.1%)은 OECD 30개국 평균(13.3%)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저성장시대의 고착

최근 미국의 연구조사기관인 Conference Board는 5월 26일 세계노동 생산성이 1999~2006년 사이에 연평균 2.6%씩 증가하였으나 지난해에는 2.1%로 떨어졌다고 발표하였다. ‘눈에 안 보이는 요소’들이 다시 말하면 자본과 노동을 제외한 여타의 모든 요인들의 집합적 생산성의 개념인 ‘총요소생산성’도 지난해 0.2% 하락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노동생산성의 둔화를 경험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생산성 둔화현상은 인도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부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Conference Board의 수석경제분석가인 반 아크(Bart Van Ark)는 세계금융위기는 원인의 일부일 뿐이며 노동생산성저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신흥시장의 후발기술사용에 의한 생산성증가가 한계에 부닥쳤고, 선진국은 생산성이 단기간에 향상되기 어려운 서비스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필자가 한국생산성본부의 한국산업생산성(KIP) 데이터베이스(2014년)를 이용하여 추계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91-2000년의 기간 동안 1997-1998년 사이에 IMF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실질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4.17%씩 증가하였으나 2001-2012년의 기간에 들어서서는 2.91%의 증가에 그치는 노동생산성 구조적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컨설팅사인 맥킨지(McKinsey)는 앞으로 인류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고용률이 하락할 것을 감안하면 노동생산성이 지난 50년보다 80% 이상 증가해야 현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노동생산성이 8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세계경제의 저성장시대가 고착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각국이 추진해온 양적완화가 2015년 하반기부터 양적축소로 전환되면서 금리 상승이 진행될 경우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더욱 더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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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

Piketty (2014)는 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 (α=r×s/g, 단 α는 자본소득분배율, r은 자본수익률, s는 저축률, g는 성장률) 에서 도출되는 자본-소득비율식(β=s/g, 단 β는 자본(K)과 소득(Y)의 비율)에 의해 장기적으로 자본-소득비율(β)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검토하였다. 그는 자본이 너무 많이 축적되어 이론상 자본의 한계생산성과 동일한 자본수익률(r)이 성장률(g)과 같아질 때 (r=g) 자본축적은 Phelps(1961)의 황금률을 따라 최대수준에 도달한다고 보았다. 

피케티는 이 황금률은 역사적으로 관찰된 것보다 훨씬 높은 자본-소득비율(β)을 의미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자본수익률이 성장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r>g). 그는 19세기 이전의 자본수익률(r)은 4-5% 수준이었으며 성장률은 1% 미만이었다고 보았다. 21세기에도 또다시 자본수익률은 4-5%이고 장기적으로 성장률은 1.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는 21세기에 들어 주요국의 성장률(g)이 줄어들면서 자본-소득비율(β)이 증가하고 그 결과 자본소득분배율(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맑스(Marx)는 ‘무한축적의 명제(the principle of infinite accumulation)’를 통하여 자본가계급이 자본을 축적해나가면 자본수익률은 0에 수렴된다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그가 자본가계급의 멸망을 예언한 것은 자본주의의 제2법칙(β=s/g)에서 g가 0에 수렴하면 β는 무한대로 증폭함을 의미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성장률(g)은 장기적인 구조적 성장률을 말하는 것으로 생산성증가율(υ)과 인구증가율(n)의 합이 되는 것은 Solow(1956)모형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Barro and Sala-i-Martin(2004)과 표학길(2015)참조) 

맑스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내부적 모순(internal contradiction)과 동학적 비합치성(dynamic inconsistency)은 자본주의가 엄청난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이 경우 자본주의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적 출구(logical exit)’는 구조적성장 즉 생산성증가율(υ)과 인구증가율(n)을 (+)로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임금주도성장론의 대두

Lavoie and Stockhammer(2012)는 임금주도 경제전략(wage-led economic strategy)을 옹호한 것은 19세기 경제학에서 소위 ‘과소소비설(underconsumption)’을 주장했던 말더스(Malthus), 시스몬디(Sismondi)와 홉슨(Hobson)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하였다. 이 이론은 케인즈에 의해 유효수요이론(theory of effective demand)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으며 맑스에 의해서는 이윤실현의 문제로 연결되었다. 맑스 이후 Baran and Sweezy(1966), Kalecki(1971) 및 Bhaduri(1986)등에 의해 유효수요와 이윤실현의 문제를 같이 다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칼레키(Kalecki) 또는 후기 케인지안(Post-Keynsian)들은 임금주도 성장전략의 장점을 부활시키고 정형화하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서 Talyor(1988)는 신흥공업국가들이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생산설비가 있는 경우에는 임금주도성장전략이 타당하며 보다 최근에는 UNCTAD(2010,2011)의 보고서들도 임금주도성장을 옹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소소비가설 또는 유효수요의 부족과 관련된 문제들을 고려하려는 정책제안에 대한 통상적인 반대논리는 장기성장 또는 잠재성장으로 불리우는 추세성장율이 궁극적으로 노동증가율이나 노동생산성의 증가율과 같은 공급측면요인들(supply-side factors)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에 근거하였던 것이다. 

한편 Lavoie and Stockhammer(2012)는 소위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나 R&D가 잠재성장률을 수정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등한히 해온 것이 사실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금융위기의 진전과 더불어 많은 선진국들의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그들의 장기 실질성장률 예측치를 하향조정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그들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급측면의 요인에 대한 관심을 축소시키고 총수요의 소득분배적 결정요인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임금주도 성장이론의 이론적 요체는 Bhaduri and Marglin (1970)이 소개하고 있는 후기 칼레키안 모델(Post-Kaleckian model)에 있다. 이 모델에 의하면 노동소득비율이 증대하는 경우 이윤제고 (profitability)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세가지가 가능하다. 첫째, 만일 이윤제고효과가 소비제고효과(consumption effect)나 가속도효과(acceleration effect)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에는 실질임금의 상승에 따라 GDP나 투자가 상승하게 되고 경제전체에 미치는 단기와 장기효과도 모두 긍정적인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임금주도수요와 임금주도투자가 결합되면 GDP와 투자에 전부(+)의 효과를 창출한다. 둘째, 임금주도수요와 이윤주도투자가 결합될 때는 GDP에 대한 효과는 (+)이지만 투자에 대한 효과는 (-)로 돌아선다. 셋째, 이윤주도수요와 이윤주도투자가 결합할 때는 GDP와 투자가 전부 (-)로 돌아서게 된다. 

임금주도성장론자들은 순수출(net export)을 고려하면서 대외부문에 미치는 효과도 분석하였다. 이 경우에도 임금주도의 경제체제는 투자와 소비만을 포함하는 국내총수요는 물론 순수출을 포함하는 총수요에도 (+)의 효과를 창출하지만 이윤주도의 경제체제는 국내수요와 해외수요에 전부 (-)의 효과를 창출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금주도성장이론의 배경이 되어 온 Kaldor-Verdoorn 법칙에 의하면 한 경제의 성장율과 노동생산성의 증가율 및 노동력증가율 간에는 (+)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이론에 의하면 이윤주도체제는 임금억제정책을 통하여 생산성증대를 도모하는 투자정책을 갖게 되고 보다 높은 실질임금이나 노동소득분배율은 생산성증가율을 둔화시킨다고 보았다. 반면 임금주도체제는 아주 강력한 (+)의 노동효과를 창출하고 그 결과 생산성증대를 도모하는 투자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또한 보다 높은 실질임금과 노동소득분배율은 보다 빠른 생산성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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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임금주도성장

우리는 이제 최근에 전개되어온 임금주도성장론이 한국경제에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한지를 음미해 보아야 한다. 한국의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성장모형으로 G20국가들을 분류한 Hein and Mundt (2012)에 의하면 중국•독일•인도네시아•일본•한국이 강력한 수출주도적인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Lavoie and Stockhammer (2012, p13-p14) 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발경제의 경우 소득분배의 변화가 순수출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임금의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이윤율을 감소시켜 순수출에는 (-)의 효과를 창출하게 되고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더욱 치명적인 효과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임금주도 성장과 같은 소득재분배정책과 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간에는 조화가 아닌 상충의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단계의 한국경제는 지속 가능한 3-5%의 성장율을 목표로 하는 중도성장 (path of medium growth rate)을 모색해야만 인구증가율 둔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표학길(2012)참조). 이를 위해서는 R&D와 생산제품과 생산공정의 혁신(innovation)을 통한 기업경쟁력의 강화만이 구조적 생산성증가를 도모하여 성장의 궁극적인 원천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실증분석결과는 임금주도성장이 이러한 R&D와 기업혁신으로 연결된다는 하등의 보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임금주도성장전략은 세계금융위기의 파급에 따른 해외수요의 경감에 대처하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성장전략은 될 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성장전략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윤주도성장의 길을 모색하되 임금주도 성장이 갖는 경기대응적 장점으로 이윤주도성장을 보완하는 중장기적 성장전략을 모색해야 한다(표학길(2015)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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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16일 20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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