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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왜 이러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1월16일 19시1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10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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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왜 이러나?

 

 “대한민국이 삼성(samsung)만도 못하단 말이야?”

2004년 여름의 일이다. 

당시 탄핵정국이후 2004년 4월에 실시된 총선에서는 한때 “나 꼼수”로 유명했던 정봉주 전의원 등 특히 열린우리당에 신진 의원들이 대거 당선 됐다. 이른바 “노무현 바람”이 불었다. 

4월 총선으로 새 국회가 구성된 뒤 일단의 의원들이 하한 정국을 이용하여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의원 친선외교활동을 펴기 위해 외유 길에 올랐다. 열린우리당의 참신한 젊은 의원들이 대한항공에 탑승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국적기로 갈아 탄 뒤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향했다. 카버 스토리가 삼성에 관한 항공기내 잡지가 눈에 띄자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반가운 마음에 너도 나도 잡지를 집어 들었다. 당시 삼성은 아테네 올림픽 공식 스폰서 기업으로 선정됐었다. 의원들은 삼성이 대한민국 기업이니 대한민국을 어떻게 썼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4페이지 넘게 실린 특집기사에서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Korea와 Seoul 단어는 딱 한번 나왔을 뿐 모두 삼성얘기 뿐이어서 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보다 삼성이 더 알려졌단 말이야?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단 말이야?

 

삼성을 선전하기 위해 꺼낸 얘기가 아니다. 이 얘기는 당시 동행했던 당시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이 전해준 일화다. 이 중진 의원은  초선 젊은 의원들이 세상이 삼성을 다루는 시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전해주면서 이들이 국회에 들어온 뒤 몇 달을 함께 일해 봤지만 그동안 구호만 외치던 이들이 세상의 현실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생각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며 자신의 심경을 말해주었던 얘기다. 17대 국회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 일정에 들어가면서 그 중진의원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님들이 이제는 현실문제에 안착했냐고 물었더니 지상 한 150미터 정도까지는 내려온 것 같다며 그래도 많이 내려왔다고 이 중진의원은 자위했다.

 

 이 일화를 전해주었던 열린우리당 중진의원은 그 후 정치권에서 밀려났는데 열린우리당은 소리만 낼 뿐 제대로 한 일이 없어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누가 대선 후보로 나와도 당선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을 만들었고 결국 열린우리당은 소멸되고 민주신당에 흡수됐으나 민주신당은 18대 총선에서도 참패하게 된다. 민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구호만, 그럴듯한 공론만을 앞세운 결과다. 이미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로 세상을 바꾸어 놓았는데도 이들 생각의 원천은 자기들이 만든 민주대 반민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문재인 대표의 민주당은 어떠한가. 우리 야당은 아직도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다루어야 할 현실의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잘 인식하고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화를 내고 팔 걷고 나서야할 문제는 실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명분싸움에는 앞장서는가 하면, 친노(親盧)니 비노(非盧)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땅따먹기 싸움하는 것만 국민들에게 비쳐지고 있다. 결국 야당은 국민의 폭 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리더십 부재만 보여주고 있다.

올 하반기 이슈로 떠오른 국정교과서 문제만 하더라도 야당이 잘 대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정교과서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대하는 야당의 행태를 보면 아직도 구태를 벗어버리지 못한 감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국정교과서 문제 때문에 할 일이 태산같이 쌓인 정기국회를 공전시키면서까지 떠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아직 써지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을 단정해서 상정하고 문재인 대표가 앞장서서 오히려 역사 이념논쟁의 정치싸움을 확대하는 것은 모든 것을 정략적으로 바라보며 말싸움만 벌이는 구태가 아닌가 여겨진다. 물론 내년 총선에 정치 이슈로 내거는 것은 야당으로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지금은 이 문제는 역사학계나 관련 시민단체들이 논의하고 토론을 거쳐 바른길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여기에 야당의원들은 정당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지원하고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 정답이다. 정부가 검인정 교과서가 문제가 없는데도 국정교과서로 가야한 다고 여긴다면 야당으로서는 국회에서 교육부를 불러다가 무엇이 문제였고, 왜 그것을 바로잡지 못 했나 따져서 잘잘못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본연의 임무일 것이다. 야당이 보기에  장관이 잘못했으면 해임건의안을 내든지 아니면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을 할 것인지를 국회에 부여한 권한으로 문제를 시정하고 해결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이종걸 원내대표가 아무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태이고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가계부채는 날로 늘어만 가며 여기에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 문제 등 답답한 현실의 문제가 모든 이의 눈에도 다 뻔히 보인다. 오죽하면 “헬 조선(Hell Chosun)”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여권이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면 야당이라도 발 벗고 나서 비전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터인데 이런 문제는 허울 좋은 말만 할뿐이고 마지막 예산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서 한다는 것이 어떻게 하면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많이 받아 지역구민들에게 자랑할까에 쏠려있고 국회의원 한 명당 총 소요 경비가 32억 원에 이른다는 국회의원 수나 늘리느냐 마느냐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정책부재인 야당은 또 마치 정부가 잘못하기만 기다려서 그 틈에 자기들 입지나 넓혀 보려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잘못을 꼬집으면 우선은 좋아할는지 모르나 문제해결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야당은 의례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비난에만 매몰되기보다 오히려 나라를 위해 잘못하는 정부를 도와서 잘되는 방향으로 헌신하는 통 큰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이 감동하고 신뢰를 보낼 것이다. 

 

 정당의 설립이유와 기본목표는 정권획득이다. 그러나 자기들이 권력 잡기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위한 정치로 봉사하고 국민에게 앞길을 명확히 제시하는 비전을 심어주는 정치를 할 때 국민이 지지하고 정권을 넘겨준다. 실력 있는 야당이 바로 설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국민이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야당은 자기 패거리 이익을 버리고 더 큰 것을 위해 희생하고 국민을 위하는, 민생을 우선 살피는 통 큰 정치를 할 때 오히려 야당이 강해지고 그래서 정치가 바로서서 정치 부재로 인해 국민만 불쌍하다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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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1월16일 19시1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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