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S 기획] 국방획득,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1)-위기의 방위사업청, 출구전략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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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획득의 문제는 큰 틀에서 들여다봐야 -
지난 10월 20일 방위사업청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방산비리, 무기도입 및 획득과정의 부실 의혹을 놓고 집중포화를 맞았다. 일부 의원은 통영함 사업 등 잇달아 터져 나온 각종 무기사업의 의혹으로 “방위사업청의 군피아”를 지적하면서 자정능력을 상실한 방위사업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은 2006년 1월 1일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 육성에 관한 사업을 관장하는 정부기구로 출범했다. 주요 업무는 국방획득이다. 국방획득이란 무기체계를 포함한 군수품을 구매하거나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하여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을 지원하며 방위산업 물자의 수출판로 확보 등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를 전담한다.
방위사업청의 청렴성은 공염불인가
개청 이래 지난 9년 동안 방위사업청은 정부부처의 청렴도 평가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국방획득 업무를 시작한 2006년 이전 보다 크나 큰 방산비리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방위사업청 자체적으로도 구성원의 청렴도를 제고하기 위해 청렴서약서를 받고, 오죽하면 청의 본관 건물도 청렴관이라 명명할 정도로 노력하였겠는가. 하지만, 방위사업청 개청 9년도 되기 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벌써 구성원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인가. 현실적으로 1천5백여명이 넘는 구성원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제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전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방산비리를 막고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의 군수품을 적시에 획득하여 공급하고자 국방부 등의 관련 부서들을 통합해 방위사업청을 개청하였는데, 이러한 국방획득 기능을 다시 국방부로 돌린다고 비리와 부실이 해결될까. 더더욱 방위사업청장 한 사람을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방산비리와 부실은 제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시스템 운영 측면의 문제와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다.
방산에서의 비리 및 부실 의혹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방획득상의 다양한 비리 및 부실 의혹이 제기되었다. 고비용, 고성능의 무기체계에서부터 단순 방산물자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서류조작, 원가 부풀리기, 부실한 무기관리, 그리고 연구개발의 부실에 따른 성능 미달, 불량 사고 등 다양한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서류조작을 통해 20배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성능을 못 맞추는 통영함 선체고정음탐기, 원가 부풀리기를 통해 시중에서 1만원짜리 USB를 95배의 비용으로 구매한 군용 USB, 소위 군피아의 논란을 부르고 있는 북한의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무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율곡 이이함에 탑재된 어뢰 기만탄의 부식 현상 등은 애교에 불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군 전력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무기체계의 성능 미달 과 불량 사고이다. 이러한 성능 부족과 불량 사고는 군에 대한 신뢰성뿐만 아니라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북한의 무차별 포격에 대해 K9 자주포로 응사하였으나 6문 중 3문이 작동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 수차례 성능 이상을 보였던 명품무기로 자랑했던 K11 복합소총, 중요 시험과정을 생략했던 홍상어/청상어, 파워팩 이상으로 5년의 전력화 지연을 유발한 바 있는 K2 흑표 전차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적의 대전차 로켓 공격에 연막을 피워 적을 교란하는 유도교란체계를 장착한 흑표 전차는 연막을 피우면 레이더가 먹통이 되어 적 로켓을 요격할 수 없다. 그리고 2013년 6월까지 무려 195차례나 고장난 1800톤급 디젤 잠수함 세 척에 장착된 연료전지, 야간 탐지가 불가능한 20mm 대공 벌컨포, 도입 후 68개월 동안 48개월이 수리 상태였다는 수중무인탐사기, 자격요건이 부실한 해외 개인업체로부터 도입하여 시험평가 중 실패한 240억원짜리 전술비행선, 엔진 결함 통보에도 불구하고 구매가 결정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호전적인 북한군을 코앞에 둔 우리 군이 어떻게 전투태세를 유지할지 의구심이 간다. 한마디로 무기체계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군피아, 왜 문제가 될까
단순 방산물자의 구매/획득과정에서의 허위나 조작에 의한 비리나 문제점은 담당자의 청렴성과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다. 무기체계의 도입 및 개발에서도 특정 무기체계의 군 작전운용성능과 개발예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개발 시에 요구성능을 완화해 주는 등의 비리와 부실을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담당자들의 기술적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도입 또는 개발되는 무기체계에 대해 원활한 성능 및 품질, 신뢰성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추후 전력화 시에 성능 미달 및 부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현역 장교와 공무원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방위사업청 실무자들의 상당수는 영관급의 현역 장교이다. 제대한 군 출신 선배가 청탁을 하면 외면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장군 승진이 안되는 경우 40대의 젊은 나이에 제대를 해야 한다. 은퇴 후 연금은 받지만 40대의 젊은 나이에 무직상태로 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제대 후 취직이라는 미끼에 유혹당하기 십상이다. 설사 이런 방식으로 방산업체나 무기중계사에 취직하는 경우에도 주로 로비에 활용되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 군과의 네트워크가 줄어들면 바로 쫓겨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국방획득에 종사하는 영관급 장교들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한 장군 승진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계급정년을 통해 제대를 하는 영관급 장교들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석박사 학위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결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현역 장교들에 대한 전문성을 증진하고, 이는 원활한 사업 및 기술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무기체계 획득과정에서의 부실과 성능 미비도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제대 후에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학위 및 과학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관련 기업에서 일반 전문가들처럼 연구개발직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단순 방산물자 획득과정에서 군을 완전히 배제하고 문민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무기체계의 경우는 군 작전에 필요한 무기체계의 소요제기는 군에서 해야겠지만, 그 이후의 획득절차는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과 민간전문가가 수행하는 문민화를 조속히 실현할 필요가 있다. 국방획득의 문민화가 달성되면 최소 군피아나 군 네트워크에 기인한 국방비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무기체계 획득상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고비용의 국민혈세가 소요되는 무기체계의 해외도입과 국내 연구개발 상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국방무기체계를 획득하는 방안에는 크게 해외로부터 직접 도입하는 방안과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하는 방안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무기체계의 해외도입은 국내 기술수준이 미흡해 국내개발이 불가한 경우나 군 전력상 긴급 소요로 해외의 무기체계를 직도입하는 경우이다. 국내 연구개발은 국내기관의 기술성숙도가 요구하는 성능의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가지고 전력화 일정을 맞추면서 공급할 수 있을 때 시행한다.
[해외도입 무기체계]
해외에서 직도입하는 무기체계의 경우 설계, 개발 및 납품 시까지 철저한 사업관리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인수할 때 시험평가를 통해 이들 무기체계의 성능을 검증한 후 도입된다. 무기도입 시에 군에서 전술적 또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군 작전운용성능(ROC; Requirements of Capability)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군에서 소요제기가 들어오면 합참에서 ROC를 결정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작전에 따른 무기체계의 운용개념(CONOPS; Concept of Operations)을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시와 평시 또는 비상시에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고 이 무기체계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미리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군에서는 이러한 군 작전에 따른 운용개념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단순히 세계 최고의 성능을 요구하는 ROC를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한편, 작전운용성능을 제시할 때는 무기체계 도입에 가용한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인기를 도입할 때 작전운용성능에는 비행체의 체공시간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추가의 비행체와 정기적인 정비에 따른 추가 엔진의 수요를 고려한다. 이는 추가의 비용을 동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비용이 불충분하면 체공시간에 대한 ROC 요구성능을 낮추던가, 아니면 도입비용을 증액하여 추가의 비행체 및 엔진을 도입함으로써 요구성능을 만족하도록 해야 한다.
무기체계의 해외도입 시에도 사업관리 및 기술관리를 위해 전문성이 반드시 요구된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사업관리팀(IPT)은 군 장교와 민간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업 일정 및 비용, 위험관리 등과 같은 사업관리에는 익숙하나, 기술성능 검증을 위한 기술관리에는 전문성이 빈약하여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도입되는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각종 마일스톤회의(체계설계검토, 기본설계검토, 상세설계검토 등)에는 기술 및 설계검증을 위해 해당 무기체계에 대해 전문적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도입 되는 무기체계에 대해 시험평가를 수행하게 되는데 우리 각 군의 시험평가단은 부사관 위주로 인력 구성이 되어 있어 전문성이 너무 빈약하다. 즉 무기체계 시험평가의 중요성을 과소하게 평가하여 무기체계 도입에 중요한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시험평가단은 도입하는 무기체계의 시험 및 평가에 전문성을 확보하여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낙후한 상황에서는 너무 매뉴얼에만 매달려 실제 성능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항공기의 초도비행을 수행하는 테스트 파일럿(Test Pilot)의 자격 요건으로 석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요구한다. 통상의 조종사는 항공기 조종만을 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설계나 성능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해도 문제가 없지만, 테스트 파일럿은 새로 개발된 항공기의 다양한 비행상태를 엔지니어링 감각으로 느껴서 이들 항공기의 문제점을 제안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재설계 및 성능 수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군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민간 전문가를 위촉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내개발 무기체계]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경우에는 해외도입 보다 더욱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군 작전운용성능을 결정할 때 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술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연구기관(국과연) 및 방산업체의 기술능력(기술성숙도)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산화 무기체계 개발을 보면 이러한 기술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를 과장 평가하여 전력화 일정을 맞추지 못하거나 성능 미달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국정감사에서 나열된 명품무기의 부실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결국 개발일정 지연 및 개발비용의 증가를 유발하고 군 요구성능의 완화를 요구하며 ROC를 뒤늦게 수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무기체계 국산화개발에 대한 사업관리 및 기술관리는 방위사업청의 통합사업관리팀(IPT)에서 수행하는데 담당자들의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설계, 제작 및 시험 과정에서의 부실이나 미흡사항을 감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무기체계의 성능이나 신뢰성, 품질 요구조건을 확보하는데 제한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산화 개발하는 무기체계의 시험평가에도 해외도입 되는 무기체계와 동일한 문제점이 적용된다.
이러한 성능 미달, 전력화 일정 지연, 개발비용 증가, 신뢰성의 미확보, 품질인증의 미비 등과 같은 무기체계 획득의 문제점은 과학기술군의 육성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방위사업청 및 관련 군 기관의 문민화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국산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문제도 살펴보자
위의 국산화 무기체계의 성능 미달과 부실에 대해 방위사업청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된 무기체계 획득의 부실에 대한 화살이 방위사업청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된 무기체계는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전력화된 무기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방위사업청의 역할은 방산획득을 위주로 하며 이에 따른 사업관리가 핵심 업무이다. 따라서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 품질보증 등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 기관이기 때문에 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총괄을 하는 입장이 때문에 개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무기체계의 제작, 조립 및 개발시험을 담당하는 방산업체와는 이러한 업무범위를 놓고 책임 문제 때문에 늘 마찰이 있어왔다.
그리고 사업관리를 하는 방위사업청 통합사업관리팀의 담당자들이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세부 기술적 문제들을 제대로 협의하지 않아 완료 시점에서 무기체계의 성능 범위를 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가 국산 무기체계 개발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무기체계인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미사일의 개발은 과학기술 기반이 전무한 시대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당한 지상 및 항공우주 무기체계의 개발이 방산업체로 넘어감에 따라 국과연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근본적인 문제는 첨단의 국산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하는 곳인지, 아니면 방산업체가 개발을 주도하고 국과연은 사업관리기관으로 Agency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인지 이제는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때가 되었다.
참고 영상: 3 minutes 김 태우(동국대학교 석좌교수)_방위사업청 비리 근절되어야 한다;
http://www.ifs.or.kr/modules/board/bd_view.asp?id=board_media5&no=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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