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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사익편취 규제: 공정거래법의 부당 이익제공 금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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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1일 20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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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사익편취 규제: 공정거래법의 부당 이익제공 금지

 

공정거래법에 의한 사익편취 규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서 2013.8.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조항(제23조의2)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재벌 계열사들은 총수일가나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지분율 30% 이상의 상장사, 20% 이상의 비상장사)에게 부당 이익을 주는 네 가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아래의 ④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① 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단,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연간거래총액 200억원 미만인 상품·용역 거래, 50억원 미만인 자금·자산 거래는 제외.

②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수행하면 상당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단, 사업기회 수행능력이 없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업기회를 제공하거나, 합리적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는 제외.

③ 총수일가와 현금 기타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④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

   단, 상품・용역의 연간거래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고 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인 경우는 제외.  또한,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제외.

 

법 위반 시에는 총수일가 또는 회사에게 시정조치와 더불어 관련매출액의 5%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러한 공정거래법상 규제는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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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의 규제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가 ‘사업능력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타 사업자와의 비교’에 의거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부당성을 결정하고 있다.  ‘사업능력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타 사업자와의 비교’ 결과, 계열사들이 총수일가 회사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어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부당한 이익제공”이 아니다.  나아가, 계열사들이 이런 공급자 선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가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위법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이렇게 ‘총수일가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가 효율적’이면 부당 행위가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  일감 몰아주기가 비효율적인 경우에만, 즉 계열사들에게 총수일가 회사보다 더 좋은 공급자가 있는데도 총수일가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고, 또한 몰아주기가 효율성・보안성・긴급성 달성과 별 관련이 없어야만, 부당한 이익제공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총수일가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가 적정한 거래상대방 선정의 결과인지 또는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는 내부거래의 효율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 뿐, 결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앞선 글에서 강조했듯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효율적이든 아니든 그 수혜회사를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소유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사실, 총수일가는 일감 몰아주기가 비효율적인 경우보다 효율성(보안성・긴급성도 광의의 효율성임) 증대를 가져오는 경우에 그 수혜회사를 소유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사익을 편취’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가 비효율적인데도 계열사들이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몰아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거래는 그룹 전체의 비용을 높이고 수익성을 낮추기 때문에 총수일가에게 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회사를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으면, 몰아주기가 효율적이든 아니든, 내부거래에 따른 이익이 총수일가로 귀속된다.  핵심 문제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수혜회사 지분의 경제적 합리성과 정당성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이 되는 것은 당해 거래가 비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몰아주기의 수혜회사를 소유하기 때문이다.  수혜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효율성 달성 등 정당한 사업상 이유와 필요에 따른 것이라면, 일감 몰아주기는 부당 이익제공으로 볼 수 없는 반면, 정당한 이유와 필요가 없다면 부당 이익제공에 해당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의 올바른 시정책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물류회사나 광고회사가 있다고 상정하자.  이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계열사들에게 가장 유리하며, 효율성 증대나 보안성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해보자.  총수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의 모든 이익을 독차지하지만, 이 거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

 

또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비상장사는 20%) 미만인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는, 계열사들을 불리하게 하거나 비효율적인 거래일지라도, 혹은 총수일가가 당해 지분을 보유할 정당한 사업상 이유가 없더라도, 법적용 대상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가 비효율적이거나 부당한 행위일지라도, 총수일가는 회사합병, 지분매각 등을 통해 수혜회사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줄여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결국, 사안별로 몰아주기 수혜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정당한지는 따지지 않고,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대한 ‘비효율적인 일감 몰아주기’만 금지해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을 수 없다.  사익편취를 막으면서 효율적인 내부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몰아주기 수혜회사의 부당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목적의) 소유구조를 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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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체계와의 불일치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존·강화하기 위한 경쟁법인 동시에, 재벌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대기업집단 규제법이기도 하다.  이 법의 제3장(기업결합의 제한 및 경제력집중 억제)이 대기업집단 규제법에 해당한다.  제3장은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해 대기업집단에만 적용하는 규제들(지주회사 행위제한,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의 제2장(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제4장(부당 공동행위의 제한),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이 경쟁법에 해당한다.  제5장의 제23조는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집단적 거래거절, 배타조건부 거래, 부당 지원 등)와 거래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거래상 지위남용 등)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모든 사업자들에 대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시장경쟁의 제한이나 사업자들 간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는 무관한 행위다.  이는 재벌 총수일가가 지배주주의 지위를 남용해 계열사들의 부와 이익을 사익으로 빼돌리는 행위다.  당연히 이를 금지하는 법 조항은 총수일가 및 이들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런 법 규정은 응당 공정거래법 제3장에 포함되어야 하나, 제5장의 제23조의2로 신설되었다.

 

이런 입법은 공정거래법 체계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의 경쟁 관련조항들과 경제력집중 억제 조항들은 입법목적, 적용대상, 행위의 위법성 기준 등이 다르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는 사업자들 간의 경쟁 촉진이나 공정거래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닌데, 이 규제를 경쟁법 영역에 두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내적 일관성, 예측가능성, 집행용이성 등을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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