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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사익편취 규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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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1일 20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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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사익편취 규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재벌 총수일가의 효과적인 사익편취 방법

 재벌 계열사들은 시스템통합, 보안, 건물관리, 광고, 물류, 소모성자재, 급식 등 다양한 지원·보조적 상품·용역을 필요로 한다.  이 내부 수요는 상당히 크고 안정적이며 장기적이다.  총수일가는 이런 상품・용역을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소유해 계열사들에게 판매함으로써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총수일가가 개인 회사를 설립하는 데는 별 제약이 없다.  회사설립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편입신고만 하면 된다.

 

그간 문제가 되었던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기업들은 대개 총수일가가 설립·소유한 회사다.  총수일가가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용역을 판매하는 총수일가 회사가 생기면, 계열사들은 내부거래가 효율적이든 아니든, 일감 몰아주기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  계열사들이 총수일가 회사의 ‘포획된 고객’(captive customer)이 되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 비중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동기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내부거래의 효율성 때문일 수도 있다.

  

계열사들이 각기 개별적으로 외부 물류업체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계열 물류회사를 신설해 그룹 전체의 물류를 통합 수행하면 비용절감 등의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해보자.  물류업무의 통합 수행에서 생기는 효율성은 계열사들이 물류업무를 신설 회사로 몰아주어야만 실현될 수 있다.  효율적인 내부거래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효율성 증대의 원천이다.

 

기업이 자기만의 특별 수요나 용도에 맞춘 상품이나 용역을 시장에서 조달하기는 어렵다.  자기에게 특화된 상품·용역을 외부업체에서 구매할 경우, 거래 쌍방은 서로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관계가 된다.  거래가 단절되면 다른 거래상대방을 찾을 수 없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거래 쌍방은 이런 관계를 악용해 상대방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늘리려는 기회주의적 행위를 할 유인을 갖게 된다.  내부조달이 이런 거래상 위험과 비용을 피하면서 필요한 상품・용역을 확보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런 경우에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며, 관련 회사들의 내부거래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내부거래의 경제적 필요성과 효율성을 도외시한 채,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비중 자체를 문제시하고 사익편취 규제의 요소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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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익편취의 원천은 몰아주기의 수혜회사를 총수일가가 소유하는 것이다

총수일가 회사와의 내부거래가 비효율적인데도, 총수일가 소유 회사라는 이유로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등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런 거래는 계열사들의 부를 총수일가 사익으로 빼돌리는 것에 더해,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외부업체들의 사업기회를 봉쇄하며, 국부를 파괴한다.  비효율적인 내부거래는 응당 금지되어야 한다.

 

더 좋은 사익편취 방법은 그룹의 ‘효율적인 내부거래의 기회’를 총수일가가 차지하는 것이다.  효율성 증대가 기대되는 내부거래의 기회가 있을 때, 보안성・긴급성 때문에 내부거래가 필요할 때, 총수일가가 그 거래를 수행하는 계열사를 설립・소유하면 된다.  이런 경우,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자체는 비용절감 등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 증대를 위시한 내부거래의 이익은 계열사들이 창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몰아주기의 수혜회사를 소유한 총수일가에게 전부 (혹은 대부분) 귀속된다.

 

 사익편취 여부는 내부거래의 효율성 여부가 아니라 내부거래 수혜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이 합당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는 계열사들이 공히 필요로 하는 지원성 상품・용역(시스템통합, 물류, 광고, 소모성자재, 보안, 건물관리 등)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재벌들은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편다.  이는 사익편취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것이다.

 

이 주장대로 시스템통합, 물류, 광고 등의 내부거래가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위해 필요하거나 불가피하다고 해보자.  흔히 이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여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의 소유구조다.  계열사들의 구매에 의존하는 회사를 왜 수요자인 계열사들을 배제한 채 총수일가가 회사의 지분 전부 혹은 대부분을 가져야 하나?  총수일가 소유의 효율성과 정당성이 인정되어야만 사익편취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내부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계열사’에 대해 ‘총수일가가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개연성이 높다.  내부거래가 효율성 증대 등을 위한 것이라고 해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 사익편취는 효율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일어날 가망이 많다.  총수일가 회사가 효율적인 내부거래의 기회를 차지해서 사익을 취하는 경우, 내부거래 자체를 제한·금지하는 것은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파괴한다.  내부거래 수혜회사의 부당한 지분구조를 시정해야만 사익편취를 막으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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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

2000년대에 들어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재산증식 문제가 불거지자, 세법, 공정거래법 등에 여러 조치들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공히 사익편취의 근원은 방치한 채 내부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2011년 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에서 내부거래로 발생한 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조항이 도입되었다.  재벌기업의 경우,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30%를 초과하면 그 기업의 지분 (간접지분 포함) 3%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  중소·중견기업에게는 더 느슨한 기준(내부거래 비율 50%, 지분율 10% 이상)이 적용된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와는 무관한 이유로 높을 수 있다.  또한 사익편취의 관건은 내부거래 비중이 아니라 수혜회사의 소유구조다.  그러나 위 세제는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 여부를 불문하고 회사의 내부매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과세한다.  내부거래의 규모가 상당하고 사익편취 동기에 따른 것일지라도,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100%일지라도,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30% 미만이면 지배주주 일가는 과세대상이 아니다.  반면, 전적으로 효율적인 내부거래인데도 그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이면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은 과세대상이다.  이런 과세는 효율적인 내부거래를 처벌・억압하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의 증여세를 피하려면 내부거래의 규모가 아니라 비율을 낮춰야 한다.  실제로 지배주주 일가들은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기 위해 타 회사와의 합병, 회사분할, 영업양수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2015년에 총수일가 146명이 총 1,025억 원의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는데, 이 정도의 과세가 사익편취 억제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결국, 이 제도는 사익편취 문제는 해소하지 못하면서, 회사구조의 왜곡, 효율적 내부거래의 억제 등을 초래한다.

 

내부거래에 의한 사익편취 여부를 따지지 않고 내부거래 비율을 기준으로 회사의 주요 주주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자체를 포착해 금지・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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