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追更)편성 관전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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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총 22조원대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안이 의결되었다. 주요 핵심은 경기여건 악화에 따른 세입추경 5조6천억 원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세출추경 6조2천억 윈 등 총 11조6천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외에도 기금지출총액(3조1천억 원), 공공기관 자체투자와 민자부문 선투자 확대(2조3천억 원), 신용·기술 보증과 수출여신확대 증 금융성 지원(4조5천원 억)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안대로 추경이 이루어진다면 외환위기 이후 17번째이자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 공짜가 없듯이 만병통치약적인 정책도 없다. 어떤 정책이든 편익이 있으면 비용이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정책이라 함은 가장 필요한 부문에 적합한 정책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되 부작용은 가급적 줄이는 정책일 것이다. 최근 극심한 가뭄과 예상치 못한 메르스 발생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확실하다. 경기가 침체기에 빠질 때 가장 고통을 겪는 주체는 저소득층인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추경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번 추경안이 성공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추경안이 경기 부양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수단인지, 추경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반되는 정책이 타당한지를 따져 봐야 한다. 전자는 추경의 유효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학파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바다 근처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주로 케인지안들로 하바드, MIT, 스탠포드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추경이 경기 진작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호수 근처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주로 신고전주의학파들로 시카고, 로체스터, 미네소타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나 학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추경의 유효성을 진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반면 추경 특히 세출추경은 정부의 재원마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역대 우리나라 추경은 전 해의 남은 세금, 즉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의 잉여금으로 상당부분 충당해 왔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해 세계잉여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추경은 대부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2013년 경기침체와 세수 결손으로 인해 17조3천억 원의 추경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 15조8천억 원이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되었다.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이 조달될 경우 나라 빚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국채의 증가가 추경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이번 세출 추경도 한국은행 잉여금 7천억 원과 기금재원 1조5천억 원이 활용되고 나머지 9조6천억 원은 신규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어서 그만큼 나라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추경은 유효성에 관계없이 정치의 속성상 경기 침체기에는 앞으로도 빈번히 사용될 수밖에 없는 반면 반대급부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이의 유효성을 논하기보다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한다. 이런 차원에서 추경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박근혜대통령이 얼마 전 언급했던 것처럼 2016년 예산지출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관행처럼 이루어져왔던 예산 지출 항목들 중 정부가 해야 할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예산이 제대로 투여되고 있는 지, 엉뚱한 곳으로 새는 예산은 없는 지 등을 사업별로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언뜻 보아도 “정부가 왜 이런 일에 예산을 쓰지?”, “정부가 이런 일을 왜 하자?” 하는 의문이 드는 예산 항목이 많다.
세입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지출 조정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막음으로써 세입을 늘릴 필요를 없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세계잉여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위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고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둘째, 추경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추경은 성격상 일반예산 과정과는 달리 신속하게 계획·집행되어야 하는 만큼 일반예산과는 달리 지출의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매년 일반 예산을 짤 때 추경(특히 세출추경)에 대비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생각해두는 것이 어떨까 한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추경의 일정 부분을 SOC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으나 국민의 안전에 필요한 부문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셋째, 정책적 시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추경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디에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적기에 사용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경처럼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재정정책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정책적 시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야 한다.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치적 결탁 혹은 주고받기(logrolling)은 없었으면 한다.
넷째, 추경 특히 세출추경인 경우는 반드시 성과에 대해 분석하고 공표하는 관행, 즉 추경가계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추경세출 대부분은 긴급 상태에 발생해 일반예산과는 달리 통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06년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40억 달러(이라크전 전비 조달 포함) 규모의 긴급예산을 편성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풍 피해 복구와 별로 관련이 없었던 어업 및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많은 지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경기가 어렵고 긴급 사태가 발생한다면 추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는 지극히 평범한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사실만은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추경은 경기 변동을 완화하는 방법이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 시키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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