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영국을 배우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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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특히 그리스의 재정위기, 남부 유럽의 경제침체에 의해 유로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반면 영국 파운드화는 강세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은 왜 여러 번의 세계 경제 위기에서도 가장 강하게 성장하는가?
우선 교육과 법률제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창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시험문제는 모두 주관식이며 교과서와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적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의견을 넣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항상 남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창의의식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학부모는 선생님의 주관적인 평가를 믿고 따른다. 단순히 시험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적어 평가하는 것이다. 대학역시 점수만 따라 서열로 가지 않는다. 학적부를 보고 충분한 인터뷰를 하여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의 교육제도는 독일을 거쳐 온 일본을 따라해 왔다. 교과서와 선생님이 정답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교육이다. 창의성이 불쑥 튀어나와도 최대한 억제하여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
그 뿐인가? 사교육 시장을 줄인다는 이유로 입시 제도를 시도 때도 없이 바꾼다. 그래도 사교육은 줄지 않는다. 학부모들의 교육열망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열망이 높은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창의적이지 않는 교육에 청소년기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사교육이 그대로이고 창의적이지 않는 교육이 지속될 바에야 창의적인 사교육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동시에 소득하위권 학생들한테는 그들만이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영재학교를 따로 만들어 공교육에서 저소득층 창의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영국의 법률제도를 보자. 왜 미국과 영국은 창업이 많이 이루어지는가? 성문법이 아니라 불문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법,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에 어긋나면 안 된다. 일일이 작은 것까지 수년전에 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 현실에 맞지 않아 고치려면 또 몇 년이 걸린다. 이러는 동안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여 시장을 선도한다. 불문법은 판례를 따르기 때문에 그 시대에 보편적인 윤리의식을 따른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비윤리적으로 사업을 하여 돈을 벌면 천문학적인 징벌적 벌금을 물게 하여 파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호사를 잘 고용하여 법망에 저촉되지 않으면 비윤리적이라도 처벌할 길이 없고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고 법에 정해진 벌금이상을 물게 할 수 없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법을 어겨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만 물면 된다. 마케팅 비용 정도로만 생각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가벼운 솜방망이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성문법체계가 창업을 시작하는 젊은이한테는 매우 가혹한 규제로 다가온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려면 시행령, 규칙, 고시에 걸려 이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모두 낭비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조경제보다 남들 다하는 레드오션 사업에 경쟁을 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 23andme라는 회사는 Google 창시자 세르게이 브린의 부인 앤 워치츠키가 만든 유전자 검사 회사이다. 99달러만 내면 240가지의 유전검사를 통해 질병예방 정보 등을 알려주는 사업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런 사업은 꿈도 못 꾼다.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이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이외에는 모든 유전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식의 법이다. 모든 사람이 비윤리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예비 범죄자이므로 법에 아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도 23andme를 FDA(미국 식약처)가 검증되지 않은 유전정보로 사업을 하였다고 고소를 하여 이 사업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검증된 100가지 유전검사로 줄여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영미의 불문법 체계와 대륙의 성문법체계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하여 미국의 환경 규제를 피해가려다가 발각돼 21조원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사건에서 폭스바겐에 대해 직접적 처벌은 불가능하다. 근거가 되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이번 사태와 같은 장치 조작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 89조에는 처벌 대상을 인증이나 변경인증을 받지 않고 차량 구조 등을 변경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기가스 장치를 장·탈착한 사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장착돼 있는 장치의 작동 여부만을 변경했기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성문법체계에서의 허점이 아닌가 싶다.
미국이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무조건 원천봉쇄 되어 있고 미국에서는 자유롭게 허용하되 문제가 되면 재판을 통해 적절히 제제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에서도 이미 ‘답정너’이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영미는 재판에서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즉 시대의 흐름과 당대의 윤리의식을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의 힘은 국제관계에서도 강하게 작용한다. 모든 나라가 따라야하는 성문적인 국제법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지만 이를 달성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해야 할 교육과 법률제도가 오히려 철저히 가로 막고 있다. 법률제도는 현재를 막고 있고 교육제도는 미래를 막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시키는 대로 잘 따르는 일본과 독일식의 교육과 법률제도를 우리는 지금까지 써왔다. 그 결과 사회에 나와서도 ‘답정너’식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일본 잔재를 답습하지 말고 교육혁신과 법률개혁으로 그동안 짓눌려 왔던 창조정신을 깨워야 할 때가 왔다. 이제 영국을 따라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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