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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논란의 우리 역사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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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07일 20시0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04분

작성자

  • 이명희
  •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한국현대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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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정화 논란의 우리 역사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의 당위성

  대한민국은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것을 긍정하고 지지하면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자가당착이 되고 만다. ‘국정화’가 다원성과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무조건적으로 다양성과 다원성을 옹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다양성 혹은 다원성이 자신, 즉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려 하는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 마치 법률에서 정당방위의 폭력이 인정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주장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현재의 검정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해치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에 달려있다. 만약, 현재의 검정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을 해치고 있는 것이 인정된다면 국정화 주장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하겠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다양성이나 다원성을 지키는 것보다 소중하고 우선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검정교과서에는 반(反)대한민국적인 서술 구조가 엿보이는가 하면, 부분적으로는 노골적으로 반대한민국적 서술을 하고 있는 곳이 발견된다. 즉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던 사람들은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고, 건국 후에는 친일파청산을 하지 않았으며, 6.25 전쟁은 북한이 통일을 목적으로 하였고, 이승만대통령은 독재와 부정선거로 쫓겨났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산업화를 했지만 빈부격차와 환경문제를 초래했다는 식의 서술구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김구 등 민족진영이 참여하지 않은 남한만의 총선거에 의해 ‘정부’가 수립되었고, 북한은 남북한 정당사회단체의 전체 선거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수립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현재의 검정교과서를 통해 공부하게 될 경우, 대한민국과 통일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주장되었으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는 한 ‘국정화’ 주장은 정당성을 가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본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역사학자 1167명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선언했고,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도 “국정화는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면 국정화 반대 선언을 하였다. 초․중․고 교사들도 “국정교과서 발행 시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대대적인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현장 역사교사 2255인 선언’을 통해 밝혔다. 또한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도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으며, 자율성과 다원성의 가치에도 맞지 않다”면서 국정화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였다.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역사학자들이나 교육자들의 목소리는 다양한 것 같지만 대체로 한결같고 동일하다. 그들의 한결같은 요지는 ‘국정 교과서는 획일적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며, 이것은 다양성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후퇴시킨다’는 것이다. 즉, 원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현재 역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국정교과서가 답이 될 수 없는지, 또 검정교과서가 어떻게 하면 현재 역사교과서 문제에 더 적합한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를 무시하고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주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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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전체주의 공포는 망상일까?

  전체주의는 반대 의견이나 소수 의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옳으면 상대는 그르다고 믿는다. 현재의 검정교과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의 ‘다양성’을 근거로 국정화를 반대하지만, 국정화를 제기하는 측을 대화의 상대로서 배려나 공감하는 일은 결코 없다. 적대와 반대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모습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볼 수 없다.

  필자는 2013년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 전체주의적 공포에 몸과 마음이 움츠려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기도 전에 공당인 ‘민주당’의 대변인이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라고 매도하였으며, 안중근과 김구는 테러리스트이고 유관순은 여자 깡패라고 서술되어 있다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교과서가 나와 민주당 대변인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이나 반성은 없었다. 교학사 교과서 서술의 논란되는 부분만을 침소봉대하여 친일 혹은 독재의 딱지를 붙이기에 급급하였다. 

  더욱 더 힘들었던 것은 교과서 채택과정에서 드러난 전체주의적 광기(狂氣)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사 표현에 그치지 않았다. 먼저 출판사인 교학사를 비방하고 협박하였으며, 필자들의 학력과 가족관계까지 들먹이며 개인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필자에게는 친일파 이완용의 손자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들에 대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였다. 학교나 학교장 그리고 사립학교 이사장에 대한 전화 테러는 물론이고 학교 앞 반대 집회나 학부모나 동창회를 동원한 철회 압박 등 총체적 방법으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 포기를 강요하였다. 그 결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였던 10여개 학교는 채택을 철회하였고, 그 외 채택을 예정하고 있던 많은 학교들이 채택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발단을 일으킨 ‘민주당’에서는 유감 표명 한마디 없었으며, 지금 교과서 국정을 반대하는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다양성과 다원적 가치를 위해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채택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전체주의적 광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다양성은 자기 편의 필요에 따라서만 적용되는 가치이며 원칙인 것인가? 

 

국정화 추진의 전제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 문제는 단순한 교육문제의 하나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 및 정통성과 관련된 국가적 및 민족적 문제이다. 이것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정통성 및 정체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본질적인 사안이며, 역사는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교육하는 과목이다. 따라서 현재의 역사교과서를 통해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이고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나라’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필자는 감히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1860년대 미국의 노예문제와 비교하고자 한다. 19세기 미국에서 노예제의 존치는 미국의 독립정신을 해치는 것이고 국가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었지만, 남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 국민의 상당수가 노예제 폐지를 반대하였다. 이에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 폐지를 선언함으로써 미국을 남북전쟁의 내전 상태로 몰아갔지만, 결국 북군의 승리를 통해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국가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였으며, 세계 각지로부터 끊임없이 이민이 들어와도 애국적인 미국 국민으로 통합할 수 있고, 이후 세계적 지도 국가로 발전하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은 부정하는 국민을 양성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국민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특히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 주무 부서인 교육부나 주무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주무부서와 주무기관이 단결해야 하고, 국민에게 현재의 문제를 설명하고 또 해결방안을 설득해 가야 한다.

  다만, 여기서 대통령과 정부는 역사 교과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하며, 이 일을 사심 없이 추진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또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국민각계의 뜻을 구하고 또 필요하다면 국민적 토론도 벌여, 그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또 설명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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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의 용단과 설득 그리고 국민의 선택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2004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에서 시작하여, 2008년 ‘교과서 포럼’의 한국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거쳐,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건을 통하여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정화로 갈 것인가 아닌가로 국민을 아리송하게 하여 혼란시킬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설명하는 일을 먼저 서둘렀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해결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정부를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이 합심 협력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 해결의 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과 정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일꾼들을 정비하여 대다수 국민과 함께 국가적 및 민족적 문제 해결에 당당하게 임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국정이냐 검정이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국가적 정체성을 어떻게 굳건히 하느냐는 본질이 있을 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수록 급히 서두를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이제 국민의 지도자로서 대통령은 용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입장과 해결 방안을 천명할 때가 되었다. 숱은 고난과 과제를 헤쳐 온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의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위해 도울 것이고, 또 그 해결을 도와 민족 통일의 정신적 토대를 구축하는 일에 동참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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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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