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지식재산,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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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창조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 3년이 지났다. 지역별로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 지고 IMF 이후의 창업붐과는 다른 새로운 창업 열기로 대한민국 경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청년실업현상과 맞물리면서 우리의 고용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크게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또다시 대기업을 등 떠밀어서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과거 보다는 정책의 중심이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건강한 창업생태계 구축에 주안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주력 제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게 되는 중국의 창업 붐이다. 지난 3월 중국의 양회 업무 보고중 리커창 총리는 ‘중국경제성장의 해법은 바로창업이다!’라고 역설하였는데 이런 점에서는 우리와 경제정책의 방향이 다르지 않다. 전통적인 방법론으로 경제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두 나라가 창업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43만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창업되어 있으니 우리의 3만 여개에 비하면 이미 창업 대국이 된 셈이다.
하드웨어 창업의 메카가 되어 버린 중국 선전(Shenzen)의 변화는 매우 놀랍다. 여기는 하드웨어 혁신의 경연장처럼 도시 전체가 창업도시가 되어 버렸는데, 창업희망자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각종 서비스와 인재를 찾을 수 있어서 순식간에 디자인과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한국의 50% 이하의 저렴한 가격과 5배 내지 10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시제품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니 선전의 하드웨어 창업생태계는 가히 세계 일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체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 조직만 개편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한 국가의 사회 시스템 전반이 창조경제 친화형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의 전통적 제도와 관습도 바뀌어야 한다. 몇 개의 경제부처만 창조경제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규제와 감사 등을 담당하는 많은 비경제부처가 창조경제 정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창조의 결과에 대한 인센티브와 규칙을 위반한 경우의 징벌 시스템이 모두 창조경제 생태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산주의 이념으로 출발한 중국이 사유재산과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구성된 창조경제와 창업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모방경제체제에 익숙한 한 나라가 창조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에 대한 태도를 보면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 지재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은 ‘새로운 발명특허를 획득한 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벌칙은 관대하다’는 점이다. 최근 행정부에서 심사숙고 끝에 이송한 특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심의를 하였는데, 특허 침해자에 대한 증액배상(징벌적 배상)은 아직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우리가 기술료 수지가 적자이고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짝퉁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이 제4차 특허법 개정안에서 특허의 고의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과 상당한 대비가 된다.
구한말인 1882년에 지석영 선생이 고종황제에게 특허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기울어져 가는 나라에서 혁신적인 경제제도의 도입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1885년에 특허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하였고, 미국은 건국 초기에 혁신적인 국가의 건설을 위해 독점권의 폐단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특허제도의 도입을 국가적인 과제로 인식하였다. 건국지도자인 토마스 제퍼슨이 초대 국무장관 겸 특허위원장을 역임한 사실에서 우리는 그들이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기반으로 특허보호제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수출주도형의 모방경제체제로 세계최빈국을 탈피하고자 했던 우리나라는 사실 국가지도자 차원의 지식재산 보호제도에 대한 인식은 특별히 크지 않았다. 해방이후 미군정하에서 특허제도를 도입하고 상공부에 특허국을 설치하였으나 자본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생국 입장에서 경제발전에 있어 특허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는 어려웠다. 사실 경제발전 초기의 특허제도는 새로운 발명가를 육성하고 창업을 촉진하는 역할대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선진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보조적인 제도로 작동하는 소극적 역할에 불과 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특허법을 산업육성법제 중의 하나로만 인식하고 경제정책과 혁신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미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등소평이 집권한 후 1983년에야 특허제도를 도입한 중국에서 조차도 특허제도의 변화는 경제 시스템의 근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 인식하고 신중하되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2009년 중국의 3대 발전 전략으로 과학기술, 지식재산, 인재개발 정책 추진을 선언하면서 지식재산에 대한 정책적 위상을 강화하였다.
이제 창조경제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에 이에 걸맞는 지식재산보호 제도를 갖추지 못하면 우리의 창조경제 생태계는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는 점은 자명하다. 다행히도 지난 2011년에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어 지식재산정책의 사령탑(Control Tower) 역할을 하게 되었으나 명목상의 역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 창조경제와 지식재산 정책이 단순히 병렬적 정책전개가 아니라 창조경제 정책의 전체 프레임 속에서 지식재산정책이 어떻게 연계되고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가 관건이다. 히든 챔피언, 혁신형 중소기업, 벤처기업 모두에 있어서 건강한 지식재산보호 제도의 존재는 이들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 개인의 연대 보증, 기술 금융 그리고 많은 제도가 정비되어 가고 있지만 이들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에너지로 충만한 혁신적 기업에게 순기능으로 작동되는 지식재산 보호제도이다. 최근에 국회와 대법원에서 우리나라가 IP Hub 국가가 되기 위한 제도적 정비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국가혁신시스템의 관점에서 지식재산제도가 실질적으로 혁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국가적 정책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창조경제 정책의 중심축에 지식재산제도가 위치하여야 하고 창업지원 인프라의 기본은 바로 경쟁력 있는 특허제도라는 인식하에서 우리의 창조경제체제를 완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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